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 OST 펄펄 나는데 오디션 음원은 왜

[엔터미디어=정덕현] OST가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음원차트에서 힘을 발휘한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래서 백지영이나 김태우는 지금도 여전히 OST를 부르면 무조건 차트에 올려놓는 괴력을 발휘한다. 최근 김태우가 벤과 함께 부른 <오 마이 비너스>의 삽입곡 ‘Darling U’ 같은 곡은 대표적이다.

그래서 최근 가장 뜨거운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OST가 음원차트에서 괴력을 발휘하고 있는 건 당연한 결과처럼 여겨진다. 김창완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김필의 ‘청춘’은 드라마에 깔리자마자 차트에 진입했고, 이어 들국화의 원곡과 그 곡을 리메이크한 이적의 ‘걱정말아요 그대’는 두 곡이 나란히 대중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동물원의 ‘혜화동’ 역시 박보람에 의해 리메이크되어 차트 상위권에 진입해 있고 이문세의 ‘소녀’는 오혁에 의해 역시 차트에 진입해 있다. 1980년대 명곡들이 현재의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되고 차트에 오르고 있는 것.

음원차트에서 핫한 가수의 신곡들은 늘 우선적으로 주목받기 마련이다. 싸이의 ‘칠집싸이다’가 그렇고 화제와 논란을 동시에 일으켰던 아이유의 ‘CHAT-SHIRE’가 그러하며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해 등장한 소녀시대 태티서의 ‘Dear Santa’ 같은 곡이 그렇다. 하지만 가수보다는 콘텐츠의 힘이 음원차트에 영향력을 미쳐온 것 역시 꽤 오래됐다.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나왔던 노래는 지금도 차트 100위권에 들어가 있다.

그런데 주목되는 건 오디션 프로그램의 음원 영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슈퍼스타K7>의 성적은 시청률 한 자릿수도 유지하지 못한 채 무너져버렸지만, 그래도 작년 곽진언이나 김필의 곡이 음원차트에 들어왔던 것을 떠올려 보면 너무나 격세지감이다. 이것은 그만한 슈퍼스타가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디션이라는 형식이 과거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현실도 무관하지 않다.



사실상 오디션이나 드라마나 그 음원이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거의 유사하다. 그것은 둘 다 스토리를 매개한다. 오디션이 출연자들의 스토리를 덧붙여 곡에 몰입도를 높인다면, 드라마는 극중 캐릭터들의 이야기에 얹어지는 곡으로 더 깊은 감정이입을 가능하게 만든다. 이를테면 김필이 다시 부르는 ‘청춘’이란 곡은 <응답하라 1988>에서 덕선(혜리)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그 상가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하루를 버텨내다 결국 형의 등장에 무너지는 성동일의 모습에 슬쩍 깔림으로써 그 가사가 시청자들의 가슴에 박히게 만든다.

그런데 왜 최근 들어 오디션 프로그램은 예전만큼 음원차트에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 것일까. 과거만 해도 지망하는 일반인들의 리얼 스토리가 가진 진정성이 음악과 어우러져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오디션의 진정성이 과거만큼 무게를 갖지 못하게 된 듯하다. 그것은 신뢰가 사라졌다기보다는 너무 많은 감정과 감성을 겨냥한 스토리들이 편집되어 반복적으로 보여지다보니 스토리 자체에 둔감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새롭게 음원차트를 건드리고 있는 건 이제 오디션 형식보다는 드라마와 결합한 OST가 되고 있는 느낌이다. 이미 <비긴 어게인> 같은 영화가 OST의 파괴력이 상상 이상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준 바 있고 현재 <응답하라 1988>은 그 힘을 고스란히 이어 보여주고 있다. 오디션도 드라마도 사실상 옛 노래에 대한 리메이크라는 비슷한 장치들을 갖고 있지만 이제 대중들은 드라마타이즈된 스토리에 더 빠져들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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