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액션’, 액션보다 중요한 감정연기

[엔터미디어=정덕현] 새롭게 시작한 KBS <레이디액션>은 여배우들의 액션연기 도전을 다룬다. 이것은 실제 무술이나 사격 같은 기술을 배우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물론 액션배우들이 무술 유단자라면 훨씬 유리하다. 그만큼 몸동작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익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액션 연기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두홍 감독이 얘기한 것처럼 몸동작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감정연기’다.

이미도가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건 바로 이 감정을 제대로 넣은 표정 연기에서부터 비롯된다. 그녀의 몸동작 역시 다른 여배우들과 그리 다르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특유의 힘이 넘치는 동작들이 다이내믹하게 보이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 동작 또한 달리 보이게 만드는 건 그녀의 상대방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는 눈빛이다. 살아있는 눈빛이 액션을 만든다.

맏언니 조민수는 때때로 액션을 어색하게 느끼는 모습이 보였지만 차츰 진지한 눈빛을 찾아갔다. 고공낙하를 할 때는 그래서 비장하기까지 한 얼굴이었다. 김현주가 도무지 뛰어내릴 수가 없어 잠시 뒤로 미루고 눈물을 흘릴 때 조민수는 과감하게 뛰어내려 마무리 동작까지 카리스마 넘치게 소화해내는 모습을 보였다.

김현주는 여배우로서의 욕심이 돋보였다. 몸과 마음이 따라주지 않아도 특유의 해내겠다는 욕심은 그녀가 어떻게 여배우로서 설 수 있었는가를 잘 말해주었다.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여성스러운 그녀였지만 그 한계를 조금씩 넘어서려는 안간힘을 보여주었다. 최여진은 운동으로 다져진 몸답게 유연함이 돋보였고, 이시영은 복싱을 해서 훨씬 유리할 것이라 생각됐지만 실제로는 고군분투하는 모습이었다. 손태영은 와이어액션을 선보일 때 수십 번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결국 해내려는 여배우로서의 자존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들의 액션은 아직까지 어색하다. 대부분 그녀들의 액션 연기를 돋보이게 해주는 주변의 액션배우들에 의존하는 면이 강하다. 하지만 이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자신들이 해보지 않은 연기영역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몸에 익숙해지게 될 때까지는 액션은 어설프게 보일 수밖에 없다.

이미도가 그 와중에 주목된 것은 누구보다 빨리 그 액션의 진정성에 먼저 도달해있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상당부분 그녀가 지금껏 해온 역할이 극중 중심보다는 주변에 있었다는 사실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KBS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박은실이라는 수제자 역할이 그렇다. 비중이 없어 보이지만 나름대로 그 역할을 잘 소화해내면서 이미도는 독특한 자기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미도의 힘이 넘치는 액션을 보며 정두홍 감독은 “악당 같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것은 액션 연기자들에게는 칭찬일 것이다. 액션 장르에서 실질적인 중심 역할을 하는 인물은 결국 악당이 아닌가.

첫 술에 배부르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여배우들이 꿈꾸는 여전사의 모습은 그리 쉽게 만들어지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 여전사가 되기 위해서는 이미도처럼 여배우로서 지금껏 가져왔던 틀을 깨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악당이 될 수 있어야 여전사도 될 수 있다. 이들은 과연 저마다의 한계를 깨고 새로운 연기 영역을 가질 수 있을까. 적어도 이미도 같은 눈빛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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