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나팔바지’와 ‘대디’ 사이에서 찾은 초심, 그리고 진심

[엔터미디어=정덕현] 싸이 만큼 고민이 많을 가수가 있을까. ‘강남스타일’의 국제적 성공은 그에게 기적 같은 일로 다가왔지만 또한 그만큼의 고민들로 되돌아왔다. 후속곡이었던 ‘젠틀맨’은 그 고민이 이른바 ‘싸이스러움’에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잘 보여줬다. 물론 싸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곡이어서 해외의 관심은 지대했지만 ‘강남스타일’의 뒤를 이어주지는 못했다. 싸이는 더 큰 고민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가 정규7집 ‘칠집싸이다’로 돌아왔다. 타이틀곡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나팔바지’와 ‘대디’. 싸이가 이 두 곡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시점을 정확히 밝힌 데는 두 곡이 가진 다른 느낌을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나팔바지’는 고민에 고민을 하던 싸이가 올 초 대학축제 무대에 서서 ‘제정신을 차리고’ 쓴 곡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본인 스스로도 밝혔듯이 ‘미국병’을 덜어내고 만든 이 곡은 ‘강남스타일’ 이전부터 줄곧 지속되어왔던 ‘싸이스러움’이 더욱 잘 묻어난다.

나팔과 나팔바지를 이미지로 엮어내고 여기에 붙은 ‘나팔바지(에헤라디야) 나팔나팔나팔’이라는 중독성 강한 후렴구는 그것이 시각적으로도(나풀거리는 듯한) 청각적으로도(나팔나팔나팔) 선명하게 기억에 각인시키는 효과를 낸다. 빼놓을 수 없는 건 역시 뮤직비디오다. 나팔바지가 갖고 있는 복고적 느낌을 제대로 살려낸 뮤직비디오에서 싸이는 저 ‘강남스타일’이 그랬듯 허슬 춤을 촌스러운 몸에 멋지게 소화해내는 것으로 흥겹고 즐겁고 웃긴 장면들을 연출해낸다. 싸이가 아니라면 도무지 흉내 내기 어려운 작업이 아닐 수 없다.

‘제정신을 차리고’ 쓴 곡이라 그런지 ‘나팔바지’는 훨씬 더 우리들의 귀에 쏙쏙 박힌다. 뮤직비디오도 그 춤동작이 쉽게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대디’는 느낌이 다르다. 스스로 밝힌 것처럼 ‘국제용’으로 ‘만들어진’ 곡이란 느낌이 강하다. 어쨌든 ‘국제용’이라는 말에 걸맞게 유튜브 조회 수는 ‘대디’에 대한 반응이 훨씬 폭발적이지만 우리에게 훨씬 귀에 익고 싸이 답게 여겨지는 곡은 아무래도 ‘나팔바지’가 아닐까 싶다.



지난 ‘젠틀맨’이 나오고 나서 많은 이들이 ‘초심’을 얘기했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당한 얘기였다. 왜냐하면 싸이의 곡이 점점 ‘국제용’으로 기획되는 듯한 인상이 강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춤과 중독성 강한 후렴구 그리고 우스꽝스러운 뮤직비디오에 음악을 오히려 맞춘 듯한 느낌. 하지만 그런 해외시장을 겨냥한 듯한 기획 작품으로는 ‘강남스타일’처럼 자연스럽게 싸이의 느낌이 묻어나고 그러면서 음악적으로 그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것이 요원하다는 반성이 초심에 대한 요구로 이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도대체 초심이란 무엇인가가 싸이는 또한 고민이었다고 한다. 사실 ‘싸이 답다’는 표현 속에는 대중들이 요구하는 초심이라는 것이 명확하게 들어있을 것이다. 하지만 싸이 스스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한 가지의 모습만을 일관되게 보여주는 것이 초심은 아닐 테니 말이다. 사람은 어쨌든 상황을 겪으며 변화하고 성장하기 마련이다. 이미 상황이 달라져있는데 억지로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과연 초심일까. 그것이 초심일 순 있지만 거기에는 진심이 묻어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진정한 초심이란 새롭게 생겨난 것들 속에서 그것이 자신의 모습으로 소화될 때 비로소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나팔바지’와 ‘대디’ 사이에는 그래서 싸이의 이 초심에 대한 고심이 묻어난다. ‘나팔바지’가 우리에게 친숙한 그 싸이다움을 담고 있다면, ‘대디’는 국제가수가 된 그가 해외에서의 활동을 통해 얻게 된 새로운 싸이다움이 담겨있다. 그는 자신이 어렵게 찾은 초심을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어서 ‘딴따라’가 된 ‘나’”라고 표현했다. 그에게는 ‘나팔바지’도 ‘대디’도 ‘하고 싶은 것’ 즉 초심일 것이다.

이런 면들은 ‘칠집싸이다’의 다른 곡들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즉 타이틀곡은 ‘나팔바지’와 ‘대디’로서 마치 싸이를 표상하는 것처럼 내세워져 있지만 이 앨범에 담긴 다른 곡들도 저마다의 매력이 넘친다는 사실이다. 전인권이 피처링한 ‘좋은 날이 올거야’나 JYJ 시아준수가 피처링한 ‘Dream’ 같은 곡은 해외는 모르겠지만 국내 팬들에게는 분명 매력적인 곡일 것이다. 국제 활동에 대한 욕망도 느껴지지만 국내 활동에 대한 애착도 느껴지는 ‘칠집싸이다’. 싸이는 그렇게 자신의 초심을 되찾았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나팔바지’‘대디’ 뮤직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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