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떴'·'런닝맨', 줄곧 유재석과 예능을 해온 조효진 PD[대담]

[엔터미디어=TV남녀공감백서] SBS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은 '게임 버라이어티 쇼'다. 일요일 저녁, 총성 없는 예능 격전지에서 '달리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건강한 웃음으로 주말 저녁을 갈무리 하는 '런닝맨'의 뛰는 감독, 조효진 PD를 만났다. (대담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덕현 칼럼니스트, 조효진 PD, 정리 최정은)

정석희: '런닝맨'을 보면 정해진 포맷은 있어도 그 소재는 계속 바뀌고 있더군요. 소재 발굴을 위해 얼마나 고생하는지, 시청자 눈에도 보이고요. 아이디어 조달이라든지 랜드 마크를 정하는 데에 제작진의 고충이 많죠?

조효진: 네. 상당히 어려운 부분입니다. 정해진 포맷이 있다고는 하지만 비슷비슷하면 재미없거든요. 또 게임쇼, 로드 미션이라 단순하면서도 흥미로워야 하기에 가능하면 톡톡 튀면서도 간단한 미션으로 가볍게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아이디어는 회의 하다 단 십분 만에 나올 때도 있고 삼일 회의에도 힘들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장소부터 먼저 답사해 보기도 하죠. 어떨 때는 장소에 가서 게임을 만들기도 합니다.

정덕현: 게임을 먼저 정하고 장소를 구상하는 것이 아니라 장소를 먼저 정한 후 게임이 정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군요. 역시 아이디어 찾기가 만만찮겠습니다.

조효진: 사실 매주 분의 녹화 과정보다 아이디어를 내는 쪽이 더 어렵죠. 아이디어는 다양한 곳에서 찾습니다. 얼마 전에는 SBS <보스를 지켜라> 예고편이 사보에 뜬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려 주인공들을 섭외하기도 했습니다. 저희들만의 원칙이 있다면 하루 찍은 건 하루에 다 보여주자는 겁니다. 물론 경주나 태국 편에서 보셨듯이 이틀에 걸쳐 한 장소에 머물게 되면 2회 분으로 나누게 됩니다. 그런 경우 주제를 다르게 잡아 2회분으로 나누기는 합니다만 스토리는 이어지게 합니다. 최민수 씨 편의 첫날이 '런닝맨 헌터'의 느낌이었다면 둘째 날은 멤버들과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준 것처럼 말이죠.

정덕현: 하루 촬영 분을 하루에 소화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조효진: 기본적으로는 리얼이 강조된 즐거운 게임 버라이어티이기 때문에 게임에는 마무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게임을 뚝 자를 수는 없으니 명확한 마무리 후에 다음 스토리를 이어 가는 것이 재미있겠다! 생각 하는 거죠. 프로그램이 좀 더 자리를 잡게 되면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속도로 2회분이 나온다면 좋겠지만 속도감을 이어가기에는 하루 찍는 분량으로 한 회가 제일 좋더라고요. 이틀로 이어지면 시청자들이 그 호흡을 받아드리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녹화는 기본 틀만 짜 놓고 나머지는 플레이어들이 알아서 진행하는 스토리라 일단 촬영에 들어가면 쉽습니다. 그러나 그 얼개를 짜기가 어려워요. 너무 복잡하면 멤버들의 발을 묶어 놓기 십상이기도 하고요.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정덕현: 초기에는 단순한 게임이었는데 게임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어요. 무슨 게임이 벌어지고 있는지 출연진도 어리둥절할 때가 있겠지만 시청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석희: 맞아요. 윤소이 씨가 나왔을 때도 누가 어떤 이름표를 갖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개리 씨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건 도표 같은 걸 사용해 친절하게 설명해줬으면 좋지 않았을까요?

