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탁재훈, 재미든 용서든 진정성이 관건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방송인 탁재훈이 돌아온다. 복귀하는 방송은 오는 30일 첫 공개되는 Mnet <음악의 신2>. 그는 또 오는 4월 초에 MBC <라디오스타>에 게스트로 참여한다고 한다. 케이블 채널에 이어 지상파까지. 본격적인 방송을 시작하겠다는 뜻이다.

2년 4개월의 기간. 탁재훈은 그만한 자숙기간을 거쳤다고 볼 수 있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의 자숙기간이라는 게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누군가는 1년 만에 돌아와서도 잘 적응해 살아가지만 누군가는 몇 년이 지나도 복귀조차 못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자숙의 기간은 그래서 그 인물이 그간 대중들에게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는가와 무관하지 않다. 탁재훈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그래도 완전히 부정적인 건 아니다. 누구보다도 방송에 있어서 탁월한 예능감이 있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탁재훈이 가진 특유의 재담과 토크 순발력은 확실한 그의 재능이다. 누구보다 재미 하나만큼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가 복귀하는 <음악의 신2>은 비호감의 이미지가 강했던 이상민이 다시 재기할 수 있는 바탕이 되어주었던 프로그램이다. ‘모큐멘터리(흉내 낸다는 의미의 mock와 documentary의 합성어)라는 이 프로그램의 형식은 사실과 가상의 애매모호한 지점을 통해 이상민이 갖고 있던 부정적인 이미지를 하나의 웃기는 캐릭터로 만들어내는 힘을 발휘했다.

이런 반전의 기회가 탁재훈에게도 적용될 지는 미지수다. 이미 이상민을 통해 한 번 봤던 그 이미지 반전 상황은 시청자들에게는 마치 이 프로그램이 이용되는 듯한 선입견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탁재훈의 이 프로그램 선택이 그런 이미지 반전을 노리는 것처럼 대중들에게 여겨지게 된다면 그건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방송적으로만 본다면 탁재훈은 재밌다. 하지만 재미가 그에 대한 이미지를 바꿔주지는 않는다. 이 부분은 탁재훈 스스로도 고민하고 있는 지점이다. 즉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는 것이 자숙하고 복귀한 이가 해야 할 ‘사죄의 방식’이라고 생각이 되면서도, 그런 재미를 주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용서를 구하는 모습처럼 여겨지지 않을 수 있다는 딜레마다. 예능인들은 웃겨야 그 존재가 드러나지만, 한때 잘못을 저지르고 돌아온 예능인들이 웃기는 모습은 자칫 너무 가볍거나 개념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김구라의 사례와 이수근의 사례는 그런 점에서 탁재훈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구라는 자숙 후 복귀한 대표적인 성공사례라고 말할 수 있다. 그가 성공적으로 복귀한 까닭은 웃음을 주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잘못에 대해 끝없이 사죄하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의 방송 스타일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는 깝죽거리면서 웃음을 주는 인물이 아니다. 오히려 진지하게 이야기를 던짐으로써 웃음을 주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그 진정성이 방송을 통해서도 느껴질 수 있었다.

반면 이수근은 더 오랜 자숙기간을 거쳐 돌아왔고 JTBC <아는 형님> 같은 프로그램에서 거의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하는 놀라운 ‘웃음유발자’로 맹활약하고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에 덧씌워진 부정적인 이미지는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는 재미와 웃음을 주는 것이 시청자들에게 사죄하고 다가가는 길이라고 여기고 있다. 하지만 이런 예능인으로서의 본분이 가장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은 좀 더 진정성 있는 모습을 요구하는 것 같다.

즉 복귀에서 중요한 건 재미와 웃음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이 예능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본분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여겨질 수 있다는 것. 결국 중요한 건 이 웃음과 진정성을 모두 균형 있게 보여주는 모습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재담이나 개인기보다 그 사람에 대한 호감을 느낄 수 있는 진정성이 중요해진 예능 트렌드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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