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영화 ‘동주’는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영화 <동주>를 쓴 시나리오 작가인 신연식 감독은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 제작자 그리고 기획자로도 유명하다. 2003년 <피아노레슨>으로 데뷔했지만 <페어러브>, <러시안 소설>, <배우는 배우다>의 감독, 제작, 각본 혹은 각색을 모두 그가 했다. 이후 <조류인간>과 <프랑스영화처럼>은 각본을 쓰고 감독을 했으며, <동주>는 각본을 쓰고 제작을 했다.

그는 충무로가 인정하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그렇게 많은 작품들을 감독하거나 제작하고 각본을 썼지만 그가 유일하게 돈을 번 작품은 <동주>라고 한다. 물론 그렇다고 다른 작품들이 망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 만한 작품이 <동주>라는 것.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동주>는 고작 5억 원의 제작비로 만들어졌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는가는 사실 그의 이력이 말해준다. 그는 꽤 많은 작품들을 스스로 쓰고 감독하고 제작했기 때문에 제작비를 최적화하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주>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 역시 그 최적화된 제작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준익 감독으로부터 윤동주라는 인물을 소재로 하는 시나리오를 써보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 가장 염두에 뒀던 것이 제작 규모였다고 한다. 물론 윤동주라는 인물을 다루는 것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는 건 명백하지만, 상업영화로서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먼저 갖게 됐다는 것.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윤동주를 다루는 영화는 대규모 제작비를 들여서는 손익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을 거라고 그는 말했다. 그래서 5억이라는 예산은 윤동주를 다루는 영화의 규모로서는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수치였다는 것이다.

신연식 감독의 이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온 것은 우리네 대부분의 상업영화들이 대체로 20억 정도의 예산을 기본적인 규모로 상정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것은 제작자들이나 배급자들 역시 20억 정도의 규모를 갖는 영화를 가져와야 투자를 하거나 배급을 해준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마도 20억이라는 규모가 상정되는 건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유통 시스템 안에서 그것이 어느 정도의 상업적 성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믿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동주>라는 영화가 더 가치 있게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 5억 원의 규모로 흔히 말하는 대박은 아니어도 중박을 낼 수 있는 영화들이 가능할 수 있는 제작과 투자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듯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신연식 감독이 말하는 이른바 ‘중박 영화론’은 영화의 다양성 차원에서도 또 투자 대비 수익의 관점에서도 중요하게 다가오는 이야기다.

제작 규모는 어쩌면 그 영화의 많은 것들을 규정할 수밖에 없다. 20억의 영화는 그 정도의 소재들을 그 정도의 연출방식으로 풀어낼 가능성이 높고, 물론 100억이 넘는 대작영화들은 또 그런 정도의 블록버스터 방식으로 영화가 만들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러다 보면 윤동주를 소재로 한 <동주> 같은 중소 규모의 아이템들은 점점 제작이 어려워짐으로써 아쉽게도 사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작은 영화 <동주>의 성과가 결코 작지 않은 이야기를 전해준다는 걸 말해준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동주>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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