조효진: 딜레마입니다. 처음에는 제작진도 설명을 해줄까 생각했었는데 이게 설명을 하면 할수록 더 복잡해지겠더라고요. 그래서 살아남는 사람이 이기는 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그랬더니 어느 순간 멤버들이 머리를 쓰기 시작하더군요.

정석희: 게임이 진행되는 랜드 마크가 프로그램 초반과는 달라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야간에 폐장된 공간 같은 닫힌 공간에서 하더니 요즘은 일상의 공간에서 일반인들하고 부딪히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논란도 있었고 위험한 부분이 보이기도 하던데 그런 문제들을 감수하며 일반인 속으로 들어간 이유가 있나요?

조효진: 처음 게스트 찾기를 시작할 때에는 닫힌 공간에서 우리가 동원한 엑스트라들을 활용해서 진행했었는데요. 어느 순간 보니 일반인들의 참여도 꽤 재미있는 그림이 나오더라고요. 아마도 파주 출판단지에서 찍을 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직원이 4-500명쯤 되는 회사였는데 저희 프로그램을 위해 모두 정장 출근까지 해 주실 정도로 협조가 잘 되었어요. 원래는 자유로운 복장으로 근무하는 회산데 말이에요. '런닝맨'이 심리게임이라 그 결과가 인터넷상에 노출이 될 수도 있고 일반인 속에서 뛰고 찍으면서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과 함께하는 자연스러운 터치가 묘하게 재미있더라고요.

정덕현: 그처럼 미리 양해를 구한 경우는 문제가 없었어요. 그러나 '교보문고' 편에서처럼 런닝맨들이 불특정 다수의 일반인들 속으로 쑥 들어오는 것은 위험요소가 커 보이는데요.

조효진: 원래는 이른 시간에 촬영을 시작해 불편함을 드리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의외의 변수가 발생해 폐를 끼치고 말았습니다.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로 '런닝맨'이 좀 더 사랑 받는 프로그램이 된다면 '런닝맨이 떴다'며 함께 즐기시는 분들도 많아지시겠지요.



정석희: MBC <무한도전>과 KBS <해피 선데이> '1박 2일'도 그런 일들은 다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유재석 씨는 어떤 행동이 비난을 받는지 다 알고 있고 사후 처리가 완벽하죠, 늘. '런닝맨' 경주 편에서도 기차 속에서 전화를 받을 때는 입을 가리고 조용히 전화를 받더군요. ‘여왕벌 레이스’ 때는 플라스틱 컵 던지기 게임을 끝낸 후 몸소 뒷정리도 다 했고요. 물론 스태프들이 뒷정리를 해주겠지만 '런닝맨들이 예의를 갖췄구나'하는 것을 다른 멤버들도 빨리 배워서 보여줄 필요가 있어요.

정덕현: 아무리 조심해도 프로그램의 인지도나 호감이 없으면 안 되는 부분도 있어요.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사실은 민폐잖아요. 시민들이 돌아다니는 거리를 촬영장으로 쓰니 말입니다.

정석희: '런닝맨'을 시민들도 같이 즐기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시치미 뚝 떼고 숨겨준다든지, 반대로 밀고를 한다든지. 그러나 누군가가 고압적으로 통제를 하고 지시를 하면 그게 문제가 되는 것이죠.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고민을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조효진: 지금은 멤버들이 배워가는 단계입니다. 처음에는 게임에만 몰입해 있었어요. 최근에 여의도에서 게임을 했는데요, 많은 분들이 모여 박수를 쳐 주시더라고요. 사람들이 몰리면 당황해서 우왕좌왕하던 멤버들도 이제는 시민들과 대화도 하며 자연스럽게 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덕현: 런닝맨들이 하는 게임을 보다 보면 그 게임들이 기존 장르에서 끌어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최민수 편도 영화 <데스티네이션>에서 모티브를 딴 것 같고요. '유르스 윌리스'도 '다이하드'에서 나온 거죠.

