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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최지우와 함께 꿈꾸는 생각대로 사는 삶이란
기사입력 :[ 2015-10-03 12:54 ]


‘스무살’, 생각대로 살 것인가 사는 대로 생각할 것인가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주부 만학도 하노라(최지우)의 대학생활을 그린 tvN 금토드라마 <두 번째 스무 살>을 보노라면 입센의 희곡 <인형의 집>이 떠오른다. 두 드라마와 희곡 속의 여주인공 이름은 같다. 거기에 이 드라마에서 하노라의 친구이자 그녀에 대한 사랑의 감정 때문에 고민하는 대학교수 차현석(이상윤)은 연극 연출가다. 어쩌면 <두 번째 스무 살>은 21세기판 <인형의 집>인지도 모르겠다.

19세기 희곡 <인형의 집>에서 남편에게 인형처럼 귀염 받던 여주인공 노라는 남편의 치료비를 대려고 부친의 서명을 위조해 돈을 빌린다. 건강을 회복한 남편은 노라의 행동이 자신의 명예에 누를 끼칠까 분노한다. 다행히 모든 일은 잘 해결되고 남편은 다시 노라를 사랑스러운 인형처럼 대한다. 하지만 노라는 그 일을 계기로 한 남자의 인형이 아닌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사는 인형의 집을 떠난다. 아내와 엄마로서 의무를 강조하는 남편에게 그녀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무가 있다”고 대답한다.

<인형의 집>의 노라와 달리 <두 번째 스무 살>의 노라는 가정에서 사랑 받는 인형은 아니다. 하노라는 장식장 구석에서 먼지를 쓰고 앉아 있는 오래된 인형에 가깝다. 고교시절 연상의 남편을 만나 일찍 결혼한 그녀는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서른여덟이 된다. 노라가 아는 세계에는 오로지 심리학과 교수가 된 남편 김우철(최원영)과 똑똑한 아들 김민수(김민재)만 있다.

“열여덟 살 때부터 민수하고 민수 아빠만 있었잖아. 두 사람 없이 나 혼자 상상 안 되고 두려웠어.” (하노라)

하지만 19세기가 아닌 21세기는 더 이상 순종적인 인형 같은 아내와 엄마를 원하지 않는다. 김우철 교수는 한때 사랑스러웠던 아내를 지금은 수준이 안 맞아 말이 안 통한다며 타박하며 이혼을 요구한다(물론 실질적인 이혼의 이유는 불륜관계의 여교수 때문이지만). 아들 민수는 자식만 챙기는 엄마를 답답한 옛날 사람 취급 한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두 번째 스무 살>의 노라는 집을 떠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집에서 사랑 받는 인간이 되기 위해 대학에 간다.



“인간은 노력하는 모습 이상의 매력이 없고 노력하는 인간은 인정해줘야 한다.” (하노라)

노라는 남편의 그 말을 되새기며 공부에 매진한다. 고교 중퇴인 자신이 대학에 입학하면 남편과 다시 행복해질 수 있으리라 믿으면서 말이다. 그런데 노라가 대학에 진학하면서 노라의 드라마는 본인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우선 대학생이 된 노라는 남편과 아들을 모두 불편하게 만들어 버린다. 공교롭게도 아들 민수와 남편이 다니는 대학에 그녀가 입학하게 된 것이다. 두 남자는 집안의 답답한 인형이던 이 여자가 그들의 사회생활이자 사적인 영역으로 들어오는 것에 소스라친다. 민수는 구식 엄마를 학교에서 만나는 것이 창피하다. 남편 김우철은 그의 불륜 행각이 들킬까 조마조마하다.

하지만 두 남자가 대학에서 만난 하노라는 <인형의 집>의 노라가 아니다. 처음 두 사람에게 대학입학 사실을 숨긴 하노라는 비밀을 들킨 이후에도 학교를 그만두지 않는다. 남편의 협박과 회유, 그리고 아들의 신경질에도 굴하지 않는다. 그녀에게 대학생활은 새로운 삶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가족에게 사랑받기 위해 대학생이 되었던 그녀는 가족의 사랑을 얻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잃어버린 스무 살을 찾는다.

“사람한테 중요한 건 오늘이야. 라잇 나우! 지금은 하고 싶은 걸 할 거야.” (하노라)



좋아하는 강의를 열심히 듣고, 동아리에 가입하고, 무엇보다 대학의 신선한 공기를 만끽한다. 또한 학비 때문에 알바에 매달리고 학점 때문에 교수의 불의에도 쩔쩔 매는 학생들을 보며 그녀가 미처 몰랐던 스무 살 대학생의 현실을 체험하기도 한다.

노라는 연극 연출가이자 대학교수로 재직 중인 고교시절 친구 차현석을 통해 고교시절의 그녀를 만나기도 한다. 노라를 시한부 환자로 오해한 차현석은 그녀가 꿈꾸던 사소한 소망들을 이뤄준다. 극장에서 팝콘 먹기나, 마약 꼬치 먹기 같은 것들. 그리고 예술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을 모아 교복 차림으로 고등학교에 놀러가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번째 스무 살>의 회상 장면에 등장하는 고교시절의 그녀는 현재의 모습과 다르다. 현대무용을 전공하던 고교시절의 노라는 현재의 노라처럼 답답하고 의기소침하지 않다. 활발하고 똑똑하고 씩씩하다.

“하노라, 넌 대체 그 동안 어떻게 살아왔던 거야?” (차현석)

어떻게 똑같은 사람이 이십여 년의 세월 동안 그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하지만 폴 부르제의 말대로 사람이란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거기에 드라마의 첫 장면 바닷가에서 흐르는 해변밴드의 노래는 김수철의 <정신차려>다. 거기에다 흘러나오는 후렴구는 원래 노래 가사의 문맥과는 다르게 읽힐 법한 “왜 찾으려고 하니? 왜 떠나려고 하니?”이고.



사는 대로 생각했던 노라는 정신 차리고 다시 자기 생각대로 살아간다. 그 계기가 되는 곳이 그녀에겐 대학이란 공간이다. 그곳에서 노라는 하고 싶은 걸 하는 ‘하노라!’가 된다. 그리고 그녀의 이런 변화는 결과적으로 남편과 아들이 그녀를 다시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아들은 달라진 엄마를 응원한다. 남편은 달라진 아내에게 다시 반한다.

<두 번째 스무 살>은 언뜻 보기에 남편과의 이혼을 앞둔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흔한 패턴의 ‘줌마렐라’ 드라마의 외형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는 그보다 더 깊이 있는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통찰의 힘이 있다. 더구나 하노라는 서른여덟 전업주부만이 아니라 스무 살 대학생이나 외로운 할머니, 팍팍한 직장인 남성에게도 공감의 여지를 주는 인물로 그려진다. 살기에도 팍팍한 환경에서 생각대로 살기란 그 누구에게도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늘 생각대로 사는 삶을 꿈꾸기 마련이다. 그것이 바로 이 세상에 태어난 인간이 가지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무이니까.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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