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혜진, 아직 보여주지 않은 핵심역량은?

[서병기의 프리즘] MBC ‘나는 가수다’는 새로운 실험을 환영한다. 이소라가 보아와는 전혀 다른 ‘넘버 원’을 부르는 것을 ‘나가수’가 아니었다면 어디에서 들을 수 있었겠는가. 박정현과 윤도현, 김범수도 순위 스트레스가 있음에도 자신의 인기곡에 안주하지 않고 갖가지 새로운 실험과 도전에 나서 ‘나가수’의 질적 향상을 이뤄냈다.

설령 낯선 장르나 스타일에 도전해 꼴찌를 하더라도 좋게 봐준다. 하지만 장혜진(43)은 이들과는 조금 다른 방법을 사용하는 게 좋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활용하는 전략을 펼치라는 말이다. 섣부른 실험은 대중이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장혜진은 자신의 강점을 더 활용해도 되는 스타일이다. 핵심역량을 놔두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 성공하는 사람도 있고 핵심역량을 지키고 있어야 성공하는 사람도 있다. 장혜진은 후자에 속한다. 아직 보여주지 않은 핵심역량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장혜진의 핵심역량은 두 가지다. 시원한 고음과 미세한 톤 조절 능력이다. 이 두 가지가 합쳐져 노래가 진행되면 대중의 가슴을 파고들 수 있다. 초반 음을 장전해 꾹꾹 눌러 부르다 후반으로 갈수록 몰아치는 폭발력을 발휘한다. 후반에는 강하게 터뜨리지 않아도 저절로 터진다. 장혜진은 시종 흐느끼는 백지영과도 다르며, 이수영의 애절한 오리엔탈 발라드와도 다르다.

MBC 합창단 출신인 그녀는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등 당시 인기가수들의 코러스를 맡아하면서 91년 데뷔했다. 매력적인 고음과 특유의 허스키한 음색을 지닌 ‘디바’였지만 그에 걸맞는 대중적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1994년 어느 늦은 밤’ ‘아름다운 날들’ 등 서정적인 발라드는 여전히 팬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남편을 두고 혼자 버클리음대로 유학 가 5년간의 공백이 있었지만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감정표현은 더욱 풍부해졌다.

장혜진이 유학 후 처음 부른 노래가 최진실을 컴백시킨 2005년도 드라마 ‘장밋빛 인생’의 테마곡이다. 에띠뜨 피아프의 번안곡을 담담한듯 읊조렸던 애절한 가창은 심금을 울리며 드라마의 신파적 정서를 강화시켰다. 당시 시청자들이 맹순이를 맡은 최진실에 감정이입하는데 장혜진이 조금은 기여했다.
 


이제 장혜진은 원숙해졌다. 남편 강승호(음반기획제작자)의 도움까지 더해 요즘 음악 트렌드를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의 개성과 정체성을 확고히 지니고 있다. 미디엄 템포곡도 소화했고 힙합과의 접목도 시도했다. 그래서 90년대 구식가수도 아니고 자의식이 강한 아티스트형 가수도 아니다.

하지만 장혜진은 카라의 ‘미스터’ 같은 노래를 부르다가는 다시 힘들게 될 수도 있다. ‘나가수’는 1등 하던 가수도 꼴찌를 할 수 있는 곳이지만 장혜진에게 선곡은 특히 중요하다.
 
장혜진은 바이브의 ‘술이야’를 불러 중간점검에서 1위를 한 적이 있다. 마찬가지로 피처링으로 참가했던 바이브 노래 ‘그 남자 그 여자’를 부른다면 또 1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장혜진은 시행착오를 거쳐 어느 정도 적응한 듯하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장혜진은 핵심역량을 보여주는 노래를 부른다면 젊은 세대나 나이 든 세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기자 > wp@heraldm.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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