조효진: 처음에는 단순한 생각이었어요. 최민수 씨가 게스트인데 어떤 그림이 좋을까를 생각하다가 발전한 것이죠. 최민수 씨는 누군가를 잡으러 다니는 게 더 어울리잖아요? 쫓겨 다니는 거나 처음부터 멤버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것은 이상하고요. 그래서 프로그램의 내용을 설명해 드렸더니 '아 그러면 내가 사냥을 하는 거네'하며 바로 '런닝맨 헌팅!'이라 하시더군요. 최민수 씨 입에서 나온 단어가 결국 게임 제목이 된 거죠.

정덕현: 최민수 씨 편이 재미있었어요. 본인이 즐기고 있는 것이 보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느낀 건데 어차피 '런닝맨'이 장르물의 성격을 띠고 있다면 악역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종국이 지금 그 역할을 하고 있죠? 김종국이 너무 세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요. <뽀빠이(popeye)>에 '브루터스' 캐릭터가 있어야 다른 캐릭터들이 살듯이 '런닝맨'에는 김종국 씨 같은 캐릭터가 꼭 있어야 하는 존재인 듯합니다. 김종국 씨가 있으면 게임을 만들기도 쉽잖아요? 사람들이 두려워하기 때문에 살짝 틀어 놓으면 웃음을 만들기도 쉽고요. 그러나 드라마는 악역을 보며 저건 연기다 하는데 예능은 아직 그렇지 못해 억울한 점도 많겠어요. 예능에 '리얼'을 강조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도 있고요.

조효진: 김종국은 대단한 뚝심이 있어요. 밖에서 어떤 말들이 오가는지 다 알지만 의식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거죠. 프로그램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알기 때문에 감수하는 겁니다. 멤버들과의 관계들은 김종국이 다 살리는 거예요.

정석희: '런닝맨'은 게임 버라이어티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나름 자부심이며 책임감 같은 것도 있겠어요.

조효진: 유재석 씨가 굉장히 게임을 좋아해요. '게임돌이' 캐릭터가 그냥 나온 게 아니라니까요. (웃음) SBS <일요일이 좋다> '패밀리가 떴다' (이하 '패떴')를 끝내고 어떤 콘셉트를 잡을 지 고민이 많았어요. '패떴'과 비슷하게 갈 수도 없고 대세인 '리얼 버라이어티'로 갈 수도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유재석 씨가 게임을 원했어요. 본인이 아직 체력이 있을 때 생동감 있는 것을 시도해 보고 싶다고요. '스토리가 있는 게임쇼'를 하면 어떨까 생각을 한 거죠. 한국판 <어메이징 레이스(Amazing race)>의 전형을 만들고 싶었는데 일 년이 지난 이제야 조금 감을 잡은 것 같아요.

정덕현: 제작진들도 게임을 좋아하나요?

조효진: 연출 맡은 세 명이 다 게임을 좋아합니다. 축구나 추리게임을 하기도 하고 롤플레잉 게임을 하기도 하는데 이런 것들이 '런닝맨' 게임의 단초가 되기도 합니다. 아이템 모으기나 물총게임 같은 것은 이런 게임을 하며 나온 아이디어에요.

정석희: '유르스 윌리스' 이후에 체계가 잡힌 것 같아요.

조효진: 그 때부터 답이 나오기 시작한 것 같아요. 처음에는 멤버 캐릭터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끼리 어떤 룰로 어떻게 따라다녀야 하나 체계를 잡는 것도 오래 걸렸어요. 마음은 있었지만 지금처럼의 추격전은 생각할 수도 없었죠.

정덕현: 처음 게임은 너무 레벨이 낮았어요. 이미 <무한도전>을 경험한 사람들이라 '런닝맨'의 게임이 너무 단순하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조효진: 아직 체계가 안 잡혀 있으니 복잡한 게임은 할 수 없었고 유재석이 겹치니 <무한도전>은 피해야 해서 나온 게 단순한 게임이었어요. 이제는 추격전도 할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웃음)

정덕현: <무한도전>의 게임을 가져와 더 복잡하게 만드는 건 어떨까요? 그래서 '런닝맨'이 '무한 게임도전' 같은 형식으로 다양한 게임을 더 복잡하게 발전시키는 거죠.

