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숙 관행 무시한 장동민, 어떻게 봐야할까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 으레 연예인들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일정 기간의 자숙을 갖는 것이 하나의 관행처럼 되어 왔다. 강호동은 세금 논란이 터지자 즉시 기자회견을 열고 프로그램 하차와 자숙을 결정했고, 김구라는 한참 주가를 올릴 때 과거 인터넷에서 했던 발언이 문제가 되자 역시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후 자숙을 했다. 그런데 장동민은 다르다. 그는 단 몇 년 전 있었던 입에 담기도 어려울 여성 비하 발언과 삼풍 피해자 모욕 발언이 연거푸 논란이 되었지만 ‘하차’나 ‘자숙’에 대한 이야기는 결코 꺼내지 않았다.

“잘못했다”, “죄송하다”는 말만 일관되게 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잘못’과 ‘죄송’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다.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하나 누락된 것이 없다. 모든 프로그램들이 마치 입이나 맞춘 것처럼 끝까지 다 방영됐다. 이미 논란이 가시화되기 전에 찍어놓았던 방송분들은 그나마 이해할 수 있다. 그건 장동민의 문제 때문에 자칫 함께 찍은 다른 출연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잘못’과 ‘죄송’을 연발하면서도 ‘하차’나 ‘자숙’을 얘기하지 않던 장동민은 우려했던 대로 tvN <더 지니어스4>에 버젓이 출연을 결정했다. 장동민은 제작발표회 현장에 나와 “얼마 전 과거발언 때문에 상처받은 분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사과의 말씀 드린다. 진심으로 죄송하다. 앞으로 방송 열심히 해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방송 열심히 해서 보답하겠다”는 말은 마치 자신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방송을 통해 지겠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건 본인의 생각이고 의지다. 시청자들은 과연 이런 보답을 바라는 것일까. 그가 너무 재밌기 때문에 과거의 잘못된 발언쯤은 이제 그냥 넘어가도 된다고 생각할까. 한 마디로 말해 재밌으면 모든 게 다 용서된다는 것인가.



일부에서는 장동민이 무슨 죄가 있냐는 식으로 말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과거에 그저 웃기려고 했던 발언일 뿐인데 특정 세력들이 그를 벼랑 끝으로 몰아갔다고도 말한다. 글쎄. 그렇다고 해도 웃기기만 하면 다라는 생각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웃길 수 있다면 누군가를 모욕주고 욕하는 게 정당하다면 아마 방송은 아노미 상태에 이를 것이다. 이것은 인터넷 방송이라도 해도 예외는 아니다. 적어도 그런 웃음에 대해 혐오를 느낄 수 있는 사회적 공기는 있어야 마땅하다.

사실 방송이 아니라 공식석상에 나오는 것 자체가 용납이 안 되는 일이다. 그것은 자칫 모럴 해저드를 부추기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사회적 책임을 진다는 것은 그런 모습을 보여줄 때 가능한 일이지, 말로는 되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장동민은 지금껏 한 게 말 이외에는 없는 게 사실이다.

놀라운 건 강호동도 이수근도 김구라도 다 그 절차를 겪었던 일을 유독 장동민은 싹 다 무시하고 방송을 강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대체 얼마나 방송가에 영향력이 있으면 이런 일들이 가능한 것일까. 그리고 이런 정도의 영향력은 또 얼마나 방송가에 폐해를 줄 것인가. 대중들이 가진 정서나, 지금껏 흘러왔던 관행들이 모두 무시되는 이런 행보를 대중들은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까.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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