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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셈블리’, 국회의원들은 이 드라마를 어떻게 볼까
기사입력 :[ 2015-09-11 11:07 ]


‘어셈블리’, 이상하게 가슴이 뭉클해지는 순간이 있다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KBS 수목드라마 <어셈블리>는 좌파와 우파가 신념을 위해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이는 딱딱한 정치드라마는 아니다. 사실 대한민국 국회를 배경으로 진지하게 보수와 진보의 신념싸움을 벌이기란 조금 민망해지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어셈블리>가 한국 정치의 민망한 알몸을 그대로 그린다고 볼 수는 없다. 시청자들의 피곤을 덜어주기 위해서인지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정현민 작가는 국회를 배경으로 일종의 우화 드라마를 뽑아낸다.

벌크선 용접공 출신의 국회의원 진상필(정재영)은 이 우화의 주인공이다. 진상필은 여당 국민당의 사무총장인 백도현(장현성)의 정치적 작전의 일환으로 경제시의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된다. 그런데 국민당 친청계에서 쓰고 버릴 카드로 우습게 본 진상필은 알고 보니 국민 진상이었다. 그는 사사건건 국민당의 일에 딴죽을 건다. 그리고 대부분의 우화가 그렇듯 우직하고, 솔직하고, 가슴 뜨거운 주인공은 언제나 냉정하고 차갑고 권모술수에 능한 이들에게 승리한다.

물론 이 남자 옆에는 이 남자를 말렸다가 이 남자의 대책 없지만 인간적인 진상에 결국 감동해버리는 보좌관 최인경(송윤아)이 있다. 최인경의 도움으로 국회의 천둥벌거숭이인 진상필은 어느 계파에도 속하지 않는 ‘딴청계’를 만들고 국회의원들이 아닌 국민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다. 고등학교 중퇴 학력의 용접공 출신의 남자가 제대로 된 국회의원으로 발돋움하는 정말 우화 같은 이야기인 셈이다.

잠깐, 그런데 우화는 사람이 주인공이 아니라 여우나 곰, 돼지, 쥐, 개, 소, 닭 같은 동물을 의인화한 이야기 아니냐고? 맞다. 그러니까 <어셈블리>는 대한민국 정치판의 우화인 셈이다.



하지만 아무리 우화 드라마라도 <어셈블리>에는 말랑말랑한 교훈이 아닌 단단한 뼈가 숨어 있다. 이 드라마는 한국 정치를 움직이는 거대한 힘이 무엇인지 리얼하게 보여준다. 그건 달콤해서 서로 나눠 먹고 남의 입에 든 걸 다시 뺏어먹기도 하고 버리려고 해도 쉽게 버릴 수 없는 바로 그 엿 같은 권력이다. 그리고 이 권력이란 엿을 놓치지 않기 위해 <어셈블리> 속 국회의원들은 정치공학에 맞춰 움직인다.

“정치적으로 이득이 된다면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게 정치판입니다. 그런 걸 정치공학이라고 부르죠.” (최인경)

야당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특히 국민당의 국회의원들은 이 정치공학에 익숙한 이들이다. 국민당의 반청계가 몸으로 부딪치고 싸우면서 우격다짐으로 얻어낸 ‘몸빵’ 정치공학이라면 백도현과 홍창미(김서형)로 대표되는 친청계는 그보다 더 치밀하고 이성적인 판단력으로 움직이는 세련된 정치공학이다. 한쪽이 짐승처럼 본능적으로 권력에 능하다면 한쪽은 감정 없는 컴퓨터처럼 권력에 능한 패거리인 셈이다. 물론 우화답게 드라마 상에서 이들은 드라마 내에서도 똑똑한 척해도 결과적으로는 어리바리한 경우가 많다. 가끔은 국회의원들이 아니라 국회의 요정들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리고 이 정치공학의 한가운데에 미지수인 국민당의 딴청계 진상필이 있다. 물론 <어셈블리>는 주인공 진상필을 처음부터 초인적인 인물로만 그리지 않는다. 그는 반청계의 아바타 강상호(이원재)에 버금가는 친청계의 돌격대가 되기도 한다. 혹은 계파가 주는 달콤한 안락에 잠시 기대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다른 국민당 국회의원과 다른 점이 있다. 달콤한 엿 같은 권력을 위해서가 아닌 국민을 위해 일하는 국회의원을 꿈꾸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처음 되면요. 처음 돼서 하는 선서가 있는데(중략) 거기 뭐라고 써져 있냐 하면 국민의 자유와 복리 증진, 국가 이익에 우선 양심. 이 세 가지가 골자예요. 저요, 지역 이기주의에서 앞장서는 그런 영업사원 안 합니다. 저요, 나라 전체와 국민을 함께 생각하는 그런 진짜 국회의원. 저요, 정말 국민들한테 떳떳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그런…… 진짜, 진짜 그런 국회의원이 되고 싶습니다.” (진상필)

가끔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열혈 휴머니즘 넘치는 이 진상필 캐릭터는 그런데 의외로 힘이 있다. 거기에는 비현실적인 영웅이란 걸 알지만 새는 발음과 갈라지는 목소리 붉어지는 얼굴빛 하나까지도 진상필의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정재영의 열연도 한 몫 한다. 하지만 정재영의 연기가 아니더라도 <어셈블리>를 따라가다 보면 이상하게 가슴이 뭉클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건 진상필이란 인물의 목소리에는 사람의 목소리, 무엇보다 우리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존재의 목소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권력의 엿을 맛보느라 스스로 썩어가는 줄도 모르는 국회의원들에게 버럭 소리 지르는 진상필의 말은 그래서 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 그의 목소리는 바로 정치인들에게 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와 다르지 않다.

“만날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정치공학을. (중략)만날 눈치보고 만날 떼거리로 몰려다니고 그러니까 우리 눈앞에서 우리 코앞에서 그렇게 불쌍한 사람들이 만날 울고 있는 걸 그걸 못 보고 있는 거 아니에요. 여러분들이, 국희의원 여러분들이.” (진상필)

<어셈블리>에서 국민당의 어리석은 국회요정들은 진상필의 모습에 감화되고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다. 반청계의 아바타는 진상필의 말에 은근히 감동하고 그를 무시하던 친청계의 홍찬미 의원은 어느새 진상필의 편에 선다.

하지만 훈훈한 우화는 딱 여기까지다. 무엇보다 현실 속 정치인들이 이 뭉클한 국회 우화 <어셈블리>에서 교훈을 얻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국민도 알고 그들도 알고 울릉도 호박엿도 안다. 현실이란 드라마보다 달콤하지 않고 인간의 욕심을 위한 행동은 생각보다 엿같은 경우가 훨씬 많지 않던가?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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