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캠프’ 폐지가 김제동 탓은 아니겠지만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폐지된다”고 했다가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했다가 오락가락하던 SBS 예능 <힐링캠프>는 결국 폐지가 결정됐다. 고민한다고 했지만 사실상 이 프로그램이 기사회생할 것이라고는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지상파 프로그램에서 가장 큰 두 가지 요소,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눈에 띄게 추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힐링캠프> 폐지 결정이 쉽지 않았던 건 이 프로그램이 워낙 오랫동안 방영되면서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고 있었고, 이경규와 성유리를 빼고 김제동을 전면에 세워 리뉴얼을 시도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조금 더 두고 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을 수 있다.

하지만 꽤 오랫동안의 흐름으로 보면 <힐링캠프>는 이미 점점 기울어가는 모양새가 확연히 드러나고 있었다. 아마 이 프로그램이 최고점을 찍었던 건 과거 안철수 같은 연예인이 아닌 유명 인사들까지 이 프로그램에 나와 소탈한 모습을 보였던 그 시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힐링캠프>는 몇몇 논란 연예인들의 ‘면죄부 방송’이라는 오명을 쓰기 시작하면서 시청자들을 위한 힐링이 아니라 연예인들을 위한 힐링 프로그램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프로그램에 대한 공감대 또한 사라져갔다. <힐링캠프>의 폐지는 지금 결정된 것이지만 그 시발점은 꽤 오래 전부터 지속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일부에서는 <힐링캠프>의 폐지를 두고 김제동의 정치적 성향이 부담이 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김제동이 역사 국정화에 반대하는 내용의 사진을 SNS를 통해 올리면서 그것을 빌미삼아 SBS 사옥 앞에서 보수단체인 엄마부대봉사단이 진을 치고 김제동 퇴출 시위를 벌였던 사실은 어찌됐든 큰 잡음으로 남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힐링캠프>의 폐지를 김제동 탓으로 몰고 가는 것은 지나친 정치적 해석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것보다는 이 프로그램의 힘이 소진됐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SBS가 이 프로그램의 목적을 시청률이 아닌 사회공익적인 차원으로 바라봤다면 폐지가 아닌 존속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힐링캠프>는 애초부터 상업적인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그 목적이 더 이상 요원하게 된 상황에 방송사가 이를 존속시킬 이유도 사라진 것일 뿐이다.



흥미롭게도 <힐링캠프>는 폐지 결정이 되었지만 JTBC의 <김제동의 톡투유>는 지난해 5월부터 시작해 지금껏 순항중이라는 점이다. 평균 2.5% 시청률. 그리 높은 것도 그렇다고 낮은 것도 아니다. <힐링캠프>가 폐지 결정된 것이 시청률 때문이라면 <김제동의 톡투유>는 그 목적 자체가 시청률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두 프로그램은 김제동이라는 인물이 해왔던 ‘토크 콘서트’를 저마다 색깔을 달리해 프로그램으로 녹여냈다. 하지만 <김제동의 톡투유>는 보다 더 ‘토크 콘서트’에 가까운 형식이고 시청률보다는 교양적인 목적이 더 두드러지는 프로그램이다.

김제동이 정치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하고 있고 또 그 발언에 대해 ‘사이다’라고 느끼는 대중들의 지지도 꽤 깊은 편이다. 하지만 어찌 됐던 보수냐 진보냐는 식으로 나뉘어 정치적 입장으로 김제동을 바라보는 시각은 호불호가 나뉠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은 김제동을 방송에서 캐스팅하는데 있어 제작진들이 항상 부담을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다. 어쨌든 이제 김제동에게 남은 프로그램은 <김제동의 톡투유> 달랑 하나뿐이다. ‘토크콘서트’라는 확실한 김제동표 브랜드가 있으니 크게 걱정될 일은 없을게다. 하지만 방송인으로서의 김제동의 고민은 확실히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SBS,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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