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전자’, 왜 담합 폭로자 탈락만 논란이 될까

[서병기의 핫이슈] KBS 2TV ‘휴먼 서바이벌 도전자’는 잔인한 게임이다. 다른 서바이벌형 오디션 프로그램도 잔류와 탈락의 순간이 있지만 자신이 최선을 다해 살아남으려 하고 탈락자에게 위로의 말을 건넨다.

하지만 ‘도전자’는 미션 자체가 인간의 이기심, 갈등, 배신, 동맹, 담합, 질투, 이간질의 감정이 나오게 돼있다. 그렇게 해놓고 탈락하지 말고 살아남아라는 식이다. 드라마로 따지면 막장적 요소를 여기저기 배치한 셈이다. 거기까지도 좋다.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는 측면이 어느 정도 있으니까.

하지만 팀(조직)에서 발생되는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도 있어야 ‘막장 예능’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막장 예능을 방지하는 조절자로서의 기능은 미션과 심사위원이 맡고 있다. 특히 탈락자를 결정짓는 심사위원은 출연자의 생사여탈권을 쥐고있는 가장 중요한 자리다.
 
하지만 이 두 가지가 모두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제작진이 부여한 미션을 수행하다보면 이기심이 발동된다. 이런 일을 겪으면 다음 미션에서는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을 줘 수행자 스스로 잘못됐다는 사실을 일깨워줘야 한다. 미션 자체에 암시가 있고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도전자’는 지(智) 덕(德) 체(體) 종합 생존게임이라고는 하지만 그 점이 결여돼 있다.

심사위원도 조절자로서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강지원 변호사는 지난 22일 탈락후보로 나온 현해리에게 “좌판을 벌이고 호객 행위를 하며 물건을 파는 게 불법인 것은 아느냐”고 추궁하듯이 말했다. 미션 자체가 길에서 만나는 외국인을 상대로 물건을 파는 것인데, 이를 수행한 사람들중 한사람에게 불법이라며 호통을 쳤다.
 
제작진이 하와이 관청의 허가를 얻어 물건파는 걸 허락받고 미션을 부여한 게 아니었다. 그렇다면 아예 사전에 “우리는 최고의 도덕적 군자를 원한다”고 고지라고 했어야 했다. 아니면 불법 미션을 수행하지 못하게 사전에 막아야 했다.
 
오히려 강 변호사는 길거리에서 필승 코리아를 외치는 게 국가 이미지를 망친다는 사실을 아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그런 식이라면 길거리 미션을 수행하는 자체가 국가 이미지를 망치는 걸 전제로 하고 있다. 도전에서 나타나는 부정적 요소들을 잘 가이드해주어야 할 심사위원이 미션 수행자에게 순도 100%의 도덕성을 지니지 못했다며 꾸짖고 있다.

지난 29일 방송에서는 가장 심한 막장적 상황이 벌어졌다. 블루팀에서 나름 리더십을 발휘하다 팀 교체로 박미소 김지원과 함께 레드팀에 들어온 방창석이 팀 리더인 김호진과 정면 충돌했다.


 
김호진이 담합 분위기를 유도해 박미소를 탈락후보로 내세웠다는 것이었다. 방창석은 이 담합을 폭로하기 위해 스스로 탈락후보자로 나가 심사위원에게 “(김호진이) 불공정한 사회를 만들고 있다”고 공격했다. 심사위원이 이 과정에서 방창석을 탈락시킨 것 하나는 잘했지만 상황을 수습하는 조절자 역할은 해내지 못했다.
 
조직(의 리더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팀내 수행과제를 스스로 망치는 자를 구제한다면 ‘울트라 막장’이다. 방창석은 ‘미술품 찾아 사진 빨리찍어오기’ 미션을 수행하며 일부러 찍은 사진을 버려 미션을 포기했다. 방창석은 최선을 다해 이 미션을 이겨놓고 팀 구성원의 탈락 가능성을 최소로 줄여놓은 다음 따로 독선적인 김호진의 리더십을 문제로 삼아야 했다.
 
탈락자선정위원회에서 위원들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논리도 맞지 않았고, 선정위원 앞에서 담합에 참가했다고 생각하는 서민수에게 계속 “재미있냐” “조용히 해”라고 말한 것도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김호진과 서민수가 담합해 박미소를 탈락후보를 만들었다는 완벽한 증거를 확보하지도 못한 채 이를 알려준 내부 제보자 허홍의 이름을 그 자리에서 얘기하는 것도 성급했다.
 
심사위원들은 물의를 일으킨 사람에 대한 인사조치만 취할 게 아니라 미션 수행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에 대한 진단과 조정, 방향제시의 역할도 함께 해주어야 한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기자 > wp@heraldm.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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