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 논란을 타고... 예의 없는 방송 어디까지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우리는 XTM <닭치고 서핑>이 무얼 하는 예능인지 잘 모른다. 아직 방영도 되지 않은 프로그램. 하지만 우리는 이 프로그램이 어떤 논란을 일으켰는지 잘 안다. 이정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불만의 글은 방송사의 갑질 논란으로 이어졌다. “프로그램 섭외 다 해놓고, 인터뷰 촬영까지 다 해놓고, 제작비 관련 프로그램이 없어졌다고 해놓고는 나만 빼고 나머지 멤버들은 다 촬영에 가 있네.” 자기 대신 ‘수근이형이 들어갔다는 게 함정’이라는 태그가 붙어 있었다.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다. 이에 이정은 적이 당황했던 것 같다. 해당 글을 삭제한 그는 “다른 피해가 많아질 거 같은 우려” 때문이라고 밝힌 후, “나머지 받을 사과는 따로 받겠다”고 덧붙였다. 기분 나쁠만한 일이었다. 이정의 주장이 맞다면 마치 프로그램을 할 것처럼 해놓은 상태에서 아무런 양해나 고지도 없이 자기만 쏙 빼놓고 촬영을 간다는 건 비상식적이고 무례한 일이다. 게다가 그 자기 자리에 그와 친한 이수근이 들어있다는 사실은 그를 당혹스럽게 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런 논란이 벌어진 후 비슷한 일을 겼었다는 수중촬영 스태프의 글이 올라온 것. 그는 제작진과 수차례 미팅을 했고 서핑 관련 다양한 정보들을 알아봐줬다고 했다. 촬영일까지 고지한 상황에서 일정을 비워뒀는데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었다는 것. 결국 다른 수중 촬영 감독이 간다는 걸 알게 된 그가 사과를 요구하는 문자를 보냈는데 오히려 ‘무슨 근거로 그런 말하냐’는 회신이 왔다고 한다. 그는 PD를 “비단 출연진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을 그저 쉽게 이용하려고 하는 참 웃긴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최근 들어 벌어지고 있는 방송가의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프로그램이 만들어내는 논란은 물론이고 제작과정에서 벌어지는 논란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 KBS <나를 돌아봐>는 제작발표회에서 김수미와 조용남이 서로를 저격하다가 결국 조용남이 자리를 이탈하는 초유의 사태를 빚었다. 두 사람은 모두 방송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제작진과 출연자들의 설득으로 방송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런 잡음이 방송 전부터 생겨난다는 건 시청자들을 무시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제작발표회장이 어떤 자리인가. 보다 많은 시청자들이 볼 수 있게 프로그램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자리가 아닌가. 그런데 거기서 가장 나이가 많다는 두 사람이 이런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이건 프로의 문제를 떠나서 시청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아니다. 혹시 뭘 해도 되는 위치에 있다고 스스로를 판단하는 것인가.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는 최근 스킨십을 과도하게 하는 아빠를 과장되게 연출함으로써 그 가족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게 만들었다. 짧은 시간 안에 서로 다른 두 입장을 극적으로 그려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연출과 개입은 필요할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과욕은 자칫 ‘악마의 편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여지없이 보여줬다.

방송사들이 저마다 자신들을 시청자들의 친구라고 말하고, 시청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추구한다고 말하지만 최근 일련의 논란들을 들여다보면 과연 그게 진심인가가 의심된다. 때로는 방송 그 자체보다 더 시끄러운 잡음들이 제작과정에서부터 터져 나온다. 항간에는 그것조차 노이즈 마케팅의 일환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도대체 예의 없는 이러한 방송행태를 언제까지 보고만 있어야 할까.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이정 인스타그램, KBS,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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