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A 설현과 지민 역사인식 논란, 아이돌 춤 노래만큼 인성도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안중근 의사가 “긴또깡?” 케이블 채널 온스타일 <채널AOA>에서 역사 퀴즈를 하던 AOA의 지민과 설현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보고 이름을 맞추는 문제에 “긴또깡” 등의 발언을 했던 것.

사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안중근 의사 정도의 얼굴은 대체로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설사 몰랐다고 해도 하필이면 김두한의 일본식 발음인 ‘긴또깡’이라고 얘기한 부분은 논란을 더 크게 만들었다. 역사인식이 부재하다고 해도 대중들로서는 너무 과하다 느껴졌을 것이다. AOA 설현과 지민의 역사인식 부재에 대해 비난이 쏟아졌고 이들은 급기야 공식사과문을 게재하며 진화에 나섰다.

이번 논란은 생방송이 갖고 있는 위험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녹화방송이라면 사전에 편집 등을 통해 충분히 이런 논란을 감지하고 피해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날 것으로 그대로 보여주는 생방송에서는 출연자들의 생각과 인성 등이 가감 없이 다 드러나기 마련이다.

아이돌 그룹의 역사 인식 부재가 논란이 되었던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시크릿의 전효성이 한 라디오 방송에서 “민주화시키지 않아요”라는 발언을 했다가 그것이 일베식의 표현이라는 논란이 생겨난 적이 있었다. 그녀는 그 의미를 잘 모르고 썼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하는 한 마디의 말이 일파만파의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는 걸 당시 논란은 보여주었다.

당시 <무한도전>은 아이돌들을 모아 놓고 ‘역사특강’을 하면서 우리네 역사교육의 문제를 꼬집기도 했다. 하필 아이돌들을 모아 역사 교육을 한 까닭은 현재 우리네 역사 교육이 가진 한계를 아이돌들의 역사 인식 정도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역사인식 같은 개념의 문제들은 최근 연예인들에게 평균 이상의 인성을 기대하는 새로운 경향에 맞물려 그 중요성이 더 커졌다. <무한도전>이 일본의 우토로 마을과 하시마 섬에 얽힌 비극적인 우리네 역사를 끄집어내 재조명하고, <1박2일>이 하얼빈까지 날아가 안중근 의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중요한 역사의 한 장면을 재현해낸 건 웃음을 주는 예능 프로그램들에도 이제는 ‘개념’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Mnet의 걸그룹 오디션이었던 <프로듀스 101>에서 치러진 대국민투표(?)를 통해 들여다보면 대중들이 걸그룹의 춤과 노래보다 얼마나 인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가가 잘 드러난다. 젤리피쉬 김세정이 단박에 대중들의 눈에 들게 된 건 경쟁 관계 속에서도 타인을 돕는 그녀의 인성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AOA의 설현과 지민은 이번 논란이 벌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거침없는 대세 아이돌이었다. 설현은 자타가 공인하는 광고의 아이콘이고 지민은 확고한 자기 색깔을 가진 여성 랩퍼로서의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논란으로 적지 않은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되었다. 춤과 노래를 잘하고 미모가 뛰어나다고 해도 대중들은 그보다는 그 내면의 단단함을 더욱 요구한다. AOA 설현과 지민의 이번 논란을 통해 아이돌들이 이제는 외적인 것만이 아니라 내적인 것들을 채우는데도 그만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온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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