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닝맨', 재미와 의미의 공존이 목표[대담2]

[엔터미디어=TV남녀공감백서] “재미를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주말 저녁에 쉬면서 별 생각 안 해도 되는, 계속 빵빵 터지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거든요. 그러나 요즘엔 감동이나 의미를 추구하는 코드가 있기에 '의궤' 편에서 보듯 재미를 추구하기는 했지만 결국에는 정보나 의미가 자연스럽게 입혀지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일단은 재미있어야 하고, 그 전형이 만들어지면 두 개가 공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대담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덕현 칼럼니스트, 조효진 PD, 정리 최정은)

정덕현: 태국편이 큰 인기였는데요, 특별히 태국에 가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요.

조효진: 태국 편을 기획 했을 때는 세 달쯤 전, '런닝맨'이 잘 풀리지 않을 때였습니다. 별 생각은 없었고 한 번 가는 것이 사기 진작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죠. 외국에 나가면 간판부터 우리글과 다르니 좀 더 색다른 그림을 뽑을 것도 같았고 말이에요. 비행기에서 내린 게 2시, 태국의 해는 6시 면 지기 때문에 조명을 마음껏 가져가지 못한 상황에서 지나가는 루트를 정교하게 짤 수밖에 없었습니다. 몸은 굉장히 힘들었지만 네 시간 만에 한 편을 완성하고 나서 뿌듯했습니다.

정덕현: 한류 팬들이 공항에 굉장히 많던데요.

조효진: 태국은 사실 닉쿤 집 때문에 섭외한 거예요. 그런데 닉쿤이 움직이면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리게 되잖아요? 그래서 닉쿤을 전날 몰래 입국 시키고 우리는 그 다음날 들어가서 찍으면 되겠다! 생각했는데 공항에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이 몰린 것을 보고 너무나 놀랐어요. 플래카드에 유재석은 물론이고 하하와 광수까지 멤버들의 이름이 다 적혀있는 거예요.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그 다음에는 고맙더라고요. 우리끼리의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비밀에 붙이려고 노력했는데 말이에요. 오죽하면 유재석 씨가 이거 '몰래카메라' 아니냐고 했겠어요. 그림이 되겠다고 생각해서 공항 장면도 열심히 찍었죠.

정석희: 시장을 가서 더 좋기도 했습니다. 외국에 다녀왔다는 프로그램을 보면 가끔 왜 갔나 싶을 정도로 별 볼 것이 없는 것들이 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아 더 좋더군요.

조효진: 태국 분들이 촬영에 많은 협조를 해 주셨어요. 많은 분들이 파타야 시장까지 쫓아 오셨는데요, 이건 서로 범인인 것을 알면 안 되는 심리전인데 누가 어디 숨어 있다는 것을 알려 주거나 숨어 있는 곳에 모여 있기만 해도 안 되는 거라 미리 부탁을 드렸어요. 어차피 잡히면 감옥으로 가니 그 곳에 계셔 달라고요. 덕분에 저녁노을이 지는 엔딩에 다리 옆으로 길게 늘어선 태국 분들로 좋은 그림이 나올 수 있었어요. 너무도 감동해서 공항에서는 모든 멤버들이 일렬로 서서 큰 절을 하고 왔습니다.

정덕현: 이런 아이템을 발전 시켜서 아이돌과 함께 중국이나 일본 등 그들이 인지도 있는 공간에 들어가도 재미있겠네요.

조효진: 실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웃음)

정석희: 태국 편에서는 스킨십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어요. 물론 무의식적인 행동이었겠지만 그런 것이 편집에서 걸리지 않은 것이 안타깝습니다. 여자들의 눈에는 딱 들어오거든요.

조효진: 좀 더 조심했어야 하는데 저희 잘못입니다.

정석희: 그런데 신기한 것이 제 주변의 여자 분들은 다 거슬려 하는데 남자 분들은 별 것 아닌 걸로 생각하더라는 거죠.

정덕현: 매주 의도적으로 논란이 야기되는 느낌도 있어요. 물론 논란이 될 만한 것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에요. '런닝맨'이 호감 프로그램으로 정착하면 나아지지 않을까요?

정석희: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바지 내리는 것' 같은 게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이번 것은 지나친 것 같더라고요.

정덕현, 조효진: 남자들은 그런 게 더 신경 쓰여요! (웃음)



정석희: 정말요? 아 남자와 여자들이 신경 쓰는 포인트가 조금 다르네요. 이런 것, 재미있는데요? (웃음) 궁금한 게 있는데 VJ가 항상 붙어 다니잖아요, 밤에는 조명도 있을 텐데 멤버들이 숨어 있는 것을 모를 것 같지가 않아요.

