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입장에선 베끼기 논란이 억울하겠지만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KBS <1박2일> 발리 특집은 참신한 기획일 수 있었다. MBC <무한도전>이 ‘방콕 특집’을 하지 않았었다면 말이다. 해외의 휴양지로 여행을 떠날 것처럼 꾸몄다가 국내에서 그 여행을 대신하는 콘셉트는 이미 <무한도전> 방콕 특집을 통해 대박을 쳤던 아이템이었다. 그러니 <1박2일>이 휴가철을 맞아 ‘발리 특집’이라고 붙여 놓았어도 그다지 새롭게 여겨지긴 어려울 터였다.

게다가 <1박2일> 아닌가. 해외여행은 언감생심이다. 하다못해 남극을 간다고 해도 세종기지라는 명분이 필요하고, LA를 간다고 해도 한인 타운이라는 취지가 있어야 가능할 일이다. 그런데 진짜 발리는 갈래야 갈 수가 없는 곳이다. 그러니 일찌감치 이 아이템은 발리가 아닌 국내의 어딘가에서 발리 체험을 하는 것을 눈치 챌 수밖에 없다.

그나마 새롭다고 여겨진 건 울산에 발리라는 곳을 실제로 찾아내 보여줬다는 점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울산 발리라는 지명이 가진 재미를 빼놓고 보면 나머지 콘셉트는 <무한도전> 방콕 특집과 다를 바가 없었다. 발리의 리조트의 럭셔리한 모습을 먼저 보여주고, 상반되게 울산 발리를 비교해주는 방식. 꽹가리로 환영식이 열리고, 웰컴 드링크로 복불복이 벌어지는 것도 이미 <무한도전> 방콕 특집의 아이디어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그리고 이어진 온천에서의 복불복은 <해피투게더>의 쟁반 노래방을 그대로 가져왔다. 노래를 끝까지 다 불러야 열탕에서 나올 수 있는 복불복. 이것 역시 새로운 것이라고 보기엔 어려웠다. 반복되는 실패와 점점 힘들어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은 그래서 뒤로 갈수록 조금은 지루해질 수밖에 없었다.



사실 <1박2일>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이것은 어쩌면 국내의 거의 모든 예능이 가진 마음을 수 있다. <무한도전>이 매번 새로운 아이템들을 도전해온 것이 10년이 넘었다. 그러니 웬만한 것들은 대부분 <무한도전>이 시도했던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뭘 해도 아이템이 겹칠 수밖에 없다는 토로는 그래서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사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발리특집’은 너무 안이한 기획이 아니었나 싶다. 설혹 ‘발리’라는 지명을 가진 곳이 주는 재미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소재를 다른 방식으로 스토리텔링할 수는 없었던 걸까. 즉 <무한도전>에서 방콕 간다며 공항까지 갔다가 돌아와 어느 옥탑방에 데려가 방콕 체험을 시켜주는 콘셉트와 <1박2일>이 발리 데려간다며 울산의 발리에 내려주고 거기서 발리 체험을 하는 콘셉트는 그 이야기 방식으로 보면 다를 것이 없었다.

차라리 울산을 여행하다가 발리라는 지명을 발견하고 찾아가는 콘셉트로 이야기를 풀었다면 다른 느낌을 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 <1박2일>은 <1박2일>만의 고유의 색깔을 가지고 있을 때 빛날 수밖에 없다. 복불복이 그 중요한 색깔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리 오래 되지도 않는 <무한도전>의 아이템을 그대로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 방식은 너무 안이한 선택이 아닐까. 좋은 소재를 너무 쉬운 방식으로 풀어낸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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