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실’, 송일국 연기에 대한 평가가 야박한 이유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송일국이 KBS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은 것만은 분명하다. 삼둥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커진 관심만큼 비판적인 시선들도 적지 않았다. 뭐든 다 해주는 아빠 앞에서 보통의 아빠들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도 현실 여건이 되지 않아 그러지 못하는 아빠들은 처음에는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다가 나중에는 위화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여튼 송일국은 이제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삼둥이 아버지에서 연기자 송일국으로 돌아왔다. 이미 찍어놓은 분량이 있어 여전히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등장하지만, 그는 이제 온전히 KBS 대하사극 <장영실>에서 연기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아버지인 장성휘(김명수)의 죽음 앞에서 짐승처럼 오열하는 송일국의 연기에 KBS관계자는 촬영현장에서 모든 스태프가 숨죽여 그의 연기를 바라봤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송일국의 오열 연기에 대해 시청자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그 정도 연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심지어는 발연기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나아가 이것은 연기의 문제가 아니라 개연성이 떨어지는 <장영실>의 대본 문제라고까지 비화되기도 한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송일국이 꽤 열심히 연기에 임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 여기에 대한 시청자들의 정서적 반응은 그리 좋지 않은 까닭은 도대체 뭘까.

4회에서는 그토록 화제가 되고 또 논란도 되었던 송일국의 삼둥이 중 대한이와 만세가 길바닥에서 거지차림으로 앉아 있는 장면이 방영되었다. 그 중 만세는 오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거의 1초도 되지 않는 살짝 지나가는 이 장면은 이미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찍었다고 해서 화제가 됐던 장면이다. 이에 대한 감독의 호평도 있었지만 방송된 장면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 역시 그리 좋지만은 않다.



<장영실> 4회분은 노비 신분으로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없는 주인공이 조선을 탈출해 명으로 가려다 좌절되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어찌 보면 작금의 현실적인 입장이 충분히 투영될 수 있는 이야기이고, 송일국은 바로 그 노비 신분의 장영실을 연기하는 것이니 그 시청자들의 영웅상이 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이것은 그간 <슈퍼맨이 돌아왔다>라는 관찰형 예능을 통해 보인 송일국과 삼둥이의 면면들에 대한 호불호가 드라마와 연기에 대한 평가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어머니인 김을동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이미지는 송일국 연기와 <장영실>이라는 작품에 대한 정치적인 해석까지 하게 만들었다. 현 정부가 주창해온 ‘창조경제’에 대한 호불호는 ‘장영실’이라는 인물을 굳이 사극의 주인공을 세운 것에 대한 정치적 해석에 의해 그 호불호가 나뉘고 있다. 그러니 송일국의 연기에 대한 평가 역시 그 연기 자체가 아니라 이런 호불호가 끼어들 수밖에 없다.

이것은 정치적 판단을 떠나 객관적으로 보면 온당한 평가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이 가진 자들이 더 많이 가질 수 있는 구조로 시스템화 되어 있고 거기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 많은 시청자들이 드라마나 그 연기자에 대해 어떤 불만을 토로하는 것을 뭐라 말할 수는 없을 게다. 그것 역시 대중문화라는 콘텐츠가 기능하는 방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과연 그간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연기자로서의 송일국은 삼둥이의 도움을 받았던 것인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연기자에 사적 이미지는 자칫 그 연기에 대한 몰입을 막는 장애가 되기도 한다. 송일국의 장영실이라는 밑바닥 노비 연기는 나쁘다 말하기 어렵지만, 그것이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보여줬던 사적 이미지와 부딪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