보여주기보다 가리기, ‘복면가왕’의 탁월한 선택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MBC 예능 <일밤-복면가왕>의 상승세가 심상찮다. 설 명절에 파일럿으로 등장했을 때 10%를 넘기는 시청률로 그 가능성을 보여줬던 <복면가왕>이긴 하다. 하지만 주말 예능이라는 편성시간대는 분명 만만찮다. 정규화 되어 <일밤>에 합류한 <복면가왕>은 첫 회에 6.1%(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냈다. 이것도 적지 않은 시청률이었다. 다음 회 5.7%. 본격적인 봄철 꽃구경 시즌으로 주춤하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SBS <케이팝스타4>가 우승자를 배출한 후 경쟁자가 줄어들자 9.1%라는 놀라운 시청률로 껑충 뛰었다. 도대체 이 복면 쓴 무대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복면가왕>은 역발상이다. 사람들이 무대에 오르는 이유는 자기 존재를 알리기 위함이다. 하지만 <복면가왕>은 거꾸로다. 자기 존재를 숨긴다. 이유는? 이미 알려진 존재가 갖고 있는 편견과 선입견을 없애기 위함이라고 한다. 맞다. <복면가왕>은 그래서 복면을 씌워 지나 같은 섹시 퀸으로만 이미지화된 가수의 노래를 듣게 해주고, 이홍기 같은 아이돌 그룹의 가수가 얼마나 출중한 가창력을 갖고 있는가를 재발견하게 해준다.

하지만 그것만 있는 건 아니다. 더 큰 것은 이 무대의 겸손함에 있다. 그것은 복면을 쓴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어느 정도 그런 느낌을 준다. 오디션 형식의 프로그램에서 가창력 대결이 이미 옛 트렌드가 됐다는 건 이제 대부분 인정되는 사실이다. <나는 가수다3>가 과거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건 그래서다. 노래대결이나 노래자랑은 이제 대중들의 관심거리를 아니고 심지어는 불편한 마음까지 갖게 만든다. 대중들이 원하는 건 가수의 자랑이 아니라 노래를 통한 진정한 감동이다.

얼굴을 가린다는 역발상은 무대에 오르는 가수들이 노래의 진정성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시각적인 것을 가림으로써 청각적인 세계를 열어젖히는 것이다. 게다가 <복면가왕>은 오디션의 경쟁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차라리 프로레슬링가 가진 리얼한 쇼적인 요소들을 강조했다. 심사위원은 불필요하고 대신 그 복면 쓴 가수가 누구인가를 궁금해 하거나 그 노래에 푹 빠져버린 리액션으로서의 패널들이 자리했다. 그리고 결정은 오로지 관객들의 즉각적인 선택으로 이뤄진다.



쇼적인 접근을 해주자 오디션의 경쟁적 분위기는 상당부분 즐기는 분위기로 바뀐다. 복면을 쓰고 이런 저런 동작과 변조된 음성으로 관객들을 웃기고, 때로는 관객을 속이기 위해 다른 목소리를 내거나 발성을 하는 출연자는 경합이 아닌 쇼의 오락적 성격을 더욱 드러냈다.

시청자들로서는 마음이 편해질 수밖에 없다. 저 <나는 가수다>의 살벌한 긴장감이 없다는 것이 <복면가왕>에서는 오히려 장점이다. 주말 저녁 그저 편하게 노래와 웃음이 있는 쇼를 볼 수 있게 해주고 때로는 자신의 데뷔 시절이 떠오른다면 눈물을 쏟아낸 지나 같은 뭉클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

가림으로서 새로운 효과를 냈던 건 <복면가왕>이 처음은 아니다. 분명 영향을 줬을 <복면달호>나 <반칙왕> 같은 영화도 있었고 <보이스 오브 코리아>처럼 의자가 복면의 역할을 해주는 오디션 프로그램도 있었다. 하지만 <복면가왕>은 복면이 가진 역발상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음악 쇼다. 천편일률적인 오디션 트렌드가 퇴조하고 있는 지금 현재의 대중들의 취향과 기호를 잘 반영해 녹여냈다는 점에서 주말 밤의 새로운 강자가 될 만한 가능성을 <복면가왕>은 분명 지니고 있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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