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중권씨 말씀 듣고 자신감 회복했다”[인터뷰]

[엔터미디어=정석희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 KBS2 <해피 선데이>‘1박2일’(이하 1박 2일)과 QTV <수미옥>의 행보에는 뚜렷한 차별점이 있다. <1박2일>이 늘 굶주림에 허덕이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라면 <수미옥>은 늘 한상 차려 잘 먹이는 프로그램이니 말이다. 소집 해제 후 일 년 반, 존재감 논란을 거쳐 이제는 서서히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며 솔직한, 이 두 프로그램의 ‘고정 멤버’, 김종민을 만났다. (인터뷰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리 최정은)

정석희: 소집해제로 ‘1박 2일’에 재투입 된지 어느새 일 년 반이 지났네요. 그 동안 존재감 논란이 꽤 거셌죠. 심지어 하차까지 거론되기도 했고요. 그러나 어느 순간, 그런 얘기들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어요. ‘어떻게 된 일이지?’ 했는데 <수미옥>을 보니 그 이유가 짐작이 가더군요. 김수미 씨께서 많은 도움을 주시던데요? 예를 들어 이순재 선생님께서 오셨을 때만 해도 질문을 하려다 잠깐 주춤하니 어서 해보라며 추임새를 넣어주시더라고요. 기를 살려주신다고 할까요?

김종민: 맞습니다. 제가 뭘 못하더라도 자꾸 괜찮다고 격려해주세요. 역할도 많이 맡겨주시고 재미있다고 항상 칭찬해주시고요. 그런데 이상하죠? 따님 소개는 안 시켜 주세요. (웃음) 사실 ‘1박 2일’ 여배우 특집 때도 알게 모르게 저를 많이 챙겨주셨어요. 저로서는 정말, 정말 고맙죠. 그런데 제가 그런 마음을 표현을 통 못해요. 실제로 낯을 가리는 편이기도 하고요.

정석희: 처신 잘 할 줄 모르고 약지 못해 우물쭈물 하는, 그런 순수함을 예뻐하시는 것인지도 몰라요. 속내가 착하다는 건 이미 아실 테니까요. 하지만 조금은 표현을 하는 것이 좋아요. 표현 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은 다르거든요. 어쨌거나 김종민 씨의 예능 적응은 <수미옥>에서 물꼬가 터진 셈이네요.

김종민: 네, 그래서 더더욱 김수미 선생님께 감사드려요. 아, 그리고 2회 때 초대 손님 진중권 씨께서 해 주신 말씀이 있어요. 연예인은 도덕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줘야 한다고요. 그 말씀을 듣고 내가 뭔가를 잘 못하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자신감도 좀 붙어서, 이를테면 ‘1박 2일’에서 퀴즈를 풀 때도 알거나 모르거나 적극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정석희: <수미옥>에 초대되신 분들 중 또 기억에 남는 게스트가 있나요?

김종민: 아시다시피 대단한 분들이 게스트로 나오기 때문에 여러모로 많은 걸 배우고 있어요. 5월이었을 거예요. 소설가 김홍신 씨가 나오셨는데요. 그 분의 말씀 중 마음에 와서 콱 박히는 대목이 있었어요. 그 말씀, 평생 죽을 때까지 좌우명으로 삼으려고요. 부자든 가난하든, 장수했든 단명했든, 유명하든 무명이든 죽어가면서 마지막 후회 세 마디가 있대요. ‘그때 좀 참을 걸, 그때 좀 베풀걸, 그때 정말 재미있게 살다 올 걸’이라고 하시더군요. 꼭 기억할 겁니다. 그런가하면 외국에 혼자 나가 성공해 돌아오신 김준희 씨도 멋있었고, 아! 에드워드 권 씨도 좋아요. 우리나라 말이 하나도 안 통하는 외국에서 너무 힘들어 비 오는 날 차 안에서 많이 울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그분은 자신감이 장난이 아니에요. 아무래도 지독한 고통 속에서 나온 자신감이기 때문이겠죠. 오셨던 분들 모두 다 기억에 남습니다.

정석희: 역시 김수미 씨라고 생각되는 것이, 뭐랄까? 연륜에서 오는 사람을 아우르는 기술이 확실히 있으시더라고요. 손님이 말하기 싫어할만한 소재는 알아서 걸러 주면서도 과감하게 물어볼 것은 물어보고, 그러면서도 기분 상하지 않게 스스로 털어 놓게 만드는, 뭐 그런 것들 말이에요.

김종민: 저도 기회라고 생각하고 한참 배우는 중이지만, 그런 경지에 오르려면 대체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요? <수미옥>에는 평소 예능에서 보기 어려웠던 분들도 많이 나오시는데요. 김수미 선생님께서 부르시는데 감히 누가 거절을 할 수 있겠어요. (웃음)

정석희: 매번 음식을 그 자리에서 해서 바로, 바로 먹더군요. 진짜 그런가요?

김종민: 많은 분들이 그 점을 궁금해 하시던데요 (웃음) 먹는 건 진짜 잘 먹어요. 다른 방송은 미리 준비해둔 음식이 나오기도 하는데 <수미옥>은 바로 해서 뜨끈뜨끈한 걸 먹어요. 하도 맛있게 요리를 해 주셔서 방송도 잊고 먹고만 있을 때가 있습니다.



