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이라면 독자적 기획으로 트렌드 선도해야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KBS <1박2일>이 이번에 가져온 기획은 ‘무소유 여행’이라는 콘셉트였다. 충청남도 호도로 떠나면서 잔뜩 가져온 짐을 복불복 게임을 하며 사수하거나 덜어내는 과정을 통해 ‘소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기회를 갖자는 것. 물론 그것은 <1박2일>만의 방식으로 다뤄졌다. 무소유라는 거창한 의미를 내세우면서 오히려 소유욕에 불타는 출연자들의 모습이 웃음의 포인트가 됐다.

사실 ‘무소유 여행’이라는 거창한 의미를 붙이지 않아도 이것은 <1박2일>이 지금껏 해온 여행의 대부분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복불복이 있는 건, 마음껏 모든 걸 할 수 있는 상황을 배제하겠다는 의도다. 배불러서가 아니라 배가 고파서, 시간이 많아서가 아니라 시간이 없어서, 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 아니라 대외적인 접촉이 거의 없는 오지라서 <1박2일>은 늘 재미와 의미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러니 굳이 ‘무소유 여행’이라고 붙인 데는 최근의 예능 트렌드를 의식한 흔적이 역력하다.

<삼시세끼>가 그렇고 <인간의 조건>이 그랬다. 이 프로그램들은 더하기보다는 빼기의 콘셉트로 역발상의 예능을 보여주었다. 특히 <인간의 조건>은 ‘○○없이 살아가기’가 핵심적인 기획 포인트였다. 늘 우리 주변에서 사용하던 어떤 것을 빼버리면 어떤 결과들이 생겨나는가를 실험하고 관찰하는 것으로 마치 캠페인 같은 건강한 웃음을 만들었다. <1박2일>의 무소유 여행은 그 연장선처럼 보인다.

<1박2일>의 무소유 여행이 재미나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그것은 나름대로 흥미로운 여행의 묘미를 선사한다. 호도라는 대중교통 수단도 없고 음식점도 없으며 가게라고 달랑 하나 있지만 그리 많이 이용되지도 않는 그런 섬이 주는 ‘무소유’의 느낌은 이번 여행과 잘 맞아 떨어진다. 짐을 이고 지고 다니면서 힘들어하는 모습과 그걸 덜어내면서 아쉬우면서도 조금씩 편안해지는 모습을 담는 것 또한 흥미로운 일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최근 <1박2일>의 기획이 트렌드를 선도한다기보다는 트렌드를 따르는 듯한 인상이다. 이것은 지난 ‘주안상 특집’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막걸리라는 소재가 있어 이 기획을 가치 있게 만들었지만 그것은 최근 셰프들에 열광하는 예능 트렌드의 연장선 같았다. 그래서 후편에 등장한 요리 대결은 마치 <냉장고를 부탁해>의 야외 버전처럼 보이기도 했다.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기획이란 것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1박2일> 정도의 자기 브랜드가 확실한 프로그램이라면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는 트렌드를 선도하는 것을 기대하게 된다. 과거 <1박2일>이 만들어낸 아웃도어 트렌드를 떠올려보라. 이전까지만 해도 여행이란 결국 명소를 찾아가 사진을 찍는 관광여행이었다. 하지만 <1박2일>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중요한 게 누구와 가느냐 이고 또 거기서 무엇을 하느냐 라는 것을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줬다. 본격적인 체험 여행의 트렌드를 연 것이다.

<1박2일>은 여전히 재미있다. 새롭게 꾸려진 출연자들의 합은 똑같은 게임을 하더라도 여타의 프로그램과는 다른 확실한 재미를 선사한다. 게다가 전국 각지로 매번 떠나는 그 새로움에 대한 설렘은 이 프로그램이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는 동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위치에 있기 때문에 기대감 또한 높을 수밖에 없다. <1박2일>만의 독자적인 기획이 아쉽다. <1박2일> 정도면 국내여행은 물론이고 예능 프로그램의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