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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 이젠 정말 90년대 스타에서 벗어난 걸까
기사입력 :[ 2015-05-07 13:09 ]


스타에서 배우로, 김희선의 의미있는 부활 신호탄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90년대에는 배우보다 스타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리는 여배우들이 적잖았다. 이들에게는 기존의 배우들과 다른 독특한 영역이 존재했다. 본업이 배우이나 그보다는 오히려 그 스타들 특유의 개성이 이슈의 중심이었다. 이들은 배우인 동시에 MC나 DJ로 만능엔터테이너의 자질을 뽐내거나 아니면 그녀들 자신이 트렌드를 이끄는 존재로 각인되었다. 그녀들의 스타일, 태도, 혹은 개성 있는 성격들이 대중들의 관심을 샀다.

비단 <무한도전-토토가>를 통해 다시 대중들에게 얼굴을 확실히 알린 이본만이 그 대표주자는 아니었다. 아니, 이본의 경우는 그 시절 반짝반짝 빛나는 작은 별 정도였을 수도 있겠다. KBS <첫사랑>, MBC <신데렐라>, SBS <이승연의 세이세이세이>를 통해 배우와 MC를 마음대로 넘나들던 이승연이나, 대표작 영화 <구미호>, <비트>와 90년대의 수많은 CF로 유명한 고소영, 그리고 현재 <앵그리맘>의 열혈엄마로 조강자를 연기하는 김희선이 대표적인 90년대의 스타들이었다.

90년대의 김희선이 재미있는 스타인 건 확실했다. 전형적인 긴 머리에 순정만화 주인공 타입의 외모였지만 청순함이나 섹시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그보다는 발랄하고, 개구쟁이 같고, 심지어 안하무인인 것 같은 분위기가 여성스러운 외모와 묘하게 공존했다. 아마 작가 김수현이 KBS 주말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에서 만들어낸 목욕탕집에서 할 말 다하는 막내딸 김수경 캐릭터와 김희선이 궁합이 잘 맞았던 것도 그래서일 거다. 물론 작가 김수현이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신세대의 모습보다 당시의 김희선이 더 몇 걸음 정도 막나간 것 같긴 했지만 말이다.

이후 김희선은 방송3사를 넘나들며 KBS에서는 <프로포즈>, SBS에서는 <미스터큐>, <토마토>, MBC에서는 <세상 끝까지>, <해바라기>, <안녕, 내 사랑> 등을 히트시킨다. 물론 드라마 속의 여주인공들은 스타 김희선의 캐릭터보다 적당히 발랄하거나, 훨씬 얌전하거나, 무난하게 캔디 같았다. 이 드라마들은 히트했지만 시청률과 상관없이 드라마에서 김희선의 연기 자체가 크게 부각된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가 이 드라마에 출연했다는 것, 그리고 그녀가 입은 옷이나 헤어스타일, 머리띠 등이 화제였다.



당시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김희선 연기의 장단점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그녀의 연기에 허세나 과장은 없다. 그녀는 그 나이 또래의 여자들이 느끼는 발랄한 감정이나 슬픈 감정들은 솔직하게 보여줄 줄 안다. 하지만 배우에게 필요한 작품 속 캐릭터를 이해하는 동물적인 감각이나 연기의 강약을 조절할 줄 아는 능력은 부족해 보인다. 그런 까닭에 그 시절 김희선의 히트작에서 그녀의 연기는 몇몇 장면을 제외하고는 종종 투박해지며 평범해서 지루하다. 그 지루함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건 그녀가 지닌 스타로서의 매력에 기댄 바가 크다.

그런데 2001년 그녀가 출연한 영화 <와니와 준하>에서 김희선은 의외의 연기를 보여준다. 이 수채화처럼 조용하고 잔잔한 영화 안에서 그녀는 와니라는 여주인공의 그림을 상당히 잘 그려낸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와니는 현재 누군가를 사랑하고 과거 누군가를 사랑했던 감정을 지닌 평범한 여자다. 그런데 평범한 여자의 평범한 사랑과 안타까움, 슬픔의 풋풋한 감정의 편린들이 이 영화에선 어떤 과장 없이 담백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이후 김희선은 <와니와 준하>에서 보여준 배우로서의 다른 면들을 브라운관으로 옮겨오지는 못한다. 오히려 대중들은 90년대 말에 그녀가 보여준 이미지의 반복인 드라마들을 따분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뒤 오랜만에 복귀한 드라마 <신의>와 주말극의 억센 여주인공으로 변신한 <참 좋은 시절> 역시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과거에 비해 그녀의 연기는 안정적이었지만 그렇다고 그 시절만큼의 매력은 없어 지루했기 때문이다. 90년대 스타 김희선의 참 좋은 시절도 지나갔지, 싶은 선택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후반부를 향해 달려가는 MBC <앵그리맘>은 90년대의 스타가 아닌 현재의 배우 김희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조강자에서 조방울로 위장 딸의 고등학교에 등교하는 이 열혈엄마는 딸 오아란(김유정)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는 인물이다. 그런데 처음에는 딸만을 위해 싸우던 이 엄마가 나중에는 이 모든 거대한 불의와 싸워나간다. 어른들의 싸움에 상처 입은 아이들을 다독이고 달래가면서 말이다.

김희선은 <앵그리맘>에서 조강자를 완벽하게 조율하는 느낌은 아니다. 오히려 인물의 캐릭터를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호흡은 조강자의 딸 오아란을 연기하는 아역배우 김유정이 빼어나다. 하지만 김희선이 연기하는 캐릭터에서 패션이나 액세서리, 예쁜 얼굴이 아닌 드라마 속 인물이 지녔을 법한 진심어린 눈물의 감정이 보이는 건 오랜만이다. 무엇보다 <앵그리맘>에서 김희선은 모성애를 생생하게 연기하진 않지만 모성애의 감정 자체를 날 것 그대로 보여줄 준 안다.

물론 <앵그리맘> 이후 배우 김희선이 어떨지는 아직도 아리송하다. 당차면서도 여리고 엄마면서도 여고생이 어울리는 캐릭터는 어쩌면 그녀에게 딱 맞춤옷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 맞춤옷 같은 캐릭터가 매번 그녀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닐 테니까.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KBS,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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