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앤크’ 편성 잘했으면 시청률 두 배도 거뜬!

[서병기의 프리즘] 만약 SBS ‘일요일이 좋다-키스앤크라이’가 KBS‘해피선데이-1박2일’과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와 다른 시간대에 편성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쯤이면 시청률이 18% 정도는 나왔을 것이다. 금요일 밤 10시대에 방송되는 MBC ‘댄싱위드더스타’의 시청률 등을 감안할 때 충분히 해볼만한 추측이다.

‘키앤크’는 출범 당시만 해도 많은 우려에 직면해 있었다. 피겨 스케이팅을 페어 종목으로 펼치는데 한 명의 비전문가가 끼어 있다는 점이 꺼림칙했다. 이들의 기량 발전 과정을 매주 TV를 통해 보여준다는 게 꽤 무모해보였다. 부상의 위험까지 안고 있었다.

하지만 4차대회까지 치르면서 기량면이나 퍼포먼스면에서 충분히 볼만한 거리를 제공하면서 시청자들을 매혹시켜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하고 있다. 멋있고 아름다워 감탄을 주는 커플도 있고 더 많은 노력과 열정으로 부상의 위험을 딛고 일어선 감동스토리도 있다.
 
피겨스케이팅을 TV를 통해 예능으로 접하는 것 자체가 최초이다 보니 특이하면서 낯선 면도 있었다. 이국적인 유럽풍 분위기를 자아냈다. 하지만 이 낯선 면을 대중스타들이 참가해 더 가깝고 쉽게 볼 수 있게 만들었다. 피겨의 대중화에도 기여한 프로그램이 됐다.
 
출연자들이 모두 열심히 기량을 갈고 링크에 오르지만 김병만-이수경조의 활약은 단연 ‘키앤크’에 불을 붙인 원동력이었다. 찰리 채플린, 타잔, 해리포터 등으로 매번 변신하는 김병만은 빙판에서도 진짜 달인이 되는 듯했다. 김연아가 영화 ‘해리포터’의 등장인물로 분한 김병만조를 보고 “두 분 모두 귀엽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김병만은 2분간의 경연을 위해 하루 두 차례 탄현링크를 찾아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다. “멋있다, 대단하다”는 시청자의 반응이 자연스럽게 나오려면 무대 뒤에서 흘린 땀이 적지 않아야 했고 멍이 수차례 들어야 했다.
 
시상식장에서 김병만이 흘린 눈물은 단순히 부상투혼의 의미가 아니라 신성한 노동에 대한 인정의 의미로 자신에게 다가와 북받쳐 울었던 것이다. 김병만의 도전적인 삶은 시청자에게는 감동과 자극을 동시에 주었다.
 
크리스탈-이동훈조는 김병만조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크리스탈이 다리로 남자 파트너의 목을 감고도는 브리즈 리프트는 참가팀중 유일하게 선보이는 기술이다. 크리스탈조는 더 연습해서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시켜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기대 수준이 높아졌다. 크리스탈 조를 보고 있으면 선수급 수준의 완벽한 기량을 펼치리라는 느낌이 든다.
 
그러다보니 크리스탈도 긴장한 나머지 스로우 러츠 점프는 실패하고 공연 후에는 탈진해 빙판에서 일어나지 못할 정도였지만 캐리비안 리프트에 이은 로테이셔널 리프트는 강렬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이들의 플레이는 한 폭의 그림 같다는 사람도 있고 순정만화를 보는 느낌처럼 설렘과 두근거림이 있다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크리스탈조는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하는 그 무엇이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마리오네트와 스타워즈 등을 선보인 유노윤호-클라우디아조도 뛰어난 퍼포먼스 비주얼 커플이다. 5일간 연습해 악셀을 프로그램으로 짰다는 사실을 알고 심사위원들도 놀랐다. 그리고 유노윤호는 하프 악셀을 성공시켰다. MC 신동엽은 “연습량 대비 결과물 최고, 투자 대비 효율 최고의 팀이다”고 말했다. 유노윤호가 경기용으로 미흡하다면 ‘갈라쇼’에서는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것 같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이규혁-최선영 팀은 기량면에서는 최고다. 러츠와 점프 연결 동작은 환상적이다. 오히려 한 쪽은 스피드, 한 쪽은 피겨 전문가라는 사실때문에 평가가 인색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규혁의 여덟 구역으로 나눠진 복근과 최선영의 자전거 리프트는 이 팀만의 차별화 요인이다.

손담비-차오름조는 연습한 만큼의 기량이 나오지 않고 매번 실수가 나와 아쉬움을 주기도 했지만 토 점프 등은 손담비의 강점이다. 또 크리스탈조의 독주가 한풀 꺾인 시점에 손담비조가 부진을 극복하고 있어 승부가 재미있어졌다. 두 팀은 리프트 기술이 화려해 최고의 볼거리를 제공하는 팀이다.

손담비조와 유노윤호조는 초반 승승장구가 예상됐지만 부상과 실수의 두려움과 연습시간의 부족 등이 겹쳐 중반에는 한풀 꺾였으나 부진을 딛고 살아나면서 우승자를 예측하기 힘들어졌다.
 
누가 우승해 8월 열리는 김연아 아이스쇼 무대에 서느냐도 관전 포인트다. 하지만 출전한 팀 모두 오디션 프로그램이 담고 있는 꿈과 도전 정신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 ‘키앤크’의 최대 매력이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기자 > wp@heraldm.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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