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셜테이너’로 자리잡은 이효리의 진심

[서병기의 프리즘] 가수 이효리(32)가 최근 인도를 다녀왔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을 통해 결연을 맺은 해외 아동을 만나러 간 것이다. 도시 빈민이 밀집해 있는 뭄바이 슬럼가에서 어렵게 사는 어린 아이들에게 점심밥을 해주고 빨래도 하며 사진도 찍어주며 같이 놀았다. 이효리가 소셜테이너로서의 행보를 확실하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이효리가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며 동물보호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나 국내외 극빈층 아동을 보살피는 것이나 참 잘 어울린다. 이는 좋은 현상이다. 톱스타 이효리가 하니 전염효과도 더 빠르게 나타날 것이다.
 
이효리는 유행과 트렌드를 리더해온 아이콘이다. 출신은 서로 다르지만 배우 김희선의 전성기와도 유사했다. 하지만 이효리는 ‘톱스타 놀이’에 빠지지 않았다.
 
김희선 때만 해도 도도한 톱스타로 사는 게 가능했다. 김희선이 전성기를 맞았던 10년 전만 해도 연기를 못해도 자기 주장을 고집해도 미모 하나로 용납이 됐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도 ‘톱스타 놀이’로 스타성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그러던 김희선도 결혼 후에는 어른이 됐다. 대책 안서던 톱스타가 개념녀로 성장한 것이다.

이효리는 지난 1년 여동안 가수 활동도 쉬었고 예능에 게스트로 1~2번 출연한 것을 제외하면 방송 출연도 하지 않았다. 지금 음반을 발표하거나 방송 활동을 하는 건 위태로울 수 있다. 표절 가수 시비에 말린 상태에서 이를 극복할만한 뛰어난 차기 음반을 내놓기가 쉽지 않고 방송에서도 털털한 이효리 이미지는 시효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
 
물론 대중은 이효리에게 대단한 노래실력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얼마전 옥주현이 ‘나는 가수다’에서 ‘유고걸’을 부르는 걸 보니 이효리의 표현력이 뛰어났음을 새삼 알게 됐다. 그래도 털털한 섹시녀에 어울리는 트렌드 음반이나 섹시한 춤 컨셉트를 효율적으로 활용한 애니콜 CF 같은 프로모션을 시도하는 건 모험에 가깝다.

어떤 의미에서는 톱스타 이효리에게는 새로운 이미지가 필요했다. 그것이 소셜테이너로서의 모습이어서 좀 특이했지만 너무나 자연스러워 방향을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효리는 인도의 극빈 아동들과 놀면서 자신의 아버지가 이발소를 운영하던 어린 시절 살던 단칸방 생활을 떠올렸다고 한다. 실제로 고생을 해본 이효리가 고생하는 어린이의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
 


이효리가 출국하면서 선보인 공항패션은 수수했지만 너무 잘 어울려 친근한 이미지를 주었다. 때마침 이효리가 집을 줄이고 자동차와 명품 가방을 팔아버렸다는 기사도 나왔다.
 
이효리가 전개하는 유기견 보호운동도 스타를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하게 할 정도로 자신과 잘 어울린다. 유기견 보호소를 방문해 개집을 청소하고 유기견들을 달래는 모습은 시청자를 감동시키고도 남았다. 이효리가 ‘TV 동물농장’과 같은 반려동물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효리는 보여주기 위한 소셜테이너 활동이 아니라는 점이 느껴졌다. 그녀에게는 진심이 느껴진다.
 
이효리는 톱스타임에도 제법 유연하다. 이효리가 안무를 개발 중인 가수 비에게 “기대된다 지훈아”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가 “비에게 찝쩍대지 마라. 비는 조신한 여자랑 어울린다”라는 네티즌의 악플을 보고도 “저 조신한 여자에요”라고 대응해 재미를 주었다. 그 글 옆에 휴지와 소주병을 활용해 면사포를 쓰고 있는 이효리의 사진까지 곁들이는 재치를 보였다.
 
이효리가 이런 센스와 유연성으로 극빈층 아동과 말못하는 동물, 사회에 존재하는 약자들을 보듬어안는 걸 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기자 > wp@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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