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의 잇단 정치적 발언, 어떻게 봐야 할까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강용석이 이제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시작하는가. tvN <썰전>이 메르스 사태를 다루는 가운데 강용석은 사안에 대한 객관적 분석이 아니라 박원순 시장을 저격하기에 바쁜 모습을 나타냈다. 박원순 시장이 늦은 시각에 긴급 브리핑을 한 것을 두고 강용석은 “그렇게 긴급하지 않았다”고 말했고 그가 메르스에 걸린 의사를 부도덕한 인간으로 몰아갔다며 맹공격했다.

게다가 강용석은 박원순 시장의 긴급 브리핑에 대한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6월4일 있었던 박원순 시장 아들 관련 재판을 덮기 위해 실시간 검색어를 박원순으로 채운 것이라는 것. 하지만 제 아무리 개인의 생각이고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방송을 통해 근거 없는 음모론을 공공연히 제기하는 건 과연 적절했냐는 의문이 남는 게 사실이다.

강용석의 이런 음모론 제기에 대해 이철희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이철희는 박원순 시장이 의사를 범죄자 취급하려던 게 아니라 “의사와 접촉한 사람 등 감염 가능성이 있는 자들에게 적극적인 방법을 통해 미리 막으려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희는 ‘정보 공개’가 감염의 공포를 덜고 확산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고 이에 대해 강용석은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공개하는 게 정보공개”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철희는 해외에서도 감염자 개개인의 정보를 공개한 것으로 실제로 공포와 확산을 줄였다는 실례를 들었다. 하지만 강용석은 그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이에 이철희는 그간 메르스 환자가 처음 생긴 일로부터 무려 반달 가까이가 지날 동안 정부와 대통령은 도대체 무얼 했냐며 질책했다. 그는 에볼라가 미국에 들어왔을 때 그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전면에 나섰던 오바마를 거론하며 그간 우리 정부와 대통령이 했던 행보가 부적절했음을 지적했다.

이철희의 논리적인 반박과 달리 강용석은 거의 무조건적으로 정파적인 색채를 드러내며 박원순 깎아 내리기에 몰두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정치적 사안을 객관적인 자신의 입장에서 발언하는 것이야 잘못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강용석의 발언들은 지극히 사적인 생각들의 나열이었다. 그것은 어찌 보면 그가 메르스 긴급 브리핑을 박원순 시장이 사적 목적으로 했다고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썰전>에서의 발언이 그의 사적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생각되게 만들었다.



공교롭게도 강용석은 같은 날 첫 방영된 tvN <성적욕망> 1회에서 공공연하게 “다음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과 연관지어 <썰전>에서 보여준 강용석의 행보를 생각해보면 그가 정계 진출을 위한 사전 포석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즉 그가 지금껏 해왔던 ‘편 가르기’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마련하려 한다는 것이다.

만일 강용석이 진짜 내년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게 된다면 그동안 <썰전>을 통해 하고 있다고 의심받던 ‘이미지 세탁’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치는 하지 않겠다며 마치 방송인의 길을 걸을 것처럼 보였던 그가 아니었던가. 선거에 나가게 된다면 그는 올 10월부터 방송을 모두 그만 두어야 한다. 법적으로 선거 전 6개월은 방송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10월 방송인 강용석의 행보가 못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JTBC,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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