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카데미 시상식과 관련된 네 가지 색다른 이야기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제 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났다. 올해의 작품상 수상작은 각본상도 함께 가져간 <스포트라이트>였다. <레버넌트>는 감독상을 포함한 3개 부분,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는 여섯 개의 기술상을 가져갔으며, <룸>, <인사이드 아웃>, <대니쉬 걸>, <빅 쇼트>와 같은 영화들이 각각 상을 한 개씩 가져갔다. 감독상과 작품상이 다른 영화에게 돌아간 대부분 해가 그랬던 것처럼 확실한 우위를 차지한 작품은 없었다. 이 현상을 <매드 맥스>와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에 작품상을 주지 못하는 회원들의 거부감이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영화에 2년 연속 연달아 작품상을 주는 것에 대한 그들의 주저를 읽을 수도 있겠지만, 회원들의 인기투표를 꼼꼼하게 분석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올해 시상식에 대한 몇 가지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1. 이번 아카데미에서 가장 논쟁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다양성의 문제였다. 연기상 후보에 오른 모든 배우들이 백인이란 사실이 지적되었고 이드리스 엘바처럼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흑인 배우들이 올바른 경쟁을 거치지 못한 채 누락되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는 일부 배우나 감독의 보이콧으로 이어졌다.

올해 진행자인 크리스 락과 작가들은 정면대결을 택했다. 농담은 절반 이상이 인종다양성에 대한 것이었고 심지어 이는 후보에 오른 영화 소개까지 먹어버렸다. 농담들은 빠르고 효과적이었으며 그만큼이나 선동적이었다. 그리고 그가 내세운 흑인 배우들에게 동등한 기회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메시지는 반박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농담과 선언이 지나칠 정도로 흑백문제로 제한되어 있었고 그 때문에 훨씬 복잡한 실제 미국 영화계의 문제점을 반영하지 못했으며 몇몇 예민한 이슈에 대해 무감각했거나 무례했다는 점은 지적할 수밖에 없다. 여성 동성애를 다룬 영화인 <캐롤>의 누락은 아카데미의 성차별과 LGBT 차별을 동시에 반영하는 것이었지만 그는 이 영화를 여자 둘이 나오는 포르노인 양 농담거리로 삼았다. 정장차림의 동양인 아이들을 내세운 이벤트는 동양인 스테레오타이프를 무례하게 써먹은 것으로 그냥 인종차별적인 농담이다.



2. 올해 가장 화제가 되었던 수상자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였다. <레버넌트>로 그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순간은 몇 년 동안 이어온 ‘영원히 고통 받는 디카프리오’ 서사의 종지부를 찍었다.

전에도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디카프리오의 아카데미 수난기는 지나치게 과장된 구석이 있다. 이 농담이 본격적으로 인기를 끈 건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전후이고 사실 이전의 그의 경력은 그렇게까지 특이하지는 않다. 끊임없이 후보에만 오르고 떨어지기를 반복하다가 87세의 나이로 올해 첫 아카데미상을 받은 엔니오 모리코네를 보라. 그와 비교한다면 ‘영원히 고통 받는’이란 표현은 미안해질 정도이다.

디카프리오 아카데미 농담은 기록 자체보다는 그가 ‘아카데미상을 갈망하는 할리우드 스타’라는 고정된 이미지에 지나칠 정도로 딱 맞아서 그 희극성을 떨어내기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 이상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노골적인 아카데미 연기와 개고생을 동시에 선보였던 <레버넌트>가 그 서사의 정점이자 결말인 것은 오히려 당연해 보인다.

디카프리오와 아카데미를 소재로 한 인터넷 농담들은 한동안 계속 나올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영원히 고통 받는 디카프리오’ 서사는 끝이 났다. 인터넷 농담꾼들이 슬슬 다른 농담거리를 찾을 때가 된 것이다. 언제까지 같은 농담만 할 수는 없다.



3. 올해 아카데미에서 눈에 뜨이는 테마는 성폭행이었다. <룸>, <헌팅 그라운드>, <매드 맥스>, <스포트라이트>는 모두 성폭행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었다. 아카데미는 레이디 가가가 부르는 <헌팅 그라운드>의 주제가 공연 앞에 조 바이든 부통령을 소개자로 내세웠고 본 공연 때에는 실제 대학 성폭행 피해자들을 배경에 세웠는데, 이는 올해 시상식 중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다른 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아카데미 수상자들은 소감에서 인종차별, LGBT 인권, 환경문제에 대한 자신의 정치적 문제를 밝혔다. 이에 냉소적인 것은 자유지만 몇 억의 시청자들이 자신을 보고 있는 순간을 감사인사로만 소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4. 채널 CGV의 동시통역은 잘 들리지도 않았고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도 못했으며 원래의 목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못하게 방해했다. 자막이 백 배 낫다.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영화 <스포트라이트><매드맥스><레버넌트>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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