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사나이’ 여군특집,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MBC 예능 <일밤-진짜사나이> 여군특집의 화력이 예전 같지가 않다. 김성은, 김영희, 공현주, 이채영, 차오루, 전효성, 나나, 다현이 국군의무학교에서 의무 요원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를 벌이고 있지만 시청률은 여군특집 시리즈 역대 1회 시청률 최저치를(물론, 기존 방송보다는 오르긴 올랐다) 기록 후, 2회째 14.7%, 3회 12.5%, 4회 10.6%, 5회 12.2% 수준으로 평균 15%대를 상회하던 이전 여군 시리즈에 비해 잠잠하다. 2015년 출발한 시즌2의 한계가 명백해짐에 따라 미리 촬영한 ‘중년특집’까지 미루면서 불멸의 횃불인 ‘여군특집’을 긴급 편성했지만 기대한 성적은 나오지 않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성적 평가기준인 화제성과 여론의 실종이다. 예쁜 여자연예인들을 군대에 데려다 놓으면서 발생하는 이런저런 장면들에 대한 반응을 아예 찾아볼 수 없다. 역대 여군특집 중 가장 젊은 라인업을 구성하고, 논란을 극복 중인 전효성, 예능 대세 차오루를 투입했지만 주목받는 스타가 아직까지 없다. 대신 내무반에서 큰 사고를 당할 뻔한 이채영의 넘어지는 장면이나, 자막 실수를 지적, 김성은의 부정행위 양심고백 정도만이 그나마 떠도는 이야깃거리다.

여군특집4의 이러한 현 상황을 한마디로 진단하자면 ‘재방송 드라마를 보는 것 같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인물로 채워졌지만 캐릭터는 새롭지도 흥미롭지도 않다. 인간승리의 고군분투기는 예전에 이미 눈물과 감동을 느끼며 봤던 이야기다. 이는 열심히 체험한 멤버들의 문제가 아니다. <진짜사나이> 자체의 한계, 그리고 정예군을 안일하게 내세운 제작진의 일종의 나태함이 빚어낸 전략 착오다.

이제와 <진짜사나이>에서 김수로가 있던 시절처럼 현역 군인과의 교감, 군 생활기에 대한 추억과 리얼리티를 기대할 순 없다. 3년 간 군대라는 특수 공간의 생활이 매주 반복 노출되면서 오늘날 군대를 들여다보는 재미와 연예인들이 군대에 간다는 ‘황당한’ 설정이 갖는 리얼리티는 옅어졌다. 게다가 병영문화 개선으로 내무반 문화가 사라지면서 볼거리의 초점은 몇 가지 없는 훈련과정에 맞춰졌다. 군대에 대한 교감이 덜한 여군특집은 더더욱 그러하다. 이런 빈자리를 대신 차지한 것이 인간승리의 드라마다. <태양의 후예><시크릿가든><하얀거탑>의 장면들이 계속 삽입된 건 상징적 연출이다. 사명감과 진정성은 심각할 정도로 부각된다. 군대에 가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전우애를 통해 사명을 다하는 것이 <진짜사나이> 속 드라마의 핵심 줄거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여군멤버에서는 드라마에 몰입하게 만들어줄 히트 캐릭터가 없다. 그 이유는 드라마의 반복까지는 참을 수 있는데 배역마저 마치 유명 연극이나 뮤지컬에 배우들만 바뀌는 것처럼 이미 짜여 있는 구조와 역할에 새로운 인물을 맞춰서 대입했기 때문이다. 엄마 캐릭터, 한국어가 서툰 엉뚱한 외국인 캐릭터, 미모의 털털함과 민낯을 드러내는 미모의 캐릭터, 외모와 다른 끈기를 보여주는 여배우, 개그를 맡아줄 코미디언, 귀여움을 기대하게 하는 막내 캐릭터 등등 지난 여군 특집에서 봤던 여러 캐릭터의 유형에 매치되는 캐스팅이다. 엠버가 그랬던 것을 차오루가 하고, 슬리피와 김소연이 그랬던 것을 이채영이 맡아서 하는 것이다.

게다가 전투식량을 포함한 군대 음식에 대한 환호, 샤워하고 생리현상을 공유하며 친해지는 과정, 민낯 공개 등등도 익숙한 장면이다. 캐스팅으로만 승부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런 익숙한 설정의 캐스팅은 리얼리티쇼의 근간과 위배된다. 엉뚱한 상황, 군대라는 전혀 이질적인 공간에 던져졌을 때 나타나는 리얼함을 부각하고 찾아내야 새로 캐스팅된 멤버들의 매력과 색깔이 살아나는데, 지금은 기존 1~3기 동안 다져진 캐릭터를 목표치로 정하고 시작하면서 몰입의 단초인 캐릭터의 생기를 죽여버렸다. 멤버들 또한 앞선 여군 출연자들이 거둔 성공의 성과와 공식에서 초탈하지 못한 모습이다. <진짜 사나이>라는 쇼 자체가 에너지가 고갈된 상황에 성공 후 후유증까지 겹친 상황이다.



<진짜 사나이>는 현재 캐스팅을 통해서 지속가능성을 찾고 있다. 어차피 리얼리티의 신선함을 잃었기 때문에 기대치를 줄이고 휴먼스토리를 부각하자는 방향이다. 그런데 영화 한 편의 러닝타임에 육박하는 방영 시간을 매번 반복되는 스토리로 뽑아낼 수 있을까? 리얼리티쇼에서 리얼리티에 대한 기대 대신 기존 성공 공식에 기댄 채 안정성과 편리함을 추구한다면 시청자들은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중년특집’을 끝으로, 다시 체제를 정비해 <진짜사나이> 시즌3을 새롭게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여군특집마저 예전과 같지 않은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녀들 자체의 인지도가 떨어져서가 아니다. 정령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새로운 인물이 아니라 군대 자체 혹은 입대해서 며칠간 체험하는 제작방식과 설정 자체는 아닌지 고민해볼 때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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