정석희: 생각해보니 신기하더라고요. <수미옥>은 너무 먹고 <1박 2일>은 너무 굶고, 또 강호동 씨는 호통을 치고 김수미 씨는 기를 살려주시니 말이에요. 이쪽에서 단련을 시키면 이쪽에서 품어주고 하는 대치 상황이 재미있어요. 사실 공익 가기 전에 말이에요. 강호동 씨와 합이 참 잘 맞는 편이었잖아요? 예전의 관계를 기대하고 돌아왔을 텐데 상황이 달라졌음을 실감했을 때 혹시 서운하지 않았나요?

김종민: 기대는 했었어요. 하지만 서운하다기 보다는 미안함이 열배, 백배 클 수밖에 없죠. 너무 미안해서 더 잘 못했던 것 같아요. 못하니까 자꾸만 눈치를 보게 되고, 그래서 악순환이 계속 된 거예요.

정석희: 너무 말이 없으니까 시청자 입장에서는 시쳇말로 날로 먹는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요? 김종민 씨의 멘트가 편집이 많이 됐던 건가요?

김종민: 아니에요. 저는 거의 편집이 없었어요. 진짜에요. (웃음) 편집 때문에 제 분량이 적어진 게 아니라 정말 말을 안 하는, 아니 못한 거예요. 1박 2일이니까 거의 48시간인데요. 말 한마디를 제대로 못 할 정도로 처음엔 쑥스럽더라고요. 이상하죠, 참? 다 알고 잘 지내던 멤버들이고 스태프들인데도 2년이라는 시간 사이 너무 어색해졌다는 사실에 저도 놀랐어요. 그만큼 제가 의기소침해 있었던 거겠죠. 모두가 주목하고 있으리라는 것도 부담이고요. 그리고 멤버 모두가 정신없이 매일매일 바쁜 사람들이잖아요? 2년 동안 연락을 잘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고요. 열심히 안 한다는 비난도 많았는데요. 마음은 굴뚝같은데 몸이 맘대로 안 되더라고요. 그땐.

정석희: 어색해서 마음이 안 좋았겠어요.

김종민: 형들 쪽에서도 당연히 마음이 좋지 않았겠죠. 걱정도 많이 했을 거고요. 제가 그 마음, 잘 알아요. 버릴 수도 쓸 수도 없는 애물단지였죠. 형들에게도 제작진에게도.

정석희: 도망가고 싶었나요?

김종민: 그 반대였어요. 심적으로 너무 바닥이니까, 아예 최악의 상황이니까 ‘오늘은 지난번보다야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정말 아주 조금씩이지만 나아지고 있더라고요. 기다려준, 그리고 지금도 기다리고 계신 많은 분들의 고마움, 잊을 수 없습니다.

정석희: 고비를 넘긴다는 게 사실 쉽지 않은 일이죠. 예전에 같이 러브 버라이어티 하던 연예인들 중에 어느 결에 사라져버린 친구들 많잖아요. 그 당시 코요테와 어깨를 겨루던 그룹 중에는 거의 유일한 생존자가 아닐까 하는데요.

김종민: 일단 저는 팀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든든하죠. <1박 2일>, <수미옥>도 그렇고 <코요테>도 그렇고요. 저에겐 천군만마죠. 그러나 특히나 천명훈 형에게는 항상 미안해요. 집세 절약하느라고 한때 잠깐 같이 살기도 했었거든요. 하지만 엄청 노력하고 있으니까 얼마 후에는 분명히 명훈이 형도 분명 잘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정석희: <1박 2일>, 김수미 씨 몰래 카메라 때 정말 놀랐겠어요.

김종민: 현장에서 진짜 놀랐어요. 갑자기 숨을 안 쉬시니까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순간 멍했어요. 시청자들께서 놀라실까봐 편집이 많이 되어서 그렇지 실신하신 시간이 꽤 길었었거든요. 세상이 정지된 것 같았죠. 저는 그저 119 생각만 났어요.



정석희: 그날 밤, 김하늘 씨가 이상형으로 본인을 뽑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데 그건 대체 어디서 오는 ‘근자감’이었나요?

김종민: 제가 입수할 때나 무슨 말을 했을 때 김하늘 씨 리액션이 정말 컸거든요. 착각도 할 만하죠 뭐.(웃음) 그런데 막상 이상형으로는 은지원 씨를 지목해서 진심으로 실망했어요. 결혼 유무를 떠나서 남자들은 왜 그런 묘한 설렘이 있잖아요. 아마 은지원 씨도 표현은 못했지만 내심 좋아했을 걸요. (하하)

정석희: 은지원 씨랑은 얼마 전에 가장 친한 멤버로 서로를 지목해 최고의 커플이 되었더군요.

김종민: 아, 그때 기분이 참 좋았어요.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마음이 서로 통했다는 게 뭐라 말할 수 없이 흐뭇하더라고요. 저를 챙겨주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묘한 건요. 그 이후 엄청 어색해졌다는 거예요. 괜히 마음이 이상해져서 눈을 못 마주치겠더라고요. (하하)

정석희: ‘여배우 특집’에서는 누가 젤 예쁘던가요?

김종민: (망설임 없이)최지우 씨요. 인간적이고 귀엽고 무엇보다 옆 사람을 잘 챙겨 주세요.

정석희: 짐작은 했지만 만나 보니 정말 낙천적이고 긍정적이네요.

김종민: 제가 속으로 강한 면이 있어요. 몰랐는데 요즘 힘들어 보면서 느꼈어요. 더 떨어질 곳이 없게 계속, 계속 내려앉기만 하는데, 그런데 다행히 제 마음은 무너져 내리지 않더라고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해온 덕일지도 몰라요.
(2편으로 계속됩니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entermedia.co.kr


[사진 = 전성환 기자 shjeon0877@enter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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