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언즈’, 아무리 만화영화라도 이렇게 부실해서야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슈퍼배드>의 그 귀여운 캐릭터들을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영화 <미니언즈>의 개봉이 무척 반가웠을 것이다. 게다가 예고편에서 잠깐 보여준 악당을 찾아나서는 이색적인 캐릭터 미니언즈의 빵빵 터트리는 슬랩스틱식 유머는 이번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여주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은 그 슬랩스틱이 처음에는 우습지만 차츰 반복되면서 실종된 스토리 속에서 방향성을 잃고 지리멸렬해지면서 사라진다. ‘핵꿀잼’을 기대했던 만큼 ‘핵노잼’의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하다.

<미니언즈>는 캐릭터를 위한 캐릭터에 의한 캐릭터의 쇼에 가깝다. 거기에 영화로 묶어질 만큼의 어떤 일관된 스토리를 기대하는 건 그래서 금물이다. 길을 떠나는 로드무비 형식을 차용하고 있다고 해도 왜 미니언즈들이 최고의 악당을 찾기 위해 그 오랜 세월을 헤매고 다니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이유는 들려줘야 하지 않았을까.

이런 의문은 성인의 마인드로 <미니언즈>라는 애니메이션을 보는데서 생겨나는 착시일 수 있다. 실제로 영화관에서의 반응을 보면 미취학 아동들이나 저학년 아이들은 중간 중간에 미니언즈들이 벌이는 일차원적인 웃음에 빵빵 터지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즉 <미니언즈>는 스토리를 별로 기대하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그럭저럭 웃음을 주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조금 성장한 청소년이나 어른들에게는 맥락 없는 웃음에 허전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즉 <슈퍼배드>나 거기서 곁가지로 나온 <미니언즈>나 캐릭터들은 우리가 애니메이션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봐왔던 선을 추구하는 존재들이 아니다. 오히려 최고의 악당을 찾는 것이 재미의 포인트가 되는 캐릭터들이다.



즉 어떤 면으로 보면 착한 척 하는 캐릭터들의 위선을 꼬집는 통쾌함이 그 안에는 들어 있다는 점이다. 미니언즈들을 보며 마치 악동의 순진무구함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그래서다. 하지만 제 아무리 캐릭터 설정이 그렇게 되어 있다고 해도 그것을 그저 웃음과 재미의 소재로만 담을 일은 아니다. 그만한 이야기를 통해 왜 이 캐릭터들이 이렇게 악을 추구하는가를 살짝이라도 보여주는 게 영화도 캐릭터도 더 재미있어질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애니메이션은 더 이상 아이들만의 전유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결국 아이들 손을 잡고 영화관에 들어가는 건 어른들이다. 그러니 어른들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건 제 아무리 아이들 용 애니메니션이라고 해도 성공가능성이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최근 개봉해 화제도 되고 좋은 성적을 내기도 했던 <인사이드 아웃>은 아이들용이라기 보다는 어른들용이라고 해도 괜찮은 스토리와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주었다. <인사이드 아웃>은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무거운 스토리라는 약점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어쨌든 어른들의 취향을 제대로 공략한 덕에 이 영화는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미니언즈>가 아쉬워지는 건 바로 이 지점이다. 굳이 어른용의 스토리가 아니라 적어도 미소가 지어질 정도의 그럴듯한 이야기를 이 귀여운 캐릭터들이 가질 수 있었다면 금상첨화가 됐을 거라는 점이다. 제 아무리 귀여운 캐릭터도 스토리가 부재하면 공허해질 수 있다는 걸 <미니언즈>는 잘 보여주고 있다.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미니언즈>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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