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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건한 사제복 입은 강동원이 유난히 기대되는 까닭
기사입력 :[ 2015-11-05 16:49 ]


킬힐마저 소화하는 21세기 검은 사제 강동원의 매력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영화 <검은 사제들>을 통해 강동원이 맨 처음 보여준 옷은 사제복이 아니었다. 영화 <검은사제들>의 제작보고회에서 강동원은 요란한 지퍼로 치장한 가죽바지와 높은 굽의 킬힐을 신고 등장했다. 사제복과 똑같은 올블랙 패션이지만 사제와는 전혀 거리가 먼 패션이었다. 당연히 하루 종일 강동원 킬힐이 검색어로 오르락내리락했다.

강동원이 <검은 사제들> 제작보고회에서 입은 의상은 그가 즐겨 입던 디올 옴므의 수석 디자이너 에디 슬리먼의 작품이다. 이제는 다소 식상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우락부락한 남성미가 아닌 스키니한 바지를 입은 가녀린 남자들을 새로운 남성미의 기준으로 내세운 에디 슬리먼의 작업은 당시에는 꽤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 디올 옴므를 한국에서 가장 잘 소화해낸 스타가 바로 강동원이었다. 디올 옴므나 에디 슬리먼은 몰라도 강동원 패션하면 떠오르는 몇 개의 유행 아이템들이 유행처럼 한국에 퍼지던 때가 있었다. 페도라나 스키니한 바지, 거기에 더해 하늘거리면서도 슬림한 핏의 셔츠들까지.

하지만 이번 올 블랙 의상은 디올 옴므 아닌 생 로랑의 수석 디자이너로 자리를 옮긴 에디 슬리먼의 작품이다. 그렇기에 마냥 낭창낭창하기보다 카랑카랑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이 룩은 에디 슬리먼이 입생 로랑에 살짝 기대어 만든 듯한 느낌마저 든다.

20세기에 처음 세련된 여성 정장 바지 르 스모킹 룩을 만들었던 이브 생 로랑은 파격적이면서도 클래식함을 잃지 않던 디자이너였다. 거기에다 디자이너로서의 그의 면모들 또한 유명했다. 향수에 아편이란 이름을 붙인다거나 본인의 브랜드 향수 광고에 직접 누드로 등장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그렇다면 강동원의 이 도전적인 검정 가죽바지와 킬힐이 이브 생 로랑의 작업들처럼 도전적으로 느껴졌을까? 사실 그렇지는 않다. 그간 강동원이 시사회나 영화제에서 보여준 패션은 도전적이나 경악할 만큼 실험적이지는 않았다. 강동원의 패션에서는 과거 박진영의 비닐바지나 배우 황정민의 배기바지(일명 똥싼바지)를 상상해서는 안 된다.



비유가 좀 우습긴 한데 강동원은 코디하기 귀찮아하는 공대생 사내애들처럼 매장 마네킹에 걸려 있는 옷을 따라 입는 것과 비슷한 전략을 구사한다. 다만 그 대상이 마네킹이 아니라 하이패션 패션쇼의 모델들일 따름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하이패션이 강동원에게는 일상복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가끔은 그 옷을 입고 쇼에 섰던 모델들보다 강동원에게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검은 사제들> 제작보고회의 검정 가죽바지와 킬힐 또한 큰 키와 대조되는 작은 얼굴, 깡마르고 길쭉한 다리가 아니면 도저히 소화할 수 없는 룩이었다.

강동원의 아이콘으로서의 매력은 바로 그 지점에 있는 것 같다. 화보 속의 그림이 살아 있는 사람으로 변해 뚜벅뚜벅 걸어 다니는 그 느낌. 그리고 그 느낌이 정우성, 이정재로 대표되는 시궁창에서 압구정동까지 쫄티에 청바지 입고 올라온 듯한 1990년대 미남 스타들과 강동원이 구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1990년대의 미남들은 아무리 몸이 좋고 얼굴이 그림이어도 현실 속의 미남이었을 뿐 현실과 비현실의 중간 어딘가에서 만화처럼 낭창낭창 걷는 미남은 아니었다.



데뷔 초 강동원이 여성팬들에게 어필했던 이유도 그 비현실적 매력에 있지 않을까 싶다. 영화 <늑대의 유혹>에서 비 오는 날 여주인공의 우산 속으로 숨어들어와 해맑게 웃는 강동원의 모습은 순정만화의 남자주인공과 일치한다. 얼굴은 물론 풀샷을 잡았을 때의 신체비율까지 완벽하게. 수많은 여성들의 첫사랑인 종이나라 왕자님이 살아 있는 인간으로 나타났으니 빤한 줄거리에도 불구하고 <늑대의 유혹>이 히트한 것도 이해는 간다. 안타깝게도 그 영화에서 본의 아니게 손해를 본 건 다부지고 진하게 생긴 인간계 미남인 배우 조한선이다.

<늑대의 유혹> 이후에 드라마보다 영화에 전념한 강동원은 하지만 순정만화 속의 왕자님으로 머물지는 않는다. 그의 선택은 비현실적인 공간에 살고 있는 낯선 존재거나 여자와의 로맨스와는 거리가 먼 이방인들이었다. 영화 <형사>나 <군도>에서처럼 팩션의 분위기가 강한 사극에서 그는 비현실적이고 관념적인 악의 표상으로 주로 등장한다. 그리고 이 악한들은 강동원의 얼굴을 통해 악하지만 동시에 반할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악의 꽃으로 묘사된다.



반면 과거 아닌 현재의 이야기에서 강동원은 주로 이 사회에 속할 수 없는 이방인으로 분한다. 하지만 강동원이 간첩과 사형수를 연기할 때 이 인물들은 위험해 보이지 않는다. 디올 옴므의 이미지를 지워낸 강동원은 의외로 투박하고 힘없는 남자의 모습에 그럴싸하게 어울린다. 세련됨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그의 무뚝뚝한 말투나 특유의 어리숙한 표정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강동원의 이방인들은 위험하기보다 똘망똘망한 눈 안에 말 못할 사연이 숨겨져 있을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물론 <그 놈 목소리>에서 얼굴 없이 등장한 강동원의 꾸밈없이 메마른 유괴범의 목소리는 소름끼쳤지만.

이처럼 강동원은 <늑대의 유혹>에서 멈추는 대신 영화 안에서 본인이 보여줄 수 있는 영역들을 넓혀왔다. 본인의 비현실적 이미지를 극대화시키거나 혹은 그 이미지를 지워내면 보이는 왜소한 민낯을 노출시키면서. 그건 피비린내와 땀내, 약육강식의 세계로 범벅된 사내들의 영화와는 거리가 멀지만 분명 강동원이 아니면 보여주기 힘든 영역들이기도 했다.

영화 <검은 사제들>의 사제복을 입은 강동원이 기대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이 영화에서 강동원은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남자를 보여줄 기회를 포착한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똑같은 올블랙이지만 킬힐과 가죽바지와 대척점에 있는 지극히 경건한 사제복이 이 배우와 어떤 조화를 이뤄낼지 궁금하다. 더구나 이 영화에서 강동원이 연기하는 신학생 최부제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경건하고 착실한 사제는 아닌 듯하다. 그러하니 어쩌면 가죽바지와 킬힐은 <검은 사제들> 속 최부제에 대해 강동원이 보여준 일종의 예고편은 아닐까?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영화 <검은 사제들><늑대의 유혹><군도>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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