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회 맞은 ‘그것이 알고 싶다’, 자축보다는 문제제기를 하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1000회를 맞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왜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구치소에서의 특혜를 집중 조명했을까. 1000회라고 하면 무언가 그간의 <그것이 알고 싶다>가 해왔던 일들과 그 성과들을 재조명할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는 그런 ‘기념 방송’을 하기보다는 지금 현재에도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편부당한 일들을 알리는 것을 선택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포착한 건 구치소에서 자행되고 있는 법 정의의 불공정. 누구나 들어서 막연히 알고 있을 만한 이른바 ‘범털’과 ‘개털’의 현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가 자세히 들여다 본 교도소 내 범털들의 수감 생활은 놀라운 각종 특혜들로 거의 수감생활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른바 ‘집사 변호사’라고 불리는 이들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 접견이라는 명목으로 불러내 이들은 대부분의 수감생활을 접견실에서 보내고 있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우 매일 아침 일찍부터 저녁 5시까지 ‘긴 외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녀는 하루 두 번꼴로 구치소를 나와 접견실에서 변호사를 만난 것으로 되어 있었다.

심지어 그녀는 외부 의료진을 불러 2번이나 치료를 한 걸로 드러났다. 물론 이러한 변호사 접견과 의료진 치료가 불법은 아니다. 즉 그러한 법적 조항들이 수감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라는 점이다. 하지만 그것이 공평하게 모두를 위한 법 조항이 되지 못하고 ‘가진 자’들만을 위한 특혜로 활용되고 있다는 건 분명 잘못된 일이다.



가진 자들은 그 안에서도 가진 자들이었다. 공평한 룰 따위는 없었다. 그들은 여전히 그 안에서도 떠받들어지는 회장님이고 의원님이었고 금지된 외부 음식들을 반입해 먹는가 하면 휴식시간 같은 규정도 지켜지지 않았다. 그들이 구치소에서 보내는 대부분의 시간에서 교정의 의미를 찾기는 어려웠다. 유유자적 자신들만의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

그것이 가능했던 건 결국 돈이었다. 돈이 있는 이른바 ‘범털’들은 법 조항을 이용해 갖은 특혜를 받고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심지어 죽음을 앞둔 고통 앞에서도 아무런 조치를 받지 못하고 죽어갔다. 그래서 구치소에 들어간 이들이 그 시간을 통해 배우는 건 “결국 돈이 모든 걸 해결해준다”는 비뚤어진 의식뿐이었다고 한다.

사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이른바 ‘땅콩회항’ 논란으로 들끓는 여론이 그나마 조금 잠잠해졌던 건 그녀가 구치소에 수감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과연 끝이었을까. 그 안은 또 다른 ‘갑질’의 현장이었다. 대부분의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재벌가의 사건사고들이 나올 때마다 그들은 고개를 숙인 채 구치소로 들어갔지만 그 안에서 법정의의 공정함 따위는 없었다는 것.



<그것이 알고 싶다>는 왜 1000회를 자축하기보다는 오히려 구치소 안의 문제까지 들춰내 그 안에서 자행되고 있는 불공정한 법 집행의 문제제기를 했을까. 그것은 아마도 우리네 현실이 그렇게 한가한 자축을 할 만큼 여유롭지 않다는 걸 말해주는 건 아닐까.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그것이 알고 싶다>가 또 다른 문제제기를 통해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한 것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 현실의 불편부당한 일들을 아는 것. 그래서 그 현실이 바뀌기를 촉구하는 일. 그것이 <그것이 알고 싶다>가 지금껏 1000회에 걸쳐 해왔던 일들이기 때문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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