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홍철과 이수근 복귀에 대한 온도차가 말해주는 것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이수근으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불법도박으로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후 1년 반 넘게 자숙을 해오던 그가 방송에 복귀하는 것에 대해 대중들의 시선은 차갑기 그지없다. tvN ‘SNL코리아’에 호스트로 나왔던 김병만의 게스트로 잠시 얼굴을 내민 이수근은 그 이후 KBSN의 당구 예능 <죽방전설>으로 본격 방송을 재개했고, 최근에는 나영석 PD와 <1박2일> 옛 친구들이 함께하는 <신서유기>를 촬영했다.

하지만 이수근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심지어 그를 껴안은 나영석 PD에게까지 그 흙탕물이 튀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악플이 거의 없던 나영석 PD지만 <신서유기>는 무리수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악플의 진원지에는 다름 아닌 이수근이 있다. 그는 어쩌다 대중들로부터 이런 차가운 시선을 받게 되었을까.

이수근이 억울할 수도 있겠다고 한 까닭은 거의 비슷한 시간대에 자숙을 끝내고 방송 복귀를 준비하고 있는 노홍철에 대한 반응이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노홍철은 지난해 11월 음주운전으로 입건되어 <무한도전>을 비롯한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자숙기간을 가졌다. 하지만 방송복귀까지의 자숙기간은 결과적으로 보면 1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이었다.

게다가 노홍철은 자숙기간에도 가끔씩 그의 일상이 뉴스에 공개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외여행을 가서 찍혀진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고, 주민들과 소통하는 모습이 뉴스거리가 되기도 했다. 이수근이 가끔 후배들의 개그공연을 도와주는 정도로 뉴스가 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자숙의 풍경이다. 기간도 다르고 자숙의 느낌도 완전히 다르지만 그 반응은 정반대다. 노홍철의 복귀에도 비판적인 시선들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팬들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수근은 팬이 없는 스타처럼 댓글의 뭇매를 맞기 일쑤다.



어떤 이들은 이것이 이중 잣대임을 비판한다. 하지만 연예인의 잘못과 자숙 그리고 복귀는 법적인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정해져 있는 자숙의 기간이나 내용이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연예인이 자숙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얘기하면 다시 돌아오기 위함이다. 어떤 이들은 쉽게 돌아오고 어떤 이들은 오랜 기간을 거쳐도 돌아오기가 쉽지 않다.

그 차이는 자숙의 기간이나 내용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지금 현재 해당 연예인이 얼마나 대중의 부름을 받고 있느냐다. 그것은 호감이냐 비호감이냐 하는 이미지의 문제가 크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도 역시 방송 현장에서 효용가치가 있는가 하는 트렌드의 문제일 수도 있다.

이미지로만 보면 노홍철은 밝고 이수근은 어둡다. 잘못을 저지르고 자숙을 하는 기간에도 이 이미지는 오히려 더 강화되었다. 노홍철은 그 기간에도 밝은 모습을 간간이 보여줬던 데 반해, 이수근은 이상하리만치 어둡게 고개 숙인 이미지로만 다가왔다. 즉 자숙은 중요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고개 숙인 이미지만을 자꾸 보여주는 건 대중들로서는 호감을 잃게 만드는 일이라는 점이다. 방송은 하지 않더라도 밝게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걸 이수근은 좀체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보다 더 큰 건 현재의 예능에서의 효용가치다. 노홍철은 이미 <무한도전>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형 예능은 물론이고, <나 혼자 산다> 같은 리얼리티쇼 트렌드에도 잘 어울린다는 걸 입증해보인 바 있다. 그는 <무한도전> 시절에도 자신의 사생활을 대중들과 공유하자는 극단적인 이야기까지 했던 인물이다.

이수근은 이런 노홍철과는 사뭇 다르다. 그는 <1박2일>에서 틈새 개그를 통해 펄펄 날았지만 그 후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다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즉 이수근의 예능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감이 낮다는 점이다. 과거의 잘못이 만들어낸 비호감 이미지는 그의 어두운 얼굴과 덧붙여져 더 커져버렸고, 거기에 달라지고 있는 예능 트렌드에 제대로 한 방을 보여주지 못한 면은 이런 이미지를 온전히 떨쳐낼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던 것이다.

자숙과 복귀를 결정하는 건 연예인 당사자들이다. 거기에는 어떤 정해진 룰이나 법이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건 대중들이다. 이 점은 어떤 면으로 보면 정해진 룰이나 법보다 더 혹독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노홍철은 되는데 이수근은 안된다면, 그것은 단지 자숙과 복귀의 양상이 만들어낸 차이가 아니라 그간 쌓여져온 이미지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일이다. 이 온도차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이수근은 좀더 자신의 이미지 관리에 있어서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KBSN, tvN, 온라인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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