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맹기용 셰프, 말 말고 요리로 승부해라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배려하면 할수록 더 악화되는 양상이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의 엔딩 끝에 다시 미공개 오프닝으로 보여준 맹기용 셰프에 대한 방송분이 오히려 논란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미공개 오프닝 분량에서는 지난 2주 간 맹기용 셰프가 이 방송에 나온 후 생겨난 논란에 대해 요리사들과 MC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을 보태는 내용이 담겨졌다.

누구나 다 처음 이 프로그램에서 요리를 할 때 실수와 긴장이 있었다는 얘기들이 나왔다. 미카엘도 첫 요리 실패가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고 얘기했고, 이연복 대가도 처음 나왔을 때 굉장히 긴장해 “욕을 먹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맹기용 셰프가 했던 꽁치 샌드위치라는 요리가 너무 이상하게 보였기 때문에 논란이 나올 수 있었다는 자체 분석도 곁들여졌다. 거기에 박준우 기자는 그 요리가 낯설게 보이지만 스칸디나비아쪽에서는 정어리 샌드위치가 있다는 얘기로 그것이 괴작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보탰다.

또 SNS에 최현석 셰프가 올린 ‘엄청 여과한 것’이라는 멘션이 화제가 됐던 것에 대해서도 그는 “사실 PD를 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즉 그 표현은 “있는 그대로 솔직한 모습이 나가는 게 좋았을 것”이라는 얘기였다는 것이었다. 한편 김풍은 꽁치를 들고 맹기용을 자신이 찾아간 이유에 대해 그 요리가 자신의 입맛에 맞아 “진짜 먹고 싶어 찾아갔다”고 밝히기도 했다.

몇 분 안 되는 짧은 분량이지만 이 방송분 안에는 맹기용 셰프에 대한 <냉장고를 부탁해>의 입장이 명확히 들어 있었다. 맹기용 셰프에 대한 논란은 모두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 하지만 이런 해명은 결과적으로 보면 오히려 맹기용 셰프 당사자에게는 독으로 돌아왔다. 그것은 이번 논란이 요리 그 자체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일종의 특혜 의혹에서 비롯됐던 것이기 때문이다. 굳이 맹기용 논란을 두둔하고 배려하는 모습 역시 특혜처럼 느껴질 수 있었다는 얘기다.



사실 요리의 실패는 다른 요리의 성공을 통해서 채워질 수 있는 부분이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맹기용 셰프는 오히려 자신에 쏟아지는 논란을 반전의 계기로 만들 수도 있었다. 그런데 실제 행동이 아닌 말로서 채워지는 해명이란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가기가 어렵다.

맹기용 셰프에게 필요한 건 배려가 아니다. 오히려 스스로의 위치를 인정하고 진솔하게 진면목을 드러낼 수 있는 시간을 주고 기다려주는 게 더 필요했던 일이다. 홍진영의 냉장고 재료들로 만든 롤 케이크 요리는 그래서 완전히 새로운 시도가 아닌 안전한 선택을 함으로써 그의 심경을 잘 드러내주었다. 하지만 이 괜찮았던 디저트 요리와는 달리, 방송의 디저트처럼 붙은 미공개 오프닝 분량은 본 프로그램의 입맛까지 씁쓸하게 만들었다.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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