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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석·강소라와 시끌벅적 홍자매 대본의 부조화
기사입력 :[ 2015-06-12 14:34 ]


‘맨도롱’ 유연석·강소라, 홍자매와 궁합 맞지 않는 까닭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홍자매 극본의 MBC <맨도롱 또똣>은 그 제목처럼 기분 좋게 따뜻한 분위기를 시종일관 유지하고 있다. 가벼우면서도 정겹고, 정겨우면서도 미간을 찌푸릴 일은 없다. 대단한 긴장감은 없지만 홍자매 작품 특유의 톡톡 튀는 상황들의 잔재미가 나른한 흐름을 나른하지 않게 풀어낸다.

<환상의 커플>에서 남해를 배경으로 했던 홍자매는 이번 작품에서 바다 건너 제주도에 상륙한다. <맨도롱 또똣> 배경인 제주도는 사랑의 감정이 유채꽃처럼 피고 조랑말처럼 팔짝 뛰는 섬이다. 이곳에서 어른이 되었을 뿐 아직 진짜 사랑을 모르는 서울내기 젊은 두 주인공 백건우(유연석), 이정주(강소라)는 서로를 통해 사랑을 발견해간다.

두 주인공만이 아니다. 백건우의 큰 형 송정근(이성재) 또한 소랑해녀학교 실습담당 해녀 김해실(김희정)에게 빠져 허우적거리는 중이다. 서울에서 제주도로 시집 와 일 년 만에 남편을 잃고 긴긴 세월 홀로 지내온 해녀 김해실 역시 밀려드는 송정근의 사랑의 파도에 조금씩 마음이 기울어간다. 거기에 이정주가 다녔던 속옷회사의 황토팬티 모델이자 현재는 제주도 소랑마을 읍장인 황욱(김성오)은 이정주 때문에 상사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고 있다. 이쯤 되면 <맨도롱 또똣> 속 제주도의 바닷바람에는 큐피트의 화살이 숨어 있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런데 이 사랑의 섬에서 드라마의 주인공 백건우, 이정주를 각각 연기하는 주연배우 유연석과 강소라는 유채꽃처럼 만발하지도 조랑말처럼 팔짝 뛰지도 못한다. 두 사람은 잘생긴 외모에 요리솜씨는 최고지만 생활태도는 ‘초딩’인 백건우와 눈치 없고 답답한 여주인공 이정주를 열심히 연기하고 있다. 하지만 두 배우는 드라마의 캐릭터가 지닌 한 면만을 깊이 파고드는 바람에 재미난 다른 부분들을 고스란히 놓치고 있다.

<맨도롱 또똣>에서 주연을 맡은 유연석과 강소라 모두 갑자기 반짝 뜬 스타는 아니다. 두 사람 모두 영화 <올드보이>와 <써니>를 통해 대중들에게 얼굴은 알렸지만 그 후 탄탄대로를 걸었던 건 아니었다. 그런 그들에게 TVN의 <응답하라, 1994>와 <미생>은 행운의 작품이었다. 두 사람 모두 본인에게 가장 어울리는 캐릭터를 만난 것이다. 그 덕에 유연석은 칠봉이로 강소라는 안영이로 대중들에게 각인되었다. 두 작품에서 유연석은 묵묵하고 재미없지만 그림처럼 멋진 야구선수, 강소라는 냉철하고 무뚝뚝하지만 그 점이 매력적인 알파걸이었다.



그런 그들이 지상파 드라마의 주연으로 나선 <맨도롱 또똣>은 두 사람 모두에게 꽤 중요한 작품이었을 것 같다. 더구나 두 사람 모두 지상파 주연으로는 신선한 조합이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두 배우 모두 대사가 적고 말이 없던 과거 대표작보다 말 많고 시끌벅적한 홍자매의 작품에서 존재감이 더 약하다. 특히 두 사람이 함께할 때 더더욱 그러하다.

홍자매의 작품 속 캐릭터들은 전형적인 열연보다 능청스러움과 순간적인 센스가 더 중요하다. <맨도롱 또똣>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백건우와 이정주 모두 아직 사랑에 서툰 인물이지만 그들의 감정은 재빠르게 변한다. 드라마의 흐름도 마찬가지여서 슬픈 상황에서 갑자기 코믹한 상황으로 바뀐다. 심지어 어떤 상황이나 대사들은 코믹함과 진지함 사이를 애매하게 간파해 재빠르게 치고나가야 하기도 한다.

<최고의 사랑>이나 <주군의 태양>에서 여주인공을 연기한 공효진은 이런 홍자매 드라마에 최적화된 센스를 보여주는 배우다. <환상의 커플>에서 조안나로 등장한 한예슬 또한 이 드라마에서는 반짝반짝 빛났다. 차승원은 <최고의 사랑>의 독고진이란 괴상하게 늙은 중년스타를 사랑스러운 남자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홍자매 드라마에서 빛난 이 배우들의 장점은 쇼에 선 모델처럼 순간순간의 감정과 분위기를 재빠르게 바꾸는 데 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유연석과 강소라 두 사람은 한 인물의 한 감정을 집중해서 보여주는 데 능한 배우들이다. 그들의 장점이 이 드라마에서는 단점으로 다가온다. 유연석은 백건우의 어린아이 같은 면들을 보여주는 데만 주력한다. 그러다보니 정작 여자의 남자로서 어필해야할 대사나 상황들을 쉽게 놓쳐 버린다. 그런 까닭에 충분히 백건우가 멋있어 보일 수 있는 장면들은 그저 무심하게 지나간다.



강소라 또한 이정주를 너무 묵직하고 답답하게 그린다. 비록 이정주가 여우보다 곰 같은 여자로 설정돼 있긴 하나 <맨도롱 또똣>에서 그녀 또한 감정기복이 심한 인물이다. 기뻤다, 슬펐다, 설렜다, 실망했다, 나섰다, 울적했다, 다시 기뻤다를 반복한다. 강소라는 이정주의 감정변화 하나하나를 성실하게 보여주느라 노력하지만 뻣뻣하다. 그래서 정작 이정주가 지닌 유머러스한 면들은 다 날리고 그녀의 울적하고 궁상맞은 모습만 전면에 부각된다.

그런 이유에서 <맨도롱 또똣>에서 두 남녀커플은 주변의 다른 인물들과 함께 있을 때 더 드라마의 맛이 살아난다. 여주인공 이정주는 제주도 읍장인 황욱과 마주치는 순간순간의 장면들이 오히려 더 활력 있어 보인다. 백건우는 이 드라마에서 제주도 해녀 여사님들과 부딪치고 화해하는 장면들이 흥미진진하며 그 중에서도 고유자(구본임) 여사님과 제일 ‘케미’가 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맨도롱 또똣>에서는 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보다 다른 사랑담에서 더 눈길이 간다. 베테랑급 연기자인 이성재나 김희정은 제주도에서 벌어지는 사랑놀이의 밀고 당김을 팔딱 뛰는 활어마냥 제대로 연기한다. 강소라를 짝사랑하는 제주도 읍장을 연기하는 김성오 역시 의외의 발견이다. 남자들의 드라마에서 항상 살벌하고 무서운 모습만 보여줬던 이 배우가 이렇게 로맨틱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남자를 이토록 귀엽게 연기할 줄 어찌 알았을까?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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