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누가 갑질을 했는가보다 더 중요한 것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퍼맨)>가 때 아닌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한 인사동에 있는 체험관에서 촬영을 하기로 했다가 안전이 문제가 되어 장소 섭외를 취소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슈퍼맨> 측은 충분한 사과를 했고 양해를 구했다고 했지만, 체험관측은 이를 부인하면서 <슈퍼맨>측의 ‘갑질’을 거론했다.

사실 ‘갑을 프레임’으로 보면 <슈퍼맨>측이 갑처럼 보인다. 하지만 대중적인 관심을 끌어 모으고 있는 <슈퍼맨>측의 입장이 체험관측보다 더 불리한 게 사실이다. 약자가 누군가의 갑질을 거론하면 대중적인 지지를 얻어 ‘을의 반격’이 일어나는 게 최근 갑을 프레임에서 흔히 보던 양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슈퍼맨>측 입장이 사실이라면 오히려 체험관측의 ‘을질’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KBS가 적극적으로 사과 의사를 밝히면서 양측이 서로 더 이상 문제를 확대하지 않기로 했지만 이건 단순하게 누가 갑이냐 을이냐 하는 것을 따지는 ‘갑을 프레임’ 안에 이 문제를 넣고 바라보기 때문에 생겨나는 단순한 시각이다. 이 상황에서는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어느 쪽이든 갑이 될 수도 을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일단 ‘갑을 프레임’을 떼어놓고 바라보면 어떨까.

<슈퍼맨>측이 체험관측에게 수차례 사과했고 또 양해를 구했다고 호소하고 체험관측에서도 결국 이를 받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의 반응이 시큰둥한 건 그것이 사실이냐 아니냐의 문제를 떠나 <슈퍼맨>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불편한 마음이 투영되어 있다. 그것은 이제 이 <슈퍼맨>의 아이들이 지나치게 상업적인 틀 위에 올려져 있다는 데서 비롯된다.

체험관측이 그토록 <슈퍼맨>측의 촬영을 원했던 이유는 뭐였을까. 그것은 <슈퍼맨>에 출연하는 아이들이 체험관에서 체험을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홍보 마케팅의 이익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슈퍼맨>측과 체험관측이 이처럼 첨예하게 서로 다른 입장을 내세울 일도 없을 테니 말이다.

<슈퍼맨>에 출연하는 아이들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높아지면 질수록 그 아이들 주변으로 몰려드는 상업적인 손길들은 더더욱 많아질 수밖에 없다. 아이들 옆에 놓여지는 물건 하나하나까지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건 그래서다. 거기에서도 느껴지는 어떤 상업적인 성격은 아이들 때문에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주게 된다.

이것은 육아예능이 가진 한계다. 결국 아이들 때문에 시청률도 오르고 화제도 되지만 바로 그 점은 아이를 내세워 상업적인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어른들의 윤리적인 문제를 건드린다. 제작진은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게 의도라고 말할 것이지만 거기에 상업적 의도가 없다는 건 어불성설일 것이다. 매번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면 쏟아져 나오는 ‘몇 주간 시청률 1위’ 같은 기사들 뒤에도 어른거리는 건 역시 상업성이다.

이번 <슈퍼맨>의 ‘갑질 논란’은 그래서 누가 갑질을 했는가에 대한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이러한 상업성에 대한 재고다. 방송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상업성을 배제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어느 선까지를 상업적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 사건은 이 정도에서 마무리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대로 두면 언제든 유사한 일이 다시 발생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사과하는 건 미봉책에 불과하다. 또 그것이 보다 순수하게 아이들을 오래도록 보고픈 시청자들의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는 일일 것이니 말이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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