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남썸녀’, ‘짝’보다는 ‘나 혼자 산다’를 닮았다

[엔터미디어=정덕현] 흔한 연예인 짝짓기 프로그램인 줄 알았다. 하지만 SBS <썸남썸녀>는 연예인 리얼리티쇼에 가깝다. 함께 지내게 된 썸남썸녀들은 그들끼리 썸을 타는 것이 아니라 애인이 없는 자신들끼리의 유대관계를 보여준다. 만나는 사람이 없고 또 누군가를 절실히 만나고 싶어 한다는 똑같은 입장은 그저 아무 일상이나 보여주는 리얼리티쇼보다는 훨씬 더 집중력을 만들어낸다.

그 공동의 목표가 있기 때문에 제작진에 의해 주어지는 미션은 훨씬 자연스러워지고, 하다못해 ‘첫 키스는 언제 어디서 했냐’거나 ‘혼전임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같은 질문들이 담겨진 이른바 ‘문진표’를 놓고 벌이는 대화는 훨씬 더 진지해진다. 일종의 단합대회로 노래방을 가더라도 주제는 ‘상대방에게 어필하는 노래’가 된다.

출연자들이 이제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실제 결혼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은 이 프로그램의 리얼리티를 강화한다. 그저 짝짓기 프로그램이라면 그것이 한 때의 미팅이나 소개팅 정도의 이벤트를 방송을 통해 하는 정도의 수준이겠지만, 이 리얼리티쇼는 연예인들의 부모를 먼저 인사시키는 것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그 부모들은 나이 들어가는 자식들이 하나 같이 빨리 좋은 사람 만나 결혼했으면 하는 마음을 드러낸다.

누군가와 사랑을 목표로 세우고 있지만 그 과정을 리얼리티 카메라가 따라다니면서 출연자들이 가진 매력이 하나씩 보여진다. 동거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시한 강균성은 의외의 논리정연한 자신만의 주관을 보여주고, 차도녀의 이미지였던 채정안은 의외의 돌직구와 털털함을 보여준다. 윤소이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있었던 불행한 과거가 하나의 트라우마가 되어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자신을 토로하고, 이수경은 사귀던 남자에게 돈을 빌려주었던 최악의 경험을 얘기한다.

관처럼 생긴 침대에 들어가 잠을 잔다는 선우선의 특이한 일상이나, 방 한 가득 하이힐을 아가들처럼 챙겨놓은 서인영의 내밀한 집 구석구석 같은 연예인들의 사생활은 프로그램의 조미료처럼 맛을 내고, 남자들보다 여자들과 더 친구관계로 잘 어울릴 것 같은 김지훈이 선우선의 집에서 그녀의 어머니가 해주는 밥을 맛있게 먹으며 돈독해지는 모습은 이 프로그램의 썸이 남녀만의 썸이 아니라 부모들과 당사자들 간의 썸 또한 들어 있다는 걸 말해준다.



이것은 어찌 보면 일반인 짝짓기 프로그램을 관찰카메라 형식으로 시도했던 <짝>의 연예인 버전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찌 보면 <썸남썸녀>의 장면들은 <짝>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다. 그것은 이 프로그램이 ‘애정촌’이 아닌 일상 속에서 벌어지고 그 일상에는 연예인들이 실제 사는 집과 그들의 부모 같은 주변 인물들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야기는 출연자들이 기대하는 ‘썸’에 맞춰져 있지만, 같이 살아가는 썸남썸녀들의 일상들, 이를 테면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 씻고 서로의 머리를 말려주는 그런 관계의 리얼리티가 이 프로그램이 가진 진면목이다. 여기에 자극제로서 제작진들이 내주는 미션은 이 리얼리티쇼의 방향과 흐름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썸남썸녀>는 단순한 연예인 짝짓기 프로그램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저 연예인의 일상을 잡아내는 리얼리티쇼도 아니다. 이 두 가지가 적절히 접목되어 있고, 그것이 그저 주어진 상황에서의 리얼이 아닌 보다 현실에 가까운 리얼이라는 점에서 <썸남썸녀>의 특별한 지점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썸남썸녀>는 <짝>의 연예인 버전보다는 <나 혼자 산다>의 썸 버전처럼 보이는 면이 있다. 혼자 살아가는 그들이 서로를 부비며 온기를 확인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는 것. 이것이 어쩌면 썸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아닐는지.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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