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변호사 조들호’, 무엇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결국 박신양의 힘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시작부터 치열했던 월화드라마 대전의 승자는 이제 KBS <동네변호사 조들호>로 굳어지는 것 같다. 물론 아직까지 이를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10.1%부터 시작해 현재 12.3%(닐슨 코리아)까지 꾸준히 시청률이 상승하고 있는 반면, 애초에 12.2%까지 갔던 <대박>은 반대로 9.2%까지 추락하고 있다. <몬스터>는 7.3%에서 8.2%까지 조금씩 시청률이 상승하고 있지만 여전히 동시간대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상승과 <대박>의 하락은 사실 예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드라마의 극성으로 보자면 <대박>만큼 센 것도 없다. 목숨을 걸고 벌이는 도박 이야기다. 게다가 사극이라는 장르적 특성상 극성은 더 세질 수밖에 없다. 운명을 시험해보기 위해 손목과 발목을 비틀어버리고 칼로 찌른 후 벼랑에서 떨어지는 대길(장근석)이 살아 돌아오는 것을 하나의 도박처럼 내기하는 드라마.

하지만 <대박>이 생각만큼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그 강한 극성에도 불구하고 몰입도가 높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극중 인물들의 욕망이 극명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대길이라는 인물은 아버지의 죽음 때문에 복수심에 불타고 있지만 그가 훗날 어떤 야망을 품게 되고 이룰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이 별로 생기지 않는다. 연잉군(여진구)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야망을 숨기고 방탕한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는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이 훗날 영조가 되는 인물이 속에 숨겨놓은 야망은 그리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대박>에서 욕망을 가장 잘 보이는 인물은 오히려 이인좌(전광렬)다. 하지만 이인좌가 만들어가는 권력을 두고 벌이는 도박 같은 한 판은 어디까지나 밑그림일 뿐이다. 그 위에서 대결을 벌일 대길과 연잉군의 이야기가 본격화되지 않는 한 드라마의 몰입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왜 이런 흥미로운 소재를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대박>은 전개에 있어서 지지부진한 것일까.

이 지지부진한 틈을 타고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거침없이 달려 나갔다. 사실 이 드라마는 웹툰이 원작이라고 해도 현실성이 너무 떨어지는 한계를 갖고 있다. 동네 상권을 밀어내고 새로운 상가를 세우려는 건물주의 횡포와 맞서는 조들호(박신양)의 이야기는 그래서 비장하기보다는 가벼운 풍자 코미디 같은 느낌마저 준다.

어찌 보면 이 갑질과 맞서는 변호사의 이야기는 최근 많은 드라마들이 처절할 정도로 심각하게 다뤄왔던 소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심각한 만큼 무거울 수도 있는 소재다. 그런 점에서 보면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이를 지나치게 비장하게 다루지 않는 건 어떤 면에서는 고구마 현실보다 사이다 판타지를 더 강조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결국 이 선택은 괜찮은 결과로 이어졌다.

그 중심에는 역시 박신양이 있다. 때론 심각한 사안들 앞에 진지했다가 때론 그걸 살짝 무너뜨려 우스꽝스러운 코미디 상황을 연출하기도 하고, 때로는 가슴 뭉클한 훈훈함까지 전해주는 다양한 연기의 폭이 이 드라마를 어색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힘이 되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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