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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 어찌 유준상을 칭찬하지 않을 수 있으랴
기사입력 :[ 2015-06-01 16:54 ]


‘풍문’ 유준상 연기가 어색하다는 지적 돌이켜보니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SBS 월화극 <풍문으로 들었소>가 어느새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제작진의 전작이 늘 그랬지만 어떤 식의 결말일지 이번에도 도무지 예측을 하기 어렵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전개, 방송 전 예고편을 볼 적만 해도 주눅이 들어 생고생을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건만 웬 걸, 반전을 거듭하며 오히려 시부모를 쥐락펴락하던 서봄(고아성). 그의 당돌한 행보에 많은 이들이 통쾌함을 느꼈으리라.

그러나 서봄이 한순간에 갑이 되기를 포기한 채 미련 없이 친정으로 돌아가는가 하면 그와 더불어 이 비서(서정연)를 비롯한 한정호(유준상)네 고용인들의 분량이 늘어나면서 흥미를 잃고 이탈하는 시청자 또한 늘었다고 한다. 갑의 횡포에 대항하는 이른바 ‘을의 반란’이 모두에게 반가운 소재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대다수의 드라마들이 재벌들끼리 지지고 볶아대는 얘기를 단골로 쓰는지도 모르겠고.

어쨌거나 빤하지 않아서 좋았던 이 드라마를 내 나름의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드라마’ 목록에 추가해둘 생각인데 <풍문으로 들었소>를 빛낸 수훈갑을 굳이 대보라면 주저 않고 연기자 유준상을 뽑으련다. 이제 유준상이 아닌 한정호는 상상을 할 수 없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사실 첫 회만 해도 유준상의 연기가 어색하다는 지적이 꽤 있었다. 그런데 돌아보니 그가 그려낸 한정호가 우리에게 익숙지 않은 생경한 캐릭터였기 때문에 낯설었지 싶다.

재벌 뒷설거지가 제 일이면서 귀족 놀음에 한껏 젖어 사는 그는 괴물 중의 괴물이다. 허나 한편으로는 안쓰러운 것이 알고 보면 그는 그 이름만으로도 두려운 모친 신명지 여사의 필생의 산물이 아니던가. 누구나 그와 같은 환경에서 길러져 비슷한 유형의 배우자를 맞아 깨우침 없이 살았다면 그와 닮은 길을 걸었을지도 모르는 일. 그래서인지 극 중 언뜻언뜻 순수한 면면을 드러내기도 했는데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은 양 비서(길해연)의 속삭임에 휘둘리는가 하면 여전히 20년 전 풋사랑의 설렘을 간직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처럼 복잡하고 다각적인 성정을 지닌 캐릭터를 생생하고 섬세하게 잘 표현해낸 유준상에게 어찌 칭찬의 박수를 보내지 않으리오.



요즘 화제몰이 중인 tvN <수요 미식회>에 소개되는 식당들을 살펴보면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한결같은 맛으로 전통을 고수하는 식당, 그리고 그와 달리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식당. 양쪽 모두 엄선해서 재료를 고르는 점에서는 일치하겠지만 같은 맛을 내려고 노력하는 쪽과 새로운 요리를 선보이려고 노력하는 쪽, 그 둘 중 누가 더 옳다고는 말할 수 없지 않겠나. 관건은 다름 아닌 바로 맛일 테니까. 연기자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항상 같은 패턴의 연기를 선보이는 통에 그 역할이라면 바로 떠오르는 얼굴이 있나하면 매번 전혀 다른 캐릭터로 등장하는 연기자도 있는데, 그러나 그 역시 어느 편이 더 좋은 연기자라고는 말할 수 없다. 연기 스타일보다는 깊이 있는, 진정성 있는 연기가 평가의 잣대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유준상은 후자에 속하는, 늘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연기자다. 2012년 KBS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방귀남’을 통해 가히 국민 남편 반열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얻은 그가 뒤 이어 택한 역할은 SBS <출생의 비밀>의 순수남 ‘홍경두’. 수많은 부가가치가 보장되는 그 좋은 이미지를 과감히 포기해버리는 용기에 당시에도 박수를 보낸 바 있는데 주인공이지만 배운 거 없고 가진 거 없고 거기에 눈치까지 없는, 심지어 여주인공 성유리와 연결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만드는 인물을 맡아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 극 말미에는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의 이번 선택도 비호감으로 똘똘 뭉친 ‘한정호’다. 유준상, 그의 부단한 노력 덕에 모순된 인간의 전형인 한정호가 덜 밉상으로 느껴진다는 사실을, 더불어 한정호의 씻을 수 없는 과오들이 희석되고 있다는 사실을 반겨야 할지 아니면 화를 내야 할지 알 수 없다. <풍문으로 들었소>의 마지막 방송이 심히 아쉬운 한편, 연기자 유준상의 다음 선택이 기다려진다. 그는 또 어떤 인물로 돌아올까?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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