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논란 고소영, 콘텐츠도 소통도 모두 실패했다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고소영은 그래도 한때 자기 존재감을 한껏 드러냈던 배우였다. 허영만 원작을 영화화했던 <비트>에서 고소영은 로미 역할로 나와 연기자로서의 지분을 만들었다.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같은 로맨틱 코미디에서도 임창정과 호흡을 맞춰 만인의 연인으로서의 이미지를 만들었고, <내일은 사랑>부터 <별>, <맨발의 청춘> 등 1990년대 드라마의 빼놓을 수 없는 주역이었다.

하지만 1999년 <연풍연가>에 장동건과 함께 출연하면서 그게 인연이 되어 2010년 결혼을 하게 되었고 그 후로는 이렇다 할 작품 활동을 보여주지 못했다. 대신 그녀를 볼 수 있는 건 영화와 드라마가 아니라 CF였다. 화장품에서부터 의상, 생활,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그녀는 다양한 광고 모델로 활동했다. 연기자였던 그녀가 CF스타라는 이미지로 점점 굳어지게 된 이유다.

최근 고소영이 일본계 금융사인 J그룹의 광고에 출연했다가 알고 보니 대부업체들을 거느린 회사라는 게 밝혀지고 대중들의 된서리를 맞게 된 건 여러모로 이 CF스타라는 이미지가 기폭제가 되었다. 연예인이 광고를 하는 것이 뭐 잘못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대중정서를 들여다보면 거기에도 대중들의 호불호가 깔려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즉 열심히 드라마나 영화를 해서 대중들의 공감대를 한껏 가진 배우라면 그 배우가 많은 광고를 통해 수익을 가져가는 것에 대해 대중들은 별다른 불편이나 부담을 갖지 않는다. 예를 들어 현빈이 <시크릿 가든>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다수의 광고를 찍은 것이나, 차승원이 <삼시세끼>를 통해 화제의 인물이 되고 많은 광고를 찍은 것에 대해 대중들은 뭐라 얘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별다른 작품은 하지 않으면서 광고로만 얼굴을 내미는 이른바 CF스타에 대한 정서는 곱지 않다. 과거 <환상의 커플>로 스타덤에 오른 후 몇몇 작품을 하긴 했지만 별로 주목받지 못하고 심지어 연기력 논란까지 일으킨 한예슬은 대표적인 CF스타로서 대중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김남주 같은 경우는 CF스타로서 비판받던 상황을 <내조의 여왕>, <넝쿨째 굴러온 당신> 같은 작품을 통해서 극복해낸 경우다.



고소영은 안타깝게도 작품 속의 배우로서의 이미지가 대중들의 기억에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그러니 여러 CF에서나 보는 그녀가 이런 문제의 소지가 있는 광고를 찍었다는 것에 대중들은 불편함을 느낀다. 결국 CF라는 건 개인적 역량에 의해 찍는 것이라고 여겨질 수 있지만 사실은 그 역량이나 이미지라는 것도 대중들에 의해 부여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작품 활동을 통한 지속적인 공감대의 고리가 끊어진 연예인이 CF를 찍고 있다는 건 마치 대중들로서는 할 일은 안하고 열매만 따먹는 듯한 인상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게다가 논란이 터진 후 고소영측에서 내놓은 옹색한 입장은 이 문제를 소통의 실패로까지 비화시켰다. “고금리 상품이나 대부업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제외하고 오로지 기업 광고 이미지 모델로만 계약을 맺었다. 대부업 부분에 대한 것과는 무관하다.” 이런 입장표명에 눈 가리고 아옹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건 지금의 대중들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잘 말해준다.

결국 고소영은 이번 사태에서 두 가지 모두의 실패를 드러냈다. 그 하나는 콘텐츠의 실패이고 다른 하나는 소통의 실패다. 콘텐츠가 없거나 잘못되어도 소통만 잘 하면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양자의 실패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어렵게 된다.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판도라, CF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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