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봐’ 김수미의 복귀 환영받을 일인가

[엔터미디어=정덕현] KBS 예능 <나를 돌아봐> 하차를 선언했던 김수미는 제작진과 출연진들의 끈질긴 설득 끝에 이를 번복했다. 이미 방영된 예고편에서는 김수미가 등장해 “드루와 드루와 드루와 드르와”를 외치는 장면이 방송을 탔다. 사태가 벌어지기 이전에 만들어진 예고편이라고 해도 이것은 김수미의 복귀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김수미의 복귀가 단지 환영받을 일인가는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즉 그녀는 이번 사태에서 인터뷰를 통해 <나를 돌아봐> 전격 하차는 물론이고 연예계 활동 중단까지 얘기했었다. 장동민 대신 박명수와 짝을 이루게 되면서 “전라도라 꽂아줬냐”는 식의 지역 색을 드러내는 악플에 괴로웠다는 것. 그녀는 악플의 괴로움 때문에 스스로 울며 머리카락을 잘랐다고 말했고, 방송 대신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다시 한 번 나를 돌아보겠다”고도 말했다.

악플과 자해, 그리고 정신과 치료. 이건 결코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만큼 김수미의 심적 상태가 불안정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문제의 갈등이 빚어졌던 조영남이 꽃다발을 선물하고 손 편지를 쓴 것으로 김수미는 결국 하차 번복을 하기에 이르렀다.

시청률 운운하며 빚어진 김수미와의 갈등으로 제작발표회장을 무단으로 이탈했다가 다시 돌아온 조영남이나, 그 후 악플에 시달린다며 하차 선언을 해버렸다가 또 복귀하게 된 김수미. 너무 쉬운 하차 선언과 그만큼 또 쉽게 이뤄진 하차 번복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은 씁쓸하기 이를 데 없다. 마치 나이를 훈장처럼 달고 하는 전횡을 보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사안들의 불편함과 씁쓸함을 떠나서 정신과 치료까지를 얘기했던 김수미가 <나를 돌아봐>에 복귀한다는 사실은 그리 간단하게 보기가 어렵다. 즉 이렇게 불안정한 상태에서 방송을 강행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또 그렇게 한다고 해도 제대로 된 방송이 나오기는 하는 것인지가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시청자들은 김수미와 조용남의 실체를 마주하게 되었다. <나를 돌아봐>라는 프로그램은 제목처럼 역할을 바꿔 놓아 자신을 되돌아보는 역지사지의 콘셉트를 갖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안으로 자신을 돌아봐야 할 이들은 김수미와 조용남 자신들이라는 의견이 많다. 그들이 누군가를 돌아보게 만들 상황이나 처지가 아니라는 거다.

이미 생긴 불편한 마음은 김수미와 조용남의 방송 출연을 영 탐탁찮게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에 나오게 되면 자칫 지속적인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그것은 김수미가 머리카락을 자르게 된 악플의 고통만큼 클 수 있다. 이것은 정신과 치료까지를 얘기했던 김수미에게는 더 치명적일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런 행보들은 김수미 본인에게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다. 그녀는 지금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오래도록 해온 방송활동과 실제의 여린 모습과는 상반되게 비춰지는 방송 이미지 사이의 괴리는 그녀에게 많은 심적 괴로움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어찌 보면 이번 사태는 더 큰 문제가 벌어지지 않도록 생겨난 기회일 수 있다. 그녀의 말대로 찬찬히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 그런데 방송 강행은 그런 소중한 기회를 저버리게 하고 있다. 과연 김수미의 방송 복귀는 환영받을 일일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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