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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일곱 살에 불과한 아이에게 방송국이 할 짓인가
기사입력 :[ 2015-10-29 13:07 ]


PD님 아이라면 이런 프로그램에 출연시키겠습니까?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날로 치열해지는 시청률 경쟁 속에 이젠 슬그머니 필요악으로 자리 잡은 예능 프로그램의 ‘악마의 편집’. 일부 시청자들의 반응 또한 “설정이잖아? 대본인 거 몰라? 재미있으면 된 거지, 예능을 뭘 그리 진지하게 봐?” 라는 식이다. 시청자의 눈과 귀를 잡아두기 위한 방송사들의 피나는 노력(?)에 익숙해지다 못해 무뎌진 모양이다.

이젠 장르화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일명 막장 드라마들도 마찬가지다. 이 나라 이 땅이 무법천지인 건지 악인들이 회당 몇 차례씩 살인, 방화, 절도, 유괴 같은 중범죄를 저질러도 울며불며 용서를 구하고 나면 다시 별 탈 없이 살아간다. 아무리 실제 상황이라면 실형 백년감이다 뭐다 입이 부르트도록 말해봤자 소귀에 경 읽기. 이래야 시청률이 잘 나오고 그래야 광고가 붙는데 어쩌겠느냐, 방송사도 살아남고 봐야하지 않느냐며 변병에 급급할 뿐. 답답한 노릇이다.

다 좋다. 먹고 살기 위해서라는 걸 어쩌겠나.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문제는 애꿎은 희생자가 생긴다는 것. 그것도 힘없는 이들, 특히 부푼 꿈을 안고 연예계에 막 발을 내딛는 이들이 제작진과 기획사의 부추김에 의해, 악마의 편집에 의해 비호감의 낙인을 찍게 된다는 점이다. 물론 방송인 김정민이나 김나영, 김새롬처럼 꾸준한 노력과 슬기로운 행보로 출발 당시의 굴레에서 벗어나 당당히 자신의 길을 가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다수는 극복하지 못한 채 순식간에 대중의 시야 밖으로 사라지고 만다. 게다가 가끔 풍문으로 들려오는 안쓰러운 소식들,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좋다. 백 번 천 번 양보해 이 또한 그러려니 하자. 어찌 되었든 본인이 택한 길이었으니까. 그러나 어린 아이의 경우라면 얘기는 전혀 달라진다. 양보를 할 수도, 해서도 안 되는 일이 아닐는지. 어른들의 밥줄을 위해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는 아이들을 비호감의 늪으로 밀어 넣어서야 되겠는가.

먼저 드라마 하나를 예로 들어보자. SBS <아내의 유혹>으로 스타 작가 반열에 올라선 김순옥 작가는 영악하다 못해 섬뜩한 아역을 종종 등장시켜 왔는데 MBC <왔다 장보리>에서 연민정(이유리)의 아역이 그랬고 더 나아가 이번 MBC <내 딸 금사월>에서는 한층 고약해빠진 아역을 내세웠다. 사실 오혜상(박세영)의 아역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최마리(김희정)의 두 딸내미 때문에 가슴을 쳤었다. 치매 노인을 곤경에 빠트려놓고 키득대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어찌나 불쾌하던지.



하지만 이 아이들의 악행은 혜상의 아역이 저지르는 짓들에 비하면 치기어린 수준이지 뭔가. 차마 성인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기 어려운 극악한 짓들을 서슴지 않는 어린 혜상을 보고 있자면 일곱 살에 불과한 어린 배우에게 이 기괴한 캐릭터가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 심히 걱정스러워진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드라마는 지어낸 이야기가 아닌가. 동화책의 팥쥐겠거니 여기면 되는 일. 허나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어린아이라면 설정이라고 무심히 넘겨버릴 수가 없다. 자체적으로도 심하다 싶었던지 7회 만에 막을 내리고 말았지만 ‘키즈 돌직구쇼'라는 타이틀의 JTBC <내 나이가 어때서>의 경우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만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전유물인 순수함 대신 솔직함을 앞세운 무례함을 배워나가는 모습 때문에 속이 상했는데 일단 토론 주제부터가 선을 넘었다고 본다.

도대체 아이들이 왜 ‘맞벌이가 좋은가, 외벌이가 좋은가’, ‘데이트 비용 남자가 내야한다’ 따위로 입씨름을 벌어야 하느냔 말이다. 제작진이나 광고주가, 작가나 진행자가 ‘만약 내 아이라면?’ 이라는 생각을 단 한번이라도 했다면? 아마 이런 프로그램은 등장하지 않았으리라.

2015년 최악의 프로그램으로 꼽아도 과하지 않을 <내 나이가 어때서>의 종영을 반기며, 이유를 막론하고 어떠한 경우라도 부디 우리 아이들만큼은 상업화로부터 보호받길 바란다. 엄격한 잣대의 제도적 장치가 하루 빨리 마련되기를, 그래서 방송에 나오는 어린 친구들로 인해 속을 끓이는 일이 더 이상은 생기지 않기를.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사진=MBC,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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