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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빌 워’ 슈퍼 히어로들의 패싸움 명분, 공감하십니까
기사입력 :[ 2016-05-05 10:20 ]


‘내전’의 의미를 ‘패싸움’으로 격하시킨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

[엔터미디어=황진미의 편파평론] ▲이 영화 반(反)▲. (본문 중 영화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국내 극장가는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이 하 <시빌 워>)에 의해 완전히 점령당했다. <시빌워>는 <퍼스트 어벤저><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이하 <윈터 솔저>)에 이은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의 3편에 해당되지만, ‘아이언 맨’ 시리즈와 ‘어벤저스’ 시리즈 등과 인물이 겹치면서, 기묘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들은 ‘스파이더 맨’과 ‘앤트 맨’ 시리즈와 함께 거대한 외연을 지닌 마블 코믹스 세계의 일부를 구성한다.

◆ 전작 <윈터 솔저>의 빼어난 문제의식은 어디로 갔나

전작인 <윈터 솔저>의 경우, 기존의 슈퍼 히어로 물과는 사뭇 다른 갈등과 교훈을 보여주었다. <윈터 솔저>는 정치 스릴러의 형식을 띈 채,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재편되어 있는 세계질서의 본질을 묘파하였다. ‘캡틴 아메리카’를 비롯해 온갖 초능력을 지닌 ‘어벤저스’ 들이 속해 있는 ‘쉴드’(미국의 전략적 국토 개입 및 집행 병참국)는 국제안보기구로 전환되어, 세계평화위원회와 함께 워싱턴DC 인공 섬의 거대 군사기지에 본부를 두고 있다. 군사기지에 있는 우주함선 헬리 케리어는 전 지구인들을 대상으로 공중전을 펼 수 있다.

‘캡틴 아메리카’는 ‘쉴드’ 내부의 많은 사람들이 나치잔당인 히드라에 장악되어 있음을 알아낸다. 아울러 세계안보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위성으로 취합한 정보를 바탕으로 전 세계 2천만 명의 위험인물들을 추려 일시에 제거하는 프로그램을 승인해달라며 세계평화위원회를 압박 하고 있음을 알아낸다. <윈터 솔저>는 네그리의 ‘제국론’이 주장하는 오늘날의 세계질서를 보여준다. 미국의 군사력을 정점으로 삼는 ‘지구제국’은 UN이니 NATO니, IMF니 하는 국제기구를 하부조직 삼아, 세계의 안보와 평화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전 세계의 평범한 사람들을 적으로 삼아 내전을 펼치고 있다. ‘제국’의 권력은 미국의 핵 항공우주기술을 핵심으로 삼고, 전 세계의 발달된 정보네트워크 시스템을 매개로 하여 전 세계의 다중들을 통치한다.



<윈터 솔저>에서 2차 세계대전의 전쟁영웅 ‘캡틴 아메리카’와 구소련에서 온 ‘블랙 위도우’와 아프가니스탄 참전용사로 회의감에 빠진 ‘팔콘’이 힘을 합쳐 ‘쉴드’에 맞서 싸우는 서사는 현재의 제국적 질서가 미·소가 대립하던 냉전의 구도와도 다르고, 제3세계 테러국과 전쟁을 벌이던 논리와도 전혀 다름을 환기시킨다. 현재의 세계질서는 미국의 군사력을 정점으로 한 지구제국이 전 세계 평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전 지구적 내전’을 벌이는 상태이며, 이러한 미국의 제국적 권력이 ‘히드라’로 은유되는 파시즘에 깊이 물들어 있음을 비판하는 영화였다.

<시빌 워>의 제작 소식에 전편의 문제의식을 얼마나 발전시켰을지 기대가 컸다. 더구나 제목부터가 내전을 뜻하는 ‘시빌 워’가 아닌가.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여기서 말하는 내전은 그저 패싸움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실망을 금할 길 없다.



◆ 의미 있는 내전인가 단순한 패싸움인가

<시빌 워>는 제3세계에서 생물무기를 탈취하려는 악당에 맞서 어벤저스들이 출동하여 각자의 특기에 따라 때려 부수기 신공을 발휘한다. 재래시장에서 사람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몸싸움을 벌인다든지, 불덩이를 뿜는 악당을 집어던져 대형건물이 폭파되는 식이다. 저때 근처에 있다가 희생되는 민간인들은 어찌 되는 건가 찜찜함이 느껴지는 순간, 영화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 문제를 낚아챈다. 히어로들의 파괴공력으로 전 세계가 쑥대밭이 되고 무고한 희생자들이 많아진 까닭에 이들의 활동을 ‘UN 산하기구’에 두어 제어해야 한다는 국제 협약이 논의된다. 히어로들의 활약으로 잿더미가 된 나라의 이름을 딴 ‘소코비아 협정’에 117개국이 조인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섬세하게 다루어질 만한 주제이다. 지금까지 히어로들은 어디에 소속되어 누구의 지휘 하에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나. 더구나 전작에서 히어로들이 소속되었던 ‘쉴드’가 캡틴 아메리카에 의해 파괴되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설명이 상세히 이루어졌어야 옳다. 그러나 이들이 민간단체에 소속된 채, 각자의 자율적 판단에 의해 정의를 위해 활동하고 있었다는 말로 짧게 넘어간다. 그리고 “이건 쉴드도 아니고 세계평화위원회도 아니고 UN이야” 라는 대사로, 이들에 대한 관리감독이 훨씬 강해짐을 알려줄 뿐이다. 그리고 곧바로 이러한 규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캡틴 아메리카와 규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아이언 맨의 대립이 나온다.



