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격투기 상남자들과 예능의 결합은 찹쌀떡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이종격투기 선수라서 그럴까. 이 남자, 등장부터가 남다르다.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때문에 자리를 비우게 된 얍쓰 김준호 대신 투입된 추성훈. 그의 <1박2일> 출연은 단순한 게스트가 주는 새로운 이야기를 넘어서 이 프로그램의 재미 자체를 바꿔놓았다. 단단하게 관리된 몸과 마치 야수의 거친 매력을 드러내는 인상 때문이다.

첫 미션으로 치른 단체 줄넘기 복불복이 더 팽팽한 긴장감과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건 이 미션의 성공으로 거둘 용돈이 아니라 실패가 초래할 추성훈의 딱밤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소리만으로도 시선을 잡아끌게 만드는 그 가공할 딱밤의 위력 앞에 출연자들은 어떻게든 실수를 하지 않기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여줬다.

추성훈은 또한 유호진 PD가 내세우는 복불복의 룰에 대해서 기존 출연자들이 한 번도 제기하지 않았던 의문을 제기하는 모습으로 제작진 또한 당황하게 만들었다. 어찌 보면 복불복에 길들여졌다고나 해야 할까. 기존 출연자들은 어떤 복불복이든 PD가 제시하면 받아들이는 게 일상화되어 있었다. 하지만 추성훈이 여기에 토를 달자 제작진과 출연자 사이의 대결구도가 더 흥미진진해졌다.

그 덩치가 사이다 병마개를 숟가락으로 따는 장면은 그의 거친 매력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사실 그 장면 자체가 우습기도 하지만, 병마개를 따다가 오히려 숟가락을 휘어버리는 괴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런 강한 모습은 늘 부실하기만 했던 출연자들과 대비를 이룸으로써 자연스럽게 웃음으로 만들어졌다.



사실 추성훈의 이런 강인한 이미지는 이미 <정글의 법칙>에서도 그 매력을 드러낸 바 있다. 인상만으로도 반은 먹고 들어가는 그의 모습은 김병만과 미묘한 대결구도를 만들면서도 또한 반전의 묘미를 선사하기도 했다. 즉 과도한 강한 이미지는 그걸 확인시켜줬을 때 탄성을 자아내게 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것이 깨지며 허당이라는 게 드러날 때 웃음을 준다는 점이다.

이것은 추성훈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추성훈과 함께 출연한 김동현 역시 마찬가지다. 다리를 다친 김주혁을 대신해 뛰는 인물로 출연한 김동현은 지금껏 그 강한 인상과는 사뭇 대조적인 부실함으로 예능에서 웃음을 주어왔다. 그는 tvN <렛츠고 시간탐험대>에서 마치 머슴 같은 이미지로 우직하고 바보스러운 모습을 보여줬고, 최근 <정글의 법칙 in 니카라과>에서도 마찬가지의 매력을 드러내기도 했다.



스포츠 스타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들어오는 것은 이제 새로운 일도 아니다. 하지만 추성훈과 김동현처럼 이종격투기 현역 선수들이 예능을 겸하는 건 특별한 일로 다가온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추성훈이 경기하는 모습을 보며 아내 야노시호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보는 이들을 짠하게 만든 바 있다. 링 위에서는 거친 야성의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그들은 예능에서는 그것과 사뭇 상반된 친근함을 드러냄으로써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다.

예능으로 만들어진 대중적인 인기는 경기에 대한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고, 그 경기에서만으로 보여주기 힘든 일상적인 모습을 그들은 예능을 통해 드러내준다. 극과 극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그 반전의 매력은 추성훈과 김동현 같은 격투기 선수들이 예능에 최적화될 수 있는 이유가 되어주고 있다.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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