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톱밴드’에서 느낄 수 있는 그룹음악의 맛이란?

[서병기의 핫이슈] KBS ‘톱밴드’를 보면서 재야에 이렇게 많은 밴드 고수들이 있는지를 알게 됐다. 본선에 오른 24팀이 자신의 코치를 선정했는데 그 과정도 쌍방향 통신의 서바이벌이어서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게이트 플라워즈와 액시즈, 브로큰 발렌타인, TOXIC, POE, SI, 2STAY 아이씨 사이다, 리카밴드, 하비누아주, 라이밴드, WMA ,번아웃하우스 등 응원하고 싶어지는 밴드들이 적지 않다.
 
신대철은 자신이 가장 잘 코칭할 수 있는 팀을 선택하는 소신을 보여주었다. 좋은 팀이라도 자신이 개발하기 힘들다고 생각되면 미련 없이 다른 코치에게 넘겼다. 남궁연과 정원영은 이미 죽음의 조라고 하지만 정통록 모던록 등 록밴드뿐 아니라 브라스밴드, 라틴풍 밴드까지 다양한 색채를 담고있는 밴드음악을 접한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나는 밴드음악을 좋아함에도 낯설다는 느낌을 받았다. 밴드음악을 접하기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TV에서는 기껏해야 발라드와 댄스음악만 보여준다.
 
톱밴드 코치인 남궁연은 “보컬리스트가 혼자 나와 노래하는 게 ‘슈퍼스타K’고, 뒤에서 반주까지 하는 게 ‘나가수’다. 반면 보컬과 밴드가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 ‘톱밴드’”라며 “‘톱밴드’는 가장 마지막 단계에 와 있는 음악 서바이벌”이라고 말했다.

보컬과 밴드가 함께 섞이는 밴드음악이 그룹음악의 진수를 보여준다고 나는 생각한다. 밴드음악은 음악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양식이다. 연주 실력은 기본이며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 등 파트별 역할과 하모니도 느낄 수 있어 좋다.
 
밴드음악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구성원이 모두 어우러져야 실력이 제대로 발휘된다. 굳이 전문가가 아니어도 밴드음악을 들어보면 뭐가 좋고 뭐가 모자라는지 대충은 알 수 있다. 심사위원의 평가를 보면 “베이스 소리가 너무 커 다른 소리를 죽여요. 보컬이 맞지가(어울리지가) 않아요” 등과 같은 내용이 많이 나오는 것도 밴드음악이 화합과 앙상블을 중시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영국이 밴드음악의 저변이 탄탄히 자리잡고 있어 팝음악의 본고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영국은 산업사회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부를 축적한 젠트리 계층이 맨처음 배우는 게 스포츠였다. 스포츠를 통해 체력을 단련함과 동시에 단체 룰, 사회적 룰을 배워 사회성을 키우는 사람들을 양성했다. 반칙하지 않고 단체 룰을 잘 지키는 사람을 젠틀맨(신사)이라 불렀다.(젠틀맨은 젠트리에서 나온 단어다)
 
밴드음악을 통해서도 사회성은 길러졌다. 보컬, 기타, 베이스, 키보드, 드럼 등 모두 다른 것을 가지고 오지만 어우러져야 힘을 발휘한다는 그룹사운드의 원리다. 밴드 뮤지션들은 어느 누구보다도 자유분방하다. 하지만 혼자 소리를 크게 낸다고 되는 건 아니다.
 
아이돌과 걸그룹도 그룹음악이다. 아이돌 음악은 혼자서는 매력과 파워가 약하니까 각각의 매력들을 모아놓은듯한 인상을 준다. 너는 비주얼 담당, 너는 보컬, 너는 댄스라는 식으로. 그래서 다양한 볼거리와 매력을 만들어낸다. 같은 음악그룹이라도 밴드음악과 그 점에서 기본적으로 다른 원리다.
 
최근 들어 시나위나 부활 백두산 같은 ‘록의 전설’이 귀환하고 있다. 때를 같이 해 ‘톱밴드’에서도 밴드의 저변이 될 숨은 인재들이 발굴되어야 한다.
 
숨은 밴드를 발굴하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지만 1등, 2등, 3등을 뽑는데 그치지 말고 뽑고 나서 어떻게 할 것인가의 사후관리 문제도 생각해봐야 한다. KBS가 이들 밴드의 음반을 발매하고 매니저 역할을 하라는 게 아니라 이왕 밴드음악의 활성화라는 기치를 들고 나왔으니, 그후에도 프로그램에 녹인다든가 적재적소 활용법을 찾아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밴드음악은 좋은 것이고 자유로운 것이다. 그것이 생활 속에서도 녹여날 수 있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기자 > wp@heraldm.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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