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화’, 진세연 연기 잠잠한데 박주미 연기 논란 되는 까닭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MBC 주말드라마 <옥중화>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전옥서라는 조선시대 감옥이라는 공간을 소재로 삼고 있고, 거기서 탄생해 성장한 옥녀(진세연)가 자신의 출생에 얽힌 사건들을 추적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가장 비천한 인생들이 모일 수밖에 없는 전옥서라는 공간이 당대 현실에 적응 못한 이들을 끌어 모으고 그들로부터 배움을 얻는 옥녀의 이야기는 지금의 시청자들에게도 충분히 공감대를 일으킨다.

이병훈 PD와 최완규 작가의 작품인 만큼 노련미가 돋보이는 작품이 <옥중화>다. 마치 RPG 게임을 하듯 옥녀라는 캐릭터가 던전처럼 보이는 전옥서에서 갖가지 주어진 미션들을 해결해가며 성장하는 과정이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괜찮은 작품이 아슬아슬해지는 지점이 있다. 그것은 출연 배우들의 편차가 너무나 많이 나는 연기력이다.

드라마 초반부 제일 먼저 이야기가 흘러나온 건 이 사극의 가장 중요한 악역이라고 할 수 있는 윤원형 역할을 연기하는 정준호다. 어딘지 허세 가득한 모습으로 전횡을 일삼는 그 역할이 약하게 느껴진다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특히 정준호가 조폭 코미디에 많이 등장했던 모습이 이 작품에서도 자꾸 어른거리는 것이 몰입을 가로막는 장애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옥중화>가 단 몇 회만에 20% 시청률을 넘길 수 있었던 건 주인공 옥녀의 아역 역할이었던 정다빈의 연기 덕분이다. 요즘은 성인 역보다 아역이 오히려 더 몰입감을 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졌다. 그만큼 카메라에 익숙한 세대인 데다 일찍부터 트레이닝을 받기 때문이다. 정다빈은 특유의 밝은 에너지로 전옥서라는 어두운 분위기를 명랑하게 만들어내는 힘을 발휘했다.



정다빈의 연기가 주목받을수록 불안감이 커진 건 그녀의 성인역인 진세연의 연기였다. 데뷔 시절부터 연기력에 비해 과한 역할을 맡아 늘 연기력 논란을 달고 다녔기 때문에 그 불안감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막상 성인 역할로 첫 등장한 4회만 두고 보면 그다지 큰 연기력의 문제는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워낙 캐릭터가 매력적인데다, 그 캐릭터의 밝은 이미지는 진세연의 배우 이미지와도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기력 문제가 불거진 건 엉뚱한 곳이다. 희대의 악녀로 사극에 단골 캐릭터가 되어왔던 정난정 역할의 박주미의 연기가 너무 어색하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첫 악역 도전으로 본격적인 연기의 세계로 나가겠다 포부를 밝힌 바 있는 박주미지만 안타깝게도 정난정 역할은 과한 욕심처럼 여겨진다.

사극은 본래 현대극보다 대사처리가 쉽지 않다. 발성 자체에도 약간의 문제가 보이는 박주미는 이 사극 톤의 대사의 어려움을 좀체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좀 더 표독스러운 정난정의 느낌이 앙칼진 목소리에서부터 나와야 하는데 다리 위에서 토정 이지함(주진모)과 맞서는 장면을 보면 팽팽한 느낌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정난정은 윤원형과 <옥중화>의 악역을 이끄는 중요한 인물이다. 사극에서 악역은 어떤 면에서는 주인공보다 더 중요하다. 거기서 극성이 나오기 때문이다. <옥중화>가 전체적으로 밝고 가벼운 느낌을 주는 건 주인공들이 그 역할을 잘 해내고 있어서다. 하지만 밝음만 가지고 사극이 힘을 내기는 어렵다. 그만큼의 어둠을 그려내는 악역들의 분전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