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실’ 송일국, 명연기라는데 반응 시큰둥한 이유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KBS 대하사극 <장영실>에서 송일국 연기에 몰입해 스텝이 뛰어나오는 바람에 촬영이 중단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장영실이 역모죄로 교수형을 당할 위기에 처하는 장면이었다. 방송분에서 장영실을 연기하는 송일국은 목이 매달린 채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나쁘지 않은 연기였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 제작진으로부터 흘러나온 송일국 명연기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영 시큰둥하다. 연기는 차치하고 너무 퉁퉁한 살이 몰입을 방해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비 연기를 하는 것인데 이처럼 후덕한(?) 모습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제 청년의 나이인 장영실 역할에 송일국의 이미지가 어색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것은 아마도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삼둥이 아빠 이미지가 겹쳐지기 때문에 생기는 일일 것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송일국은 꽤 부유하게 살아가는 ‘슈퍼맨 아빠’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건 나이로도 또 노비 역할인 장영실과의 이미지와도 상충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송일국 개인의 문제보다 더 시청자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건 <장영실>이라는 사극에 덧씌워진 ‘정치적인 시각’ 때문이다. 송일국의 모친인 새누리당 최고위원인 김을동의 이미지가 겹쳐지고, 여기에 현 정권에서 주장하는 ‘창조 경제’의 이미지까지 겹쳐지게 되자 <장영실>이란 사극은 엉뚱하게도 정권 홍보 드라마 같은 뉘앙스를 갖게 됐다.

게다가 이 사극에 의해 캐릭터화된 장영실의 모습이 마치 작금의 청춘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현실적으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 또한 이 사극에 정치적인 시각을 덧씌우게 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즉 조선시대의 장영실은 노비 출신이면서도 세종(김상경)과 함께 자신의 꿈을 실현시킨 인물이다. 하지만 지금의 청춘들에게 이 같은 흙수저가 금수저가 되는 이야기는 그다지 큰 공감을 주지 못한다. 장영실처럼 노력하고 꿈꾸는 청춘이야 지금도 넘쳐나겠지만 세종처럼 이를 알아봐주고 그 성장의 사다리를 놓아주는 지도자가 부재한 까닭이다.



이러니 마치 장영실처럼 노력하면 된다는 식의 이야기가 공감대를 주기는 쉽지 않게 되었다. 이러한 정서적인 불편함은 장영실이라는 조선시대의 실제 인물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이 사극이 하필 이 시기에 이 인물을 끄집어냈다는 것에 어떤 의도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만든다.

송일국은 분명 이전보다 연기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졌다. 연거푸 드라마와 영화에서 실패하면서 보여줬던 가벼움이 <장영실>에서는 꽤 진중해진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과는 별개로 송일국 개인의 이미지와 이 사극에 대한 정치적 해석 등이 맞물리면서 시청자들의 반응은 영 신통찮게 나타나고 있다.

결국은 이미지의 문제다. 송일국도 이 사극도 어쩌다 보니 정치적인 색채가 덧씌워지면서 드라마를 드라마로 순수하게 몰입하게 만드는 일이 쉽지 않게 되어버렸다. 이 부분은 아마도 연기자나 드라마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평상시의 현실적인 모습이 연기자든 드라마든 허구의 작품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이러한 외적 영향은 제작진이 해프닝이라며 애써 꺼내놓은 송일국 ‘명연기’에 대한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시큰둥해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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