조효진: 방송에 편집되는 가장 많은 장면이 VJ보고 잘 숨으라며 혼내는 장면이에요. 승부욕이 굉장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절대 짜고 하지 않습니다. 물론 잡힐 때 좀 더 재미있게 잡혀야지 하는 생각들은 할 수 있죠. 시작과 동시에 휙 잡히면 재미없으니까요

정덕현: 시청자들 중에는 송지효 씨가 매번 이기는 거나 지석진 씨가 매번 일찍 잡히는 게 재미있어서 일부러 그렇게 가는 거라는 생각도 있더라고요.

조효진: 절대 짤 수가 없어요. ‘주사위를 던져라’에서 보듯 “유재석이 설마 먼저 죽겠어?” 했는데 먼저 죽기도 하고 지석진 씨는 짜지 않는데도 맨 처음 잡히는 겁니다.

정석희: 어떤 일을 예측하거나 스토리를 짜는 것은 주로 하하가 하던데 하하와도 미리 얘기가 없나요?

조효진: 절대. 만약 그랬다가는 김종국한테 크게 혼납니다. (웃음)

정덕현: 앞으로 멤버들 간에 심리게임이 좀 더 많아질 것 같은데요?

조효진: 심리게임을 많이 하고 싶습니다. 대놓고 제작진과 심리게임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별 것 아닌 일인데도 멤버들끼리 오해하고 심리게임을 하기도 하죠.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절대 복잡하지 않게 하겠다는 겁니다.

정덕현: 요즘에는 예능에 재미와 감동을 함께 요구하는 게 대세인 것 같은데요, 런닝맨이 열심히 뛰어 다니기는 하지만 '게임공간'이라는 느낌이 있어요. 시청률로 치고 나가려면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느낌을 보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패떴'이 깨진 것도 결국에는 현실과 동떨어져 그들만 즐거웠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데요.



정석희: 저는 생각이 좀 다른데요. 일단 게임이니까 게임으로 즐거우면 된다는 생각이에요. 이를테면 클럽에 가서 감동을 느낄 필요는 없지 않나요? 어중간한 감동을 주려다 재미와 감동을 다 놓치게 되는 경우도 많잖아요.

조효진: 물론 재미를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주말 저녁에 쉬면서 별 생각 안 해도 되는, 계속 빵빵 터지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거든요. 그러나 요즘엔 감동이나 의미를 추구하는 코드가 있기에 '의궤' 편에서 보듯 재미를 추구하기는 했지만 결국에는 정보나 의미가 자연스럽게 입혀지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일단은 재미있어야 하고, 그 전형이 만들어지면 두 개가 공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정덕현: 물론 게임으로 즐거워야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게임을 하다가, "어 이거 장난이 아닌데"하는 포인트가 하나 정도는 있었으면 합니다.

정석희: 요즘 일요일 저녁이 전쟁터인데 고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조효진: 일요일만 십 년 째인데 이렇게 골고루 잘 만들어진 프로그램들이 포진한 경우는 처음인 것 같아요. 시청률 경쟁에 뛰어들기 보다는 우리 프로그램에 대한 전형을 제대로 잘 만들고 싶어요. 이제야 '런닝맨'을 풀어 갈 실마리를 조금은 잡은 느낌인데 시청률에 신경 쓰다가 이 실마리를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정덕현: '런닝맨' 포맷이 나쁘지 않아요. 게다가 요즘엔 제작진과 출연진의 심리게임과 실랑이가 붙어지면서 더 좋아졌고요. 요즘 나오는 '블록버스터'급 영화들을 붙여 세련되게 만들면 더 재미있어질 것 같습니다. 고민을 하면 답이 나올 것 같은데요? (웃음)


감동과 의미를 찾지만 결국 놀이가 가진 즐거움과 웃음을 더 많이 전해주는 것이 예능의 본분이다. '런닝맨'은 바로 그 본분에 가장 충실한 예능 프로그램이고, 그걸 만들어내고 있는 조효진 PD 역시 그 즐거움에 대한 몰입이 좋은 연출자다. 하지만 '놀이'라고 하면 어딘지 낮게 바라보게 되는 게 지금까지의 우리가 학습 받아온 결과가 아닌가. 물론 의미가 나쁜 건 아니지만 거기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놀이도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는 것이니까. 모쪼록 '런닝맨'이 그 놀이의 소중함을 즐거움으로 알려주는 프로그램이었으면 좋겠다.


대담 : 칼럼니스트 정덕현, 정석희, 정리 : 최정은 기자 사진 : 전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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