조효진: 여러 게임을 하고 싶은 생각은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사람이 겹치기에 조심해야 할 부분이 많죠. 저 또한 <무한도전>의 팬이라 비슷하게 가는 순간 부담이 되거든요.

정덕현: 캐릭터가 다르지 않나요? 여자인 송지효가 들어가 있고 강력한 긴장감을 만들어 주는 김종국이 들어가 있으니 말입니다.

정석희: 광수 씨도 있죠. 광수 씨는 예능에서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캐릭터에요. 은연 중에 김종국 씨에게 대들기도 하고, 멤버들 사이를 모함하는 것도 재미있잖아요? 요즘은 모함을 별로 안 해서 아쉬워요.

조효진: 재미있다는 소리가 자꾸 들리니까 지난번에는 준비를 해 왔더군요. 그러면 재미없어져요. (웃음) 아직은 약하지만 순간순간 치고 나오고 들어가는 게 자연스럽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정석희: 캐릭터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송지효 씨는 어떻게 캐스팅하게 되었나요?

조효진: 송지효씨는 SBS<인기가요>를 하며 처음 만났는데, 그래서 의외로 털털한 것을 알고 있었죠. 그 당시 장난처럼 프로그램을 같이 하기로 했었는데 그 후 '패떴'에 게스트로 출연하며 예능 감을 드러내더니 '런닝맨'에서는 멤버들과 친해지면서 너무 편해졌어요. 게스트와도 잘 어울리고요.

정석희: 드라마에서는 여주인공을 핍박하는 역할을 많이 했었잖아요. MBC<주몽>이나 MBC<궁>에서도 얄미운 캐릭터였는데 '런닝맨'에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멍 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다 알고 있잖아요? 지난 번 쌈밥 집에서 반찬 놓인 순서 기억 하는 것을 보면 여느 연예인들 하고는 다른 것 같아요. 머리가 좋아 보여요. 사람들하고의 관계도 잘 유지하면서 말이에요.

정덕현: 유재석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은 여자 출연진들이 다 좋아졌어요. 이효리, 박예진, 송지효 등등. 캐릭터는 만드는 사람이 중요한데 유재석이 캐릭터를 급 호감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더라고요. 심지어 게스트도 캐릭터로 만들잖아요. 게스트도 그런데 고정 멤버들은 축복이죠. 애정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캐릭터로 만들어주니까.

조효진: 본인이 세심해요. 여자들이 얌전하고 새침하게 있다가 게임에 확 몰입하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 포인트를 놓치는 법이 없어요. 천재적이에요.

정석희: 송중기가 빠졌는데 멤버를 보강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

조효진: 물론 송중기가 잘했죠. 여성 팬도 확실히 많았고요. 지금이라도 훌륭한 대체제가 나타나면 넣을 생각이 있으나 이렇게 잘 맞아가며 꾸려가고 있는데 급하게 누구를 넣기는 싫었어요. 7명의 고정멤버가 적은 수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석희: 멤버 중에 가장 연장자인 지석진 씨가 매번 제일 먼저 탈락하는 것은 설정인가요? 감옥에서의 토크를 위한 설정이 아닐까 해서요. 지석진 씨의 역할이 궁금합니다.

조효진: 설정은 절대 아니고요. 매번 먼저 떨어지다 보니 지난 번 '주사위를 던져라'처럼 어찌 보면 복불복인 게임에서조차 먼저 떨어지자 시청자들이 재미있어 했습니다. 이런 점을 살려 캐릭터로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존재감을 다른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조효진 PD와의 대담은 2편으로 계속 됩니다)

대담 : 칼럼니스트 정덕현, 정석희, 정리 : 최정은 기자 사진 : 전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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