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수록 진화하는 ‘런닝맨’, 역시 유재석이 답이다!

[서병기의 핫이슈] 일요일 저녁은 버라이어티 예능의 최고 격전지다. KBS ‘해피선데이’는 ‘1박2일’과 ‘남자의 자격’(청춘합창단)이 버티고 있고, MBC ‘일밤’은 ‘집드림’이 조금 약하지만 ‘나는 가수다’가 있다.

따라서 SBS ‘일요일이 좋다’는 매우 고전할줄 알았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키스 앤 크라이’도 예상보다 강하다. 불굴의 정신을 보이는 김병만조와 선(線)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수준급 스파이럴과 리프트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크리스탈은 좋은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런닝맨’도 게임 버라이어티로의 진화를 보이며 최근 들어 더욱 흥미로와졌다. 1년을 넘기는 과정에서 크게 성장했다. ‘런닝맨’은 분명 새로운 예능 콘텐츠지만 초반 정체성이 불분명했던 게 약점이었다. 쇼핑몰, 대형 경기장, 서울 타워 등 매번 새로운 도시의 랜드마크를 찾아 그 속에서 뛰어다니며 미션을 수행했다.
 
그 과정에서 유재석(유르스 윌리스) 송지효(멍지효, 송지욕) 김종국(능력자) 하하(하로로) 이광수(소심광수) 지석진(왕코형님) 게리-송지효(월요커플) 등의 캐릭터가 나왔지만 게임 위주인지, 토크 위주인지, 아니면 뛰어다니는 게 위주인지 분명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게임이 완결구조를 갖는 등 진화를 거듭했다. 단순히 제작진이 숨겨놓은 런닝볼을 찾는 게임이 아니라 훨씬 복잡해졌다. 아예 대구의 시장을 돌면서 사람들이 야식으로 많이 먹는 간식이 무엇인지를 알아맞히는 게임을 선보이기도 했다.
 
과거에는 추적해나가는 게임 요소들이 코너별로 또박또박 나눠져 있었다면 최근 들어서는 최종 목표를 향해 달려나가고 그 중간중간에 미션이 이뤄진다. 이 이동 과정에서 스토리가 만들어지지도 하고 캐릭터가 주는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또 게스트가 숨은 런닝맨들을 찾다가 아예 런닝맨 속에 게스트를 숨겨놓기도 해 제작진과 멤버들간의 두뇌게임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전체가 완결구조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중간중간 깨알같은 재미가 나오는 것이다.
 
지난 6월 26일 열린 ‘여왕을 찾아라’, 일명 ‘여왕벌 레이스’편은 팀을 나눈 멤버들이 노사연과 구하라를 떨어뜨리지 말고 다음 미션지로 빨리 이동해야 가방을 받게 된다. 늦게 가면 등 뒤에 붙이는 이름표가 커지고 선택을 잘못하면 사이즈가 매우 작은 물총을 들고 상대편 등에 붙은 이름표에 명중시켜 죽임으로써 미션을 완료한다.
 
이런 전체 과정을 게임하는 재미로만 끌고갈 수는 없다. 사이사이 멤버들이 잔재미를 만들어낸다. 가령, 유재석과 게리는 새털처럼 가벼운 구하라를 태우고 가는 상대편과 달리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노사연을 업고가면서 힘들어하는 게 웃음을 선사했다. 제작진이 날씨도 더운데다 보디가드 컨셉이라 멤버들이 검정색 정장을 차려입은 상태여서 힘들면 그만하라고 했다. 하지만 유재석은 “이거 재미있다”면서 이내 상황에 몰입했다고 조효진 PD가 귀띔했다. 아무리 좋아도 짠한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이어 2주 연속 열린 태국편도 방콕의 육해공을 넘나들며 로드 레이스를 펼쳐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배낭여행객들이 몰리는 카오산로드와 타창을 무대로 하며 ‘뚝뚝이’와 ‘수상 택시’를 타고 이동하면서 극적인 승부를 펼쳤다. 방콕 레이스를 통해 얻은 상금 가방이 사라지면서 파타야 수상시장에서 펼친 범인 검거 작전도 볼만했다. 태국에서는 미션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닉쿤 가족과 게임을 벌이기도 했다. ‘런닝맨’ 멤버들을 방콕 시민들이 다 알아보고 응원을 보내는 것도 신기했다. ‘광바타’ 이광수가 태국인에게 유명한지도 처음 알았다.

 

지난 17일에도 서울에서 경주까지 KTX 열차를 타고 가다 서울역과 중간역마다 ‘탑승’과 ‘탈락’이 적힌 주사위를 던져 ‘탈락자’는 다른 방법으로 경주까지 가야 했다. 경주의 한 테마파크에는 이들을 잡을 헌터 최민수가 가장 먼저 탈락한 사람부터 한사람씩 잡는다. 하지만 런닝맨 멤버들도 잡히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전원이 잡히기 전에 테마파크 속에 숨겨진 7개의 금관을 찾아 전시대에 올려놓으면 승리한다. 최민수는 마지막 멤버 송지효를 잡지 못한 채 일곱번째 금관을 찾아낸 송지효에 패하고 말았다.
 
지난 6월 19일 강화도 외규장각에서 시작해서 서울 국립박물관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미션 ‘의궤를 찾아라’도 한편의 심리 추격전이었다.
 
‘런닝맨’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멤버는 유재석이다. 그는 나무와 숲 모두를 보는 멤버다. 송지효는 처음에는 힘들어했지만 거의 모든 멤버들과 관계가 쌓이면서 편해졌다고 한다.
 
김종국은 ‘유혁’ 유재석의 독주를 견재하는 ‘능력자’ 캐릭터로 멤버들에게 운동을 시켜 체력관리도 해줄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지만 간혹 편안하고 친근한 분위기를 지향하는 ‘런닝맨’ 분위기와 안맞을 때가 있어 오해를 받을 때도 있다.
 
‘런닝맨’이 캐릭터와 관계를 보강해나가면서 더욱 진화하길 바란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기자 > wp@heraldm.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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