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가 왜 인기 있는가를 증명한 요리들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냉장고를 부탁해> 지난주와 이번 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재미의 차이를 보여줬다. 새로운 얼굴로 등장한 맹기용 셰프는 심지어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그만큼 <냉장고를 부탁해>에 대한 인기를 방증하는 것이지만 새 인물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 시청자들은 어느 정도의 클래스를 요구했다. 하지만 방영된 내용을 통해서는 실망감 그 자체였다. 결국 셰프들이 최근 방송 트렌드가 되었지만 거기에는 그만한 실력을 요구한다는 걸 그 논란은 보여줬다.

하지만 그 아쉬움을 달래주기라도 하겠다는 듯 이번 주 션의 냉장고를 부탁한 요리사들의 요리는 한 마디로 환상적이었다. 일단 냉장고 자체가 한 회 분량을 해도 될 만큼 역대급이었다. 션의 아내 정혜영이 그 자리에 있는 듯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준 냉장고. 블록버스터급으로 등장한 네 대의 냉장고가 마치 군대 사열이라도 하듯 잘 정돈되어 있었고, 재료들은 웬만한 음식점을 해도 될 만큼 다양했다.

냉장고 안에 정혜영이 이미 만들어 놓은 요리는 거기 앉아 있는 셰프들마저 인정할 수밖에 없는 맛을 선사했다. 전화 통화로 잠시 연결된 정혜영은 왜 직접 출연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요리사로 출연할 것”이라고 재치 있게 응수하기도 했고, 또 냉장고 속 티라미슈를 후식으로 챙겨 드시라며 빈 그릇을 갖다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냉장고 하나만으로도 그녀의 애정을 듬뿍 느낄 수 있는 멘트들이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요리 대결에서도 샘킴이 채소로 만든 ‘아빠손 피자’도 미카엘이 만든 ‘따라미소’도 션을 곤혹스럽게 만들 정도의 맛을 보여줬지만 이번 주 대결의 백미는 정창욱 셰프와 최현석 셰프의 놀라운 요리의 세계였다. 샤프란을 이용해 담백한 맛의 끝을 보여준 최현석 셰프의 ‘혜품닭’과 카레와 누룽지를 이용해 만든 ‘커룽지’는 샘 킴의 말처럼 상반된 음식의 세계를 경험하게 했다.



결국 션은 정창욱 셰프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그것은 맛의 순위를 얘기하는 게 아니었다. ‘사랑하는 아내를 위한 요리’로서 정혜영이 좋아하는 카레요리를 선택했던 것. 이처럼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가는 사실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더 중요한 건 그만큼 요리가 어느 정도의 클래스를 보여줬는가 하는 점이다. 그래서 냉장고를 부탁한 출연자들이 도무지 어떤 걸 선택해야 할지 즐거운 고민을 하게 되는 그 지점에 이 프로그램의 재미가 있다는 것.

결국 지난 주와 이번 주에 걸쳐 방영된 지누션의 냉장고를 부탁한 요리대결 방송이 보여준 건 이 프로그램이 제 아무리 예능적인 캐릭터와 호들갑스런 MC들의 한판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고 해도 그 바탕에는 요리라는 기본이 깔려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미카엘과 샘킴, 그리고 정창욱과 최현석 셰프가 요리를 하는 중간 중간 정형돈은 맹기용을 겨냥해 그 정도 급이 이해되느냐고 묻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도 첫 방송이니 낯설 수 있었을 것이다. 또 15분 만에 요리를 한다는 상황이 잘 적응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두 번째 나오게 된다면 맹기용 셰프는 충분히 자기가 왜 그 자리에 함께 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과연 맹기용 셰프는 이 <냉장고를 부탁해>의 클래스를 감당할 수 있을까. 실로 궁금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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