히어로들의 활동이 규제되어야 한다는 여론에 대해 의견이 나뉘는 문제에 있어서도 영화는 캐릭터들의 깊이 있는 고민을 담지 못한다. ‘잘난 척 대 마왕’ 캐릭터였던 ‘아이언 맨’이 피해자의 유족을 만나 통제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 것으로 묘사하는 것은 (<어벤저스2>에서의 실수에 대한 참회를 감안한다하더라도) 기능적인 서사이다.

그나마 ‘캡틴 아메리카’의 반대 입장만이 나름 명분을 지닌 것으로 묘사된다. 그는 자신의 참전의 바탕이 되었던 루스벨트 대통령을 언급한다. 루스벨트는 오늘날의 미국 민주당의 노선을 확립한 대통령으로, 케인즈 주의적 경제운용과 사회복지, 그리고 소수자 보호의 정책을 확립하였다. 또한 2차 세계대전 참전으로 국제주의적인 외교노선을 수립했다.



‘캡틴 아메리카’는 전통적인 미국의 민주주의의 가치를 믿는 사람으로, 21세기 미국사회가 경도되어 있는 신보수주의적 세계를 비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는 ‘시민보호’를 명목으로 한 온갖 규제가 자신이 싸웠던 파시즘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 따라서 거대한 조직이나 규제에 저항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머지 캐릭터들의 고민이나 입장은 과감하게 생략된다. 소코비아를 폭파시켜 많은 민간인 살상을 낳았던 ‘스칼렛 위치’의 경우 별다른 고민 없이 ‘규제반대’의 입장에 선다. ‘블랙 위도우’는 아이언 맨에게 ‘캡틴 아메리카’의 위치를 알려주지만 싸우지는 않겠다는 애매한 입장을 취하여 전직 ‘이중첩자’ 답다는 놀림을 당한다. 하지만 그가 말한 ‘히어로들의 활약이 늘어날수록, 이들이 해결해야 할 굵직한 사건들이 더 많이 발생했다’는 중요한 지적은 그다지 깊게 숙고되지 않는다. 새로 투입된 스파이더맨은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이 존경하던 ‘캡틴 아메리카’에 맞서 싸운다. 자신을 영입한 사람이 아이언 맨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줄서기다.



◆ 명분보다는 사적 감정에 약한 슈퍼 히어로라니

사실 어벤저스들이 ‘아이언 맨’과 ‘캡틴 아메리카’를 필두로 두 패로 나뉘어 싸우게 된 것은 히어로에 대한 통제를 둘러싼 입장차도 있지만, 더 중요한 차이는 ‘캡틴 아메리카’의 죽마고우인 ‘버키’에 대한 감정이다. <윈터 솔저>에서 캡틴 아메리카는 자신의 친구이자 히드라에 의해 세뇌된 버키와 맞서 싸웠다. 둘의 대결은 ‘나의 일부이자 적’ 과의 싸움으로, ‘전 지구적 내전’상황이라는 영화전체의 메시지와 잘 어울렸다. 그러나 <시빌 워>에서 버키를 감싸고도는 ‘캡틴 아메리카’는 그저 사적인 감정에 약한 히어로의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영화는 뒤로 갈수록 이들의 패싸움이 지닌 명분을 완전히 약화시켜버린다. 아이언 맨이 캡틴 아메리카의 생각에 거의 동조하게 되었을 무렵, ‘부모 죽인 원수’라는 사적 원한이 새롭게 등장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이들을 싸움 붙이려는 한 사람의 의지에 놀아난 것이라는 대단히 시시한 결론에 도달한다. 즉 영화는 이들이 히어로들에 대한 감독권이라는 아젠다를 두고 싸움을 벌이는 것처럼 포장하였지만, 실상은 이러한 아젠다 자체를 깊이 숙고하지 않은 채, 그저 히어로들이 편의와 사적 감정에 따라 패싸움을 벌이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모든 것은 그저 두 패로 나눠 벌이는 초능력자들의 싸움을 ‘올스타 청백전’ 혹은 ‘아이돌 육상선수권대회’(아육대)처럼 감상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물론 아무도 없는 빈 공항에서 이들이 합을 겨루는 모습은 무고한 민간인의 희생이라는 찜찜함을 지운 채 감상할 수 있기에 홀가분한 쾌감을 선사한다.

올스타 청백전이란 구성으로 모든 히어로들을 총출동시키는 방식이 어쨌든 재미있지 않냐고? 영화에 기대한 것이 대규모 물량공세 속에서 히어로들이 각기 펼치는 장기자랑 정도였다면 충분히 재미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캐릭터들 간의 유기적 갈등을 통하여 전작의 문제의식을 계승 발전시키기를 기대했다면 앙상한 서사에 실망할 수밖에 없다. <윈터 솔저>는 대단히 예외적으로 심오한 히어로 물이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칼럼니스트 황진미 chingmee@naver.com

[사진=영화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저>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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