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엽, 오디션 타고 살아나는 이유 있다
[서병기의 트렌드] 신동엽은 강호동과 유재석이 주도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에는 약간 벗어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진행자로서의 자질, 뛰어난 재치를 바탕으로 하는 입담과 순발력은 어떤 MC도 따라오기 힘들 정도로 뛰어나다.
신동엽은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의 강세 속에서 밀린 듯 했지만 프로그램을 맡는 횟수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최근에는 ‘키스 앤 크라이’, ‘불후의 명곡2’ 등 오디션 버라이어티 MC를 맡아 최고의 자리로 다시 부활할 조짐이다.
신동엽은 진행자와 게스트의 구분이 없는 리얼 버라이어티 보다 진행자가 분명한 토크 버라이어티나 오디션 버라이어티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오디션 MC로서는 ‘슈스케2’를 통해 부활한 MC 김성주와는 또 다른 진행법으로 재미를 주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긴장감은 필연적으로 생길 수 밖에 없고, 프로그램의 경쟁력으로도 작용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신동엽의 특기는 그 긴장감을 웃음으로 바꿀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이다.
참가자가 무대에 오르고 심사위원의 평가를 앞둔 긴장된 상황에서도 장난을 치면서 분위기를 전환시킨다. 그래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음악 프로그램이나 피겨 스포츠 프로그램이 아닌 예능물로 만들어낸다. 이는 ‘위대한 탄생’의 MC인 박혜진 아나운서는 아무리 말을 잘하는 능력을 지닌 진행자라 해도 절대로 발휘하기 힘든 재주다.
신동엽은 ‘불후의 명곡2’에서 효린이 계단의 불이 갑자기 꺼지면서 탈락한 아이유에게 달려가 포옹하자 “여자 연예인들은 방송에서는 다 친하다”고 웃음을 준뒤 “그런데 저 두 사람은 실제로도 친하다”고 마무리했다. 신동엽은 ‘불후의 명곡2’에서 전설의 선배들 노래를 부르는 아이돌들을 “새까맣게 어린 친구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해도 자연스럽다.
부활의 베이시스트 서재혁이 ‘불후2’에 출연한 아이돌에 대한 심사평을 내리는 데 대해 “아이돌 팬들의 질타를 어떻게 감당할지 두렵다. 그래도 소신있게 하겠다”고 말하자 신동엽은 “그래요. 솔직하게 말씀하시고 장렬하고 전사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외국 몇 년 나갔다 오시고~”라고 말했다.
송지은이 부활의 ‘회상3’를 너무 긴장해 부르면서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역시 부활 노래는 부활이 가장 잘하고 시크릿 노래는 시크릿이 가장 잘 부르죠. 음악은 아니지만 변태 연기는 제가 가장 잘합니다”고 분위기를 바꾸는 것도 신동엽의 장기다.
신동엽은 ‘키앤크’에서도 유노윤호가 클라우디아에게 연습이 끝나면 새벽 1~2시가 돼 집에 보내야 하므로 탕수육을 사주겠다는 약속을 아직 못지키고 있다고 하자 “청소년기에는 잠도 중요하지만 먹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해 웃음을 주었다.
‘키앤크’의 어린이조인 지희&준환조에는 어린 준환이 누나인 지희에게 매달리는 ‘코알라 리프트’를 선보이자 준환에게 “누나에게 매달리니 어때요”라고 묻고 “혼자보다 든든하다”고 하자 “준환군이 서서히 누나를 흠모하기 시작했다”고 농담을 했다.
신동엽의 이 같은 순발력은 기본적으로 말을 잘하면서도 재미있게 하는 ‘이야기꾼’인데다 오랜 기간 각종 예능물을 진행하면서 터득한 경험에서 나온다.
그가 ‘말빨’ 있는 예능인이라는 사실은 최근 ‘승승장구’에 게스트로 나와 시종 빵빵 터뜨려 늦게 시동이 걸린 ‘승승장구’의 분위기를 살려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Tvn의 ‘러브 스위치’를 보면 신동엽이 얼마나 리얼한 이야기를 맛깔나게 적재적소에 찔러넣는지를 알 수 있다. 생방송으로 2~3시간동안이나 진행되는 연말 시상식 사회를 여전히 자주 맡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신동엽의 진행은 예능 트랜드가 자주 바뀐다 해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실내에서 야외로 예능 공간이 바뀌고 컨셉과 트렌드가 변해도 영향을 덜 받는 ‘원천기술’이라 할만하다.
신동엽은 기자에게 “많은 사람이 나와 춤추고 짝짓기 하는 예능은 나와 안맞는다. 쑥스럽기도 하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신동엽은 그 속에 있을 게 아니라 그 옆에서 그들을 보면서 진행하는 스타일이 더 어울린다.
신동엽은 진지하게 말을 잘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때로는 약간 깐족거리기도 한다. 보는 사람이나 당하는 사람이 기분 나쁘지 않게 말하는 기술을 지닌 재간둥이다.
간혹 자극적인 ‘섹드립’(섹스 애드립)을 쳐 어색하게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기분 나쁘지 않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깨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살짝 던져 웃음을 만들어내는 스타일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에서의 부진을 탈피하고 있는 신동엽이 앞으로도 변화하는 예능 트렌드를 어떤 식으로 타개해나갈지 궁금하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기자 > wp@heraldm.com
[사진 = SBS,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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