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프로그램이 이렇게까지 무력해진 진짜 이유

[엔터미디어=정덕현] <슈퍼스타K7>에 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터줏대감이라고 할 수 있는 이승철이 더 이상 심사위원으로 서지 않는다고 했을 때 많은 대중들은 아쉬워했다. 물론 이승철이 심사위원직을 고사한 이유는 “바빠진 음반작업과 공연준비”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단지 그런 이유 때문만이었을까.

이승철 스스로도 <슈퍼스타K>는 큰 의미로 남는 오디션 프로그램일 수밖에 없다. 그는 이 프로그램, 아니 나아가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상징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제 종영한 <슈퍼스타K7>의 초라한 퇴장을 보면서 이승철의 고사를 되새겨보면 마치 오디션이라는 트렌드의 종언을 예고하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던 것일까.

이승철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상징처럼 여겨진 건 이른바 ‘가창력’이라는 하나의 기준이 당락을 결정하는 금과옥조로서 받아들여지던 초창기의 분위기 덕분이다. 이승철은 ‘가창력’이라는 기준을 세워두고 거침없는 독설을 퍼붓기도 하고 때로는 솔직한 놀라움과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그의 심사가 다소 거친 면이 있기는 해도 그것이 과도하게 문제시되는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가창력’이라는 기준이 오디션의 절대적 기준이 되지 않는다는 음악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들이 생겨났다. 허각 시절만 해도 절대적 기준이었던 가창력이 정준영이나 로이킴 같은 자신만의 개성을 한껏 드러내는 가수들이나 심지어 곽진언 같은 싱어 송 라이터들이 등장하면서 무너져버렸다. 절대적 기준은 사라지고 다양한 취향들만 남았다. 심사는 애매해졌다. 가창력 기준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떻게 점수를 준단 말인가. 그건 심사위원의 개인 취향을 드러내는 일 그 이상도 아닌 것이 되었다. 이승철의 이번 시즌 심사위원직 고사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

이렇게 된 건 오디션 프로그램이 너무 많이 반복되면서 무수히 많은 가수 지망생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가창력과 상관없이 자신만의 작곡 능력이나 개성으로 대중들의 지지를 얻는 이들도 있었다. 오디션의 근간은 여기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기준 없는 심사는 제 아무리 공정을 기한다고 해도 공정해질 수 없게 된다. 취향의 문제로 돌아서면 누군가는 좋아하는 노래가 누군가에게는 거슬릴 수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결국 ‘오직 한 사람(Only one)’을 뽑는 구조로 되어 있다. 하지만 여러 차례 오디션 프로그램을 경험하면서 대중들은 알아버렸다. 그 오직 한 사람이란 허구이자 판타지에 가깝다는 걸. 그리고 심사위원이 어떤 심사를 할 때 자신은 그렇지 않다는 걸 숨김없이 드러내는 대중들이 생겨났다. ‘K팝스타’의 박진영은 스스로의 기준에 맞게 솔직한 심사를 한 것이 맞지만, 그것 역시 한 사람의 취향일 뿐이라고 대중들은 생각한다. 그러니 그걸 절대적인 것이라고 강변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구조 속에서 박진영은 대중들에게 불편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도대체 그 누가 취향에 순위를 매겨 그것이 무조건 좋은 것이고 나은 것이라고 대중들에게 강요할 수 있단 말인가. 심사위원은 과연 대중들의 모든 취향을 대변할 수 있는가. 오디션 형식이 갖고 있는 수직적 구조는 대중들이 저마다의 취향을 갖게 됨으로써 밑단에서부터 허물어지고 있는데 여전히 오디션은 가능한 형식인가.

그래서 최근에 만들어진 <복면가왕>이나 <너의 목소리가 보여> 같은 음악 프로그램은 오디션 형식에 그다지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심사위원은 없고 대신 그 자리에 다양한 취향을 드러내는 패널들이 앉는다. 순위를 매기는 건 말 그대로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관객들이다. 그건 절대적일 수 없고 또 그걸 추구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 날의 취향의 대개가 그렇다는 걸 보여줄 뿐이다.



<쇼 미 더 머니>나 <언프리티 랩스타>는 오디션이라기보다는 서바이벌에 가깝다. 일반인이 아닌 어느 정도 힙합신에서는 알려진 실력자들이 처음부터 한 자리에 모이고 거기서 한 명씩 탈락시키는 구조다. 이것은 힙합이라는 장르에 맞게 만들어진 새로운 음악 프로그램이지 오디션의 변형이 아니다.

<슈퍼스타K7>이 보여주는 건 이제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그 형식 자체가 하나의 추억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중들이 음악을 듣는 관점이 달라졌다. 다양성과 취향의 관점으로 변화했다면 거기에 맞는 스토리텔링을 가진 음악 프로그램 형식이 새롭게 고민되어야 한다. 이제 남은 건 ‘K팝스타’다. 과연 ‘K팝스타’는 다를 수 있을까. 이렇게 저물고 있는 오디션 트렌드 속에서 버텨낼 수 있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net,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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