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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의 명품 언니들은 어떻게 안방극장에 안착했나
기사입력 :[ 2015-11-11 16:06 ]


종횡무진 드라마를 누비는 안판석·정성주 콤비의 명품 조연들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안판석 감독와 정성주 작가 콤비의 드라마에는 개성 있는 여성 캐릭터들이 넘실댄다. 그들은 이 사회에 주변부에 있거나(식당아줌마, 가사도우미) 사회의 주류 옆에 붙어 있는 비서나 관리직의 얼굴을 하고 있다. 보통의 드라마에도 흔히 등장하고 쉽게 소비되는 인물들이지만 <아내의 자격>이나 <밀회>,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이 인물들은 달라진다. 그들은 각각의 인생이 있고, 그 각각의 인생 때문에 얻은 뚜렷한 인생관이 있다.

그렇기에 <밀회>와 <아내의 자격>에서는 회장의 은밀한 제안을 당차게 거절할 줄 아는 조선족 식당아줌마와 할 말은 딱 부러지게 다하는 가사도우미가 등장할 수 있다. 반면 다른 드라마에서 늘 미소 짓고 간단한 안부를 전하는 일이 전부인 비서 직종의 여직원들은 <밀회>나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최전방에서 생존과 성공을 위해 미묘한 줄타기를 하는 곡예사 같은 면모를 보여준다.

특히 올해 초 종영한 SBS <풍문으로 들었소>는 이런 개성적인 여성 조연들의 존재감이 가장 컸던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대한민국 0.1% 사회의 속물스러움을 풍자적으로 그렸던 <풍문>에는 그간 정성주 작가와 안판석 감독의 여성 조연 캐릭터를 도맡아온 여배우들이 총출연한다. <풍문>의 여인들인 여배우 길해연, 서정연, 장소연, 윤복인, 백지원 등은 때론 유쾌하고, 때론 음흉하고, 때론 개성 있게 이 드라마를 반죽했다. 그리고 이때의 존재감 때문인지 최근 각 방송사의 드라마에서 이들의 얼굴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풍문>의 여인들은 어떻게 다른 드라마에 안착했을까?

먼저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건 <아내의 자격>에서는 조선족 가사도우미를 <풍문>에서 닳고 닳은 비서를 소름끼칠 만큼 그려낸 길해연이었다. 얼마 전 종영한 KBS 드라마 <어셈블리>에서 그녀는 <풍문>에서와는 달리 사회당의 우직한 국회의원 천노심을 연기했다. 그녀의 연기는 흠잡을 곳 없었지만 최인경(송윤아), 송찬미(김서형)처럼 걸출한 여성캐릭터가 많아서인지 천노심 캐릭터가 묻히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풍문>에서 은은한 섹시함과 코믹함이 섞인 개인비서를 연기한 서정연은 올 가을 화제의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 출연했다. 지적이면서도 동시에 ‘백치미’스러운 매력이 공존하는 것이 배우로서 그녀의 매력 포인트다. 다만 드라마의 성공과 달리 민하리(고준희)의 새엄마 나지선(서정연)은 출연 분량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회장의 은밀한 유혹을 거부하는 당찬 조선족 식당아줌마를 연기한 <밀회>에서의 그녀는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인상적이었다. 그와 달리 <그녀는 예뻤다>에서의 그녀는 특별히 인상에 남지는 않는다. 오히려 최근 시작한 tvN <풍선껌>의 시크릿가든 여주인으로 등장하는 그녀가 더 본인에게 어울리는 역할이 아닐까 싶다.

<밀회>에서는 여주인공의 친구, <풍문>에서는 여주인공의 어머니를 연기한 윤복인이 출연한 MBC <내 딸 금사월>은 시청률만으로는 꽤나 성공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이홍도(송하윤)의 극성스러운 시어머니 캐릭터는 그녀에게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풍문>에서 보여준 그녀의 깊이 있고 현실적인 모성 연기는 기존의 다른 드라마와의 엄마들과는 조금 색이 달랐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그녀는 깡마른 몸으로 <왔다, 장보리> 도혜옥 캐릭터의 짝퉁을 힘겹게 재현하는 인상이다.



반면 <밀회>, <풍문>에서 보여준 매력을 어김없이 그리고 더 적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난 여배우들은 장소연과 백지원이다. 비록 시청률은 미미하지만 각각 SBS의 <마을>과 <애인 있어요>에서 <풍문>의 두 여인은 물 만난 물고기 같다.

과거 정성주 안판석 콤비의 드라마에서 장소연과 백지원은 비슷한 직종이지만 각각 다른 성격의 인물들을 연기했다. 그리고 그 인물들을 통해 보여주는 두 사람의 연기는 전혀 반대의 재주에 능하다. 장소연은 차분히 하지만 차츰차츰 그 인물의 이물스러운 내면을 드러내는 데 탁월하다. 반면 백지원은 보는 사람이 시원시원하다고 느낄 만큼 그 인물의 외면과 내면을 대차게 잡아낸다. 이런 두 사람의 매력을 장소연은 <마을>의 약사 강주희로 백지원은 <애인 있어요>의 재벌2세 최진리(백지원)로 어김없이 드러낸다.

강주희는 <마을>의 비밀스러운 사건의 열쇠를 쥔 인물이다. 더구나 겉보기엔 좋은 약사의 미소를 띠고 있지만 알면 알수록 독약을 지닌 마녀의 면모를 드러낸다. 이 미묘한 얼굴을 긴장감 있게 연기하는 장소연의 능력은 탁월하다. 특히 미소 속에 서늘함이, 친절한 눈빛에서 천연덕스럽게 살기가 배어나올 때 <마을>의 긴장감은 극에 달한다.



반면 <애인 있어요>에서 백지원은 이 무거운 멜로에 재벌2세 팔푼이를 자처한다. 아무래도 드라마의 절제된 분위기 상 <밀회>나 <풍문>에서 그녀는 본인의 매력을 백 퍼센트 보여주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애인 있어요>에서 그녀는 온몸으로 모든 걸 다 말한다. 백지원이 연기하는 최진리는 생각이 얼굴과 말에 전부 드러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 악독하지만 시원시원한 팔푼이를 백지원은 과장되지만 너무 과하지 않고 유쾌할 정도로만 오버해서 연기한다. 마냥 지르는 게 아니라 자기가 얼마나 질러야 캐릭터가 재밌어질지 조율할 줄 아는 조연인 셈이다. 그 때문에 <애인 있어요>에서 재벌2세 최진리는 드라마를 감칠맛 있게 만들지만 동시에 이 드라마 특유의 멜로 감성에 악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풍문>의 여인들은 오랜만에 등장한 개성 있는 여성 조연진이다. 모두들 엇비슷한 예쁜 얼굴들 사이에서 그녀들이 유독 눈에 띄는 건 그래서다. 각각의 분위기가 독특하면서 인물을 그려내는 방식 또한 신선하다. 필요한 건 그 개성을 드러낼 여지가 충분한 캐릭터들이고 그런 자리에서 그녀들은 빛난다. 그리고 그건 좀 더 독특한 색이 있는 드라마를 보고 싶은 욕심이기도 하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S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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