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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이 맨해튼 섬을 판 돈을 주식에 투자했다면
기사입력 :[ 2015-11-18 18:05 ]


통계물리학으로 본 증시∙정치∙사회 현상 이론, 비판적으로 뜯어보니∙∙∙.

[엔터미디어=백우진의 잡학시대] 옛날 인디언한테서 맨해튼 섬을 사들인 네덜란드가 대금으로 불과 몇 십 달러를 건넸다는 얘기, 들어보셨으리라. 또 그 몇 십 달러가 후려친 헐값이 아니라는 반박을 접한 분들도 많을 게다. 반박을 내놓은 한 회계사는 “인디언이 섬값으로 받은 몇 십 달러를 은행에 저축해 그대로 뒀다면 이자에 이자가 붙어 원리금이 맨해튼 섬 전체를 사고도 남는 액수로 불어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럴듯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는 것 같지 않은가? 그런 구석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맨해튼 섬 매각 대금의 원리금이 복리로 증가하는 것처럼 인디언의 후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맨해튼 섬 매각이 1626년이니 그 이후 약 400년이 흘렀다. 한 세대를 20년이라고 하면 그동안 20세대가 지났다. 한 세대 자녀수를 넷으로 잡으면 인디언의 재산을 상속받을 후손은 20년마다 네 배로, 400년 동안 4의 20제곱으로 증가한다. 4의 20제곱은 1조 명이다.

인디언이 몇 십 달러를 저축하거나 투자해 여기에 연 6%로 복리가 붙을 경우 ‘72의 법칙’을 적용하면 이 재산은 대략 12년에 두 배가 된다. 네 배로 증가하는 데엔 24년이 걸린다. 재산이 늘어나는 속도가 후손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느리다. 후손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재산은 인디언의 몇 십 달러보다 적게 된다.

이 재반박에도 큰 구멍이 보인다. 인구가 200년 만에 두 명에서 1조 명으로 불어난다는 가정이다. 빈곤과 질병, 전염병, 전쟁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가정이다. 인디언에서 시작해 아래로 뻗은 나무 모양 가계도에서 일부 가지는 어느 단계에서 끊겨 더 갈라지지 않는다. 극단적으로 인디언의 후손이 한 명도 현세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가능하다. 20년새 4배라는 후손 증가율을 200년 동안 적용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물정’을 이번에는 회계사의 계산에 적용해보자. 자본은 피도 눈물도 없이 냉혹하게 자신을 증식하고자 하지만, 그런 자본이 경쟁하는 시장의 법칙은 더 냉혹하다. 자본이 증식에 실패하는 일은 성공하는 경우만큼이나 자주 발생한다. 자본이 생산요소를 고용해 상품을 내놓고 이를 시장에서 판매해 다시 더 큰 자본으로 돌아오는 것은 ‘목숨을 건 공중제비’만큼 위험하다. (다름 아닌 마르크스의 비유로 기억한다.)



◆ 계산은 맞더라도 실상은 달라

인디언이 몇 십 달러를 은행에 저축하고 후손들이 그 돈에 손대지 않았다고 하자. 은행도 숱하게 망했고 은행 역사에서 오랫동안 예금은 보호되지 않았다. 인디언의 후손들은 은행 파산으로 물려받은 전 재산을 날릴 수 있다. 인디언의 후손들이 재산을 회사 지분에 투자하고 나중에는 상장사의 주식을 사고팔아 관리했다고 하자. 이 때에는 자본증식이 더 위험해진다. 대공황 같은 시장의 광풍에 날려 주식이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다.

복리 혹은 기하급수는 힘이 세다. 그렇다고 해서 그 힘을 저지하거나 파괴하는 변수를 무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세상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최근 출간된 <세상물정의 물리학>의 저자는 이런 물정을 속속들이 궁리해보지는 않은 듯하다. 그는 인디언이 맨해튼 섬을 판 돈을 주식에 투자했다면 “인디언은 맨해튼 섬 여러 개를 되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회계사가 내놓은 주장에 동조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어 주식시장에서 수백 년 동안 높은 수익을 올리는 방법을 들려준다. 그 방법이란 “20~30년간 망하지 않을 회사 주식을 사서 장기 보유하는 것”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시가총액 상위 기업에 분산투자하고 이후 몇 년에 한 번씩만 시가총액 상위 리스트를 보고 투자 기업을 조금씩 바꾸면 된다고 설명한다.

이 비결 또한 수백 년 동안 통할지 의문이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도 기울고 망한다. 현재 미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상위 기업인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은 설립된 지 길어야 몇 십 년밖에 되지 않는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에서도 부침이 심하다는 말이다. 새로 뜨는 업종에 투자하지 않거나 늦게 투자하거나 업종은 맞는데 회사가 아닌 종목에 투자할 수도 있다. 이미 내리막에 접어들어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없는데도 그 종목에 대한 희망을 접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주식투자에서 가장 유념할 점은 오랜 기간 시장평균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란 참으로 어렵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또 주식시장에서 높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거두려면 공포를 극복하고 탐욕을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인간사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저자는 주식시장 분석에 두 챕터를 할애했다. 통계물리학을 연구하는 저자는 이 분석틀을 사회∙경제∙생명 현상에 적용하고 있다. 이 중 상당수는 우리가 이미 알거나 동의하는 사항을 그 틀로 설명한 것이다. 예를 들면 지역감정의 골은 한반도의 남북방향이 아니라 동서방향으로 깊게 파였다, 상명하복의 구조에는 장단점이 있다, 자녀 교육비를 충분히 지출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진 부모의 아이만 입시에서 성공하고 그 학생이 졸업 후에도 경제적으로 성공한다, 서울은 물자와 사람의 이동에서 중심지다, 한국인의 성씨에서 김이박 등 상위 성씨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등이다.

저자는 한 글에서는 제한적인 사례로 당위를 내세운다. 개미의 생태를 들어 ‘집단지성은 대체로 옳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이 사회에서 보이는 행태를 개미의 생태로 설명하는 게 합당한지 의문이다. 또 개미의 생태로 인간사회의 집단지성을 논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인간집단은 분야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성보다는 광기를 더 자주 보여왔다.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 연구는 실망스럽다. 무관한 두 가지의 관계를 굳이 물리학자까지 나서서 따져볼 필요는 없다.

체질량지수를 계산할 때 왜 몸무게를 키로 나누는 대신 키의 제곱으로 나누는지 설명하는 챕터는 흥미롭다.

이렇게 짠 평가를 검증하는 측면에서도 이 책은 한번 읽어볼 만하지 않을까.

칼럼니스트 백우진 <한화투자증권 편집위원> smitten@naver.com

